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2 作 (진리)
연약한 인간이 에덴 동쪽으로 이사 간 후
척박한 환경을 버티려 머리를 써야 했다
돌로 도끼를 만들고 흙으로 그릇을 빚고
바퀴도 만들어 먼 곳까지 곡식을 옮겼다
우리가 대충 사용하고 있는 십자나사도
대단한 전문 지식이 뭉쳐있는 반도체도
우리 삶을 고상하게 만들어 준 물건이다
세상은 이들을 위대한 발명이라 칭한다
아무튼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팔 월에
이박삼일 조개 캐기 가족 여행을 떠났다
조개 캐기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물 때라
진심 어린 아내에게 더위는 후순위였다
네 시간 만에 해미 아이씨를 빠져나오니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성벽이 나타났다
"해미읍?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이름인데
어, 해미읍성 왕꽈배기 그게 여기였구나"
"물 때는 이미 지났으니 잠깐만 들러볼까?"
문구점에 들러 사두었던 연을 꺼내 들고
질이 다른 시골 더위를 맞으며 들어서니
넓고 넓고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 색이 하늘색이 아니면 어쩔 뻔했어
파르한 하늘 새하얀 구름 거침없는 바람
연을 들고 있는 내 손이 어찌나 뿌듯한 지
툭툭툭 두세 번 손놀림으로 연을 띄웠다
연은 정말 위대한 발명이야 생각하다가
하늘 높이 연과 그걸 띄워주고 있는 바람
그래도 연이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는 건
누군가 연줄을 붙들고 있기 때문일지도
(4+16+16x4x7=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