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간에.

지도자는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된다.

by 이현성

코치는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을 위해 매 시즌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이미 지도력이 검증된 코치들은 자신만의 훈련 프로그램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 선수들의 몸을 적시에 올리려면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 기량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지 경험이 쌓이면서 체화한다.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훈련과 불필요한 훈련을 가려내고, 심지어 어떤 선수가 국가대표팀이 될지 안 될지 까지 가늠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운이라는 요소는 이 모든 예측을 뒤엎기도 하지만. 아무쪼록 베테랑 코치들은 그동안 적용했던 좋은 훈련 프로그램을 선수들이 소화하도록 감각적으로 설계한다.


엘리트 현장에서 오랫동안 있다 보면, 꼭 과학적인 훈련을 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올림픽 1등이 했던 훈련을 한다고 해서 똑같이 1등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 그러니까 현장에서는 그간의 경험에 기반한 훈련들 즉 어쩌면 미신같이 전해 내려오는 알 수 없는 훈련 방법이 통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선수를 처음 가르치는 코치라면 과학적 방식의 훈련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 가장 안전하고, 정확하고,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출처: athleteassessments.com


늦은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하다 보면, 함께 했던 선배, 동료가 먼저 지도자가 된다. 처음에 지도자가 된 그들은 패기가 넘치고, 자신감이 꽉 차 있다. 어제까지 나와 경쟁했던 선수가 하루아침 갑자기 코치가 되어 '지도자가 되어보니, 선수 때는 모르던 게 보인다.', '선수 때는 나도 너처럼 생각했다.'는 식으로 선을 긋는다.


패기 넘치는 코치는 곧 자신만의 고유한 훈련 철학으로 무장하여,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 (이러한 마음은 선수가 먹는 거다) 일명 죽밥 뽕을 맞는데, 나는 코치가 선수에게 하는 말 중에 결과야 어떻든 일단 나만 믿고 따라와 란 식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선수를 가르치는 코치라면 죽을 만들 건지, 밥을 할 건지 하나만 정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훈련을 일단 실험적으로 시켜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지도방법은 가장 무책임한 지도방식이다.


코치에게는 여럿의 선수가 있지만, 선수에게는 코치 한 명뿐이다.


이미지 출처: onlinemasters.ohio.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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