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 우리를 아껴 줄 양치기를 놓친 건 아닐까

2025. 9. 18 作 (진리)

by back배경ground

전직 양치기였던 파키스탄 출신 학생은
양치기 선발 대회 우승을 했었다고 한다
최고의 양치기를 가르는 기준을 물으니
옷을 벗고 상처를 비교하는 것이라 했다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던 다윗도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들고 뛰쳐나가며
양을 지킬 때 짐승이 와서 양을 물어가면
쫓아가서 그 양을 구해냈었다고 외쳤다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가 드문 곳에서
양을 치는 일이란 떠돌아다니는 삶이라
풀이 자란 곳이 보이면 하룻밤 머물다가
다 먹고 나면 다른 초장을 찾아가야 한다

사파리 초원을 혼자 걷고 있는 사람처럼
목축 생활이란 낭만적인 삶이 아니기에
시간이 흐르고 형편이 점차 나아질수록
사람들은 양을 치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곡식이란 걸 길러보니 풀이 남게 되었다
더 이상 양을 몰고 다니지 않아도 됐기에
가만히 가둬둘 수 있도록 우리를 둘러서
먹이고 재우고 들짐승들도 막아주었다

우리 안에 갇힌 양은 양치기가 필요 없다
우리가 열리면 코앞 들판에서 노닐다가
우리가 닫힐 때쯤 개에게 쫓겨 들어와서
우리를 요새 삼아 의지하며 잠을 청한다

우리 안에 들어오면 든든하지 아니한가
우리끼리 쑥덕쑥덕하면 누가 알겠는가
우리들만 잘 먹고 잘 살면 족하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 안에 우리를 가두고 말았다


(4+16+16x4x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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