2025. 9. 20 作 (가족)
"비닐봉지 소리만큼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일 우리 우비 입고 놀이공원 가는 거지?"
예전 여행 가는 길에 소낙비를 만났는데
꼭 비닐봉지 구기는 소리처럼 들렸었어
토요일 놀이공원 공짜 티켓이 생겼는데
일기 예보가 불안한지 해나가 자꾸 묻네
강릉이 가뭄이라 비소식이 간절하지만
놀이공원 가는 날 비소식은 悲소식이야
새벽까지 오던 비가 아침이 되니 개었어
혹시 했던 해나 얼굴에도 구름이 개었구
합창 수업을 뺄 수 없어 정오쯤 출발하니
막힌 길을 뚫고 가는 건 아빠의 몫이었지
놀이공원 기분은 입장이 절반이 아닐까
시끌시끌한 사람들과 함께 긴 줄을 서고
티켓 검사를 해주신 분과 인사를 나누면
막이 열리듯 등장하는 동화 같은 풍경들
여자와 남자, 아이와 어른의 조합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서로에게
기쁨만 되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모인 곳
집집마다 묵혀 놓은 장맛을 선보이듯이
저마다 옛 추억을 꺼내와 곁들이고 있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보냈던
별과 별이 만나 새로운 우주를 여는 시간
"엄마가 어렸을 때 여기서 이모랑 벌섰어"
"아빠는 어렸을 때 저 대관람차를 탔었지"
아내의 시간과 내 시간이 드디어 만나니
해나의 시간도 그 위에 살포시 얹혀졌어
(4+16+16x4x7=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