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 짧아서 귀하고 가질 수 없어서 귀한 시절

2025. 8. 21 作 (가족)

by back배경ground

새벽 다섯 시 첫 번째 기상 알람이 울리고
5분 후 두 번째 다시 5분 후 세 번째 알람
다리를 치켜들어 등을 둥그렇게 만든 후
힘껏 다리를 내리면 바닥에 앉아 있게 돼

침대 위 포개어져 자고 있는 아내와 해나
둘을 멀뚱히 바라보고 살금살금 나와서
욕실에 들어가 쉬를 하며 유튜브를 틀고
이 닦고 머리 감고 세수를 하면서 잠이 깨

어제 입었던 옷과 같지만 다른 옷을 입고
안경과 폰과 지갑을 챙기면 나가야 할 때
화장실 불을 끄고 신발에 발을 욱여넣어
여섯 시 오 분 전 회사에 가려고 집을 나서

는데 안방에서 작게 삐그덕 소리가 들려
문쪽을 쳐다보니 와다다 해나가 달려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해나를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며 방으로 데려가서 눕혔어

"해나야 쉬 마렵지 않아?" "응?" "쉬 마렵지 않아?"
"쉬 마려워.." 다시 해나를 안고 변기에 앉혀
해나랑 눈을 마주치는데 시간이 귀해서
치킨 바나나 왼쪽 오른쪽 춤을 춰 주었어

덜 깬 눈으로 환히 웃으며 같이 추던 해나
품에 안겨 번쩍 들려서 침대로 가는 동안
두 팔로 꼬옥 끌어안고 얼굴을 맞대는데
이 시절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것 같아

한평생 사는 동안 좋은 시절이 얼마일까
그 시절을 어디에서 누구와 지내고 있나
그 시절을 어디에서 누구와 지내고 싶나
그 시절을 어디에서 누구와 지낼 수 있나


(4+16+16x4x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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