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 제복 입은 사람이 제복답게 살지 못할 때

2025. 8. 24 作 (진리)

by back배경ground

날씨 앱은 바깥 기온이 이십 육 도 라는데
거실에 나가면 확 더운 공기가 느껴진다
혼자인데 거실에서 에어컨을 켜야 할지
씻을 때는 괜찮은 듯 싶다가도 고민이다

입 짧은 해나에게 무슨 아침을 줘야 할지
냉장고 문을 열고 먹거리를 뒤적거리다
오리고기 양파 두부를 꺼내 지지고 볶아
막 일어난 해나 앞에 부담스럽게 차렸다

평소 일요일 아침에는 간단히 요기하고
예배 후에 교회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오늘은 아이가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고
교회에 가지 못해 아침을 차려 준 것이다

아내와 해나가 약속 시간에 집을 나서고
혼자 앉아 있는데 머리가 지끈거려 온다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대어 깜박 졸고 나니
그냥 유튜브로 예배드릴까 갈등스럽다

아니야 혼자라도 버스 타고 교회 가야지
옷을 입고 성경책을 들고 집을 나서는데
성경책만 들고 갈까 가방에 넣어서 갈까
그냥 성경책만 들고 가야지 마음먹었다

정류장에 서 있는데 버스에 앉아 있는데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문 앞에 서 있는데
온통 내 신경은 들고 있는 성경책에 있다
아무도 안 볼 텐데 모두가 엿보는 것 같다

틈만 나면 설교 말씀을 귀에 꽂고 다녀도
성경책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어색한 건
예수님 닮지 못한 내 모습이 부끄러운지
그냥 크리스천이라는 게 부끄러운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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