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som Jan 13. 2021

새해 계획을 함께 세운다는 것

혼자 계획하던 새해와 함께 계획하는 새해

"음, 우선 양가 부모님하고 집안 행사를 각 월에 먼저 넣었어."


부부 워크숍을 진행한 날 각자 새해 계획과 월별 중요한 일정을 공유하면서 말했다.

이제 나의 연초 계획에는 함께하는 계획과 나의 계획이 같이 있게 되었다.





나는 원래 연초가 되면 연간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구체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큼지막한 계획들을 월별로 정리해둔다.


우리 가족 생일, 친구들 생일, 직장에서 목표로 하는 일, 자기 계발에 있어 목표로 하는 일 등등을

정리해두면 전체적인 연간 내 인생의 청사진과 흐름을 볼 수 있어서 꼬박꼬박 하는 편이다.

그렇게 내 계획을 정리해두고 나면 월간-일간 계획을 따로 세우는데 큰일이 없지 않은 한 그 계획 내에서

살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자기 계발적인 부분은 때때로 나의 게으름에 의해 늦춰지곤 하지만 가족과의 일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편이었다.


부부 워크숍을 하기로 하면서 늘 하던 연초 계획을 하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엑셀을 켠 다음 하나씩 월별로 일정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엄마 생일.


동생 생일.


친구들 생일.


시부모님 생일.


양가 모임(추석, 설날)


음?

분명 큼직한 일정만 작성했는데도 1년이 다 찼다.

왜지? 갸웃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화면을 쳐다봤다.

전에 없던 계획들이 눈에 띄었다.


추석, 설날 등에는 외갓집 식구들끼리 모여 다 같이 놀고 헤어지곤 했는데

양가를 들렀다 가려고 하니 그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전 날 제사 준비하라고 오라고 하실 테니 그거 갔다가 우리 집도 가고..

생신, 아 어버이날도 있구나.


하나, 둘씩 계획들이 늘어나니 왜 결혼하면 시간이 없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와, 이런 일정 속에서 어떻게 아이도 낳고 기르는 거지?

새삼 주변 기혼자들과 부모가 된 지인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여기에 내 자기 계발, 투자 공부 일정을 덧붙였다.

1월에는 이 지역을 갔다가.. 아, 보고서도 쓰고. 

이 때는 마케팅 모임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우려나.


하나 둘 채우고 나니 어느새 내 1년 계획이 꽉꽉 찼다.


한 살씩 먹으면서 나 자신에 대한 과신이 줄어들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만 하는 것들 중심으로 계획을 짜다 보니

대학교 때보다 많이 일정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내 계획표가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투자 공부를 남편하고 같이 하고 있다는 점.

같은 공부를 함께 하다 보니 서로 공유하는 정보도 많고 서로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더 즐겁게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는 공부 메이트를 찾아 카페 건 오프라인 모임이건 많이 찾아다니곤 했는데

이젠 평생 메이트가 생겼으니 안정감 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함께 1년 공부 계획을 짜다 보니 서로 너무 풀어지지 않게 잡아주기도 한다.

물론 기복을 심하게 타는 내가 안 할 땐 아예 안 하고, 할 땐 열심히 해서

남편이 내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남편은 전반적으로 꾸준한 러너다.

난 꾸준히 하는 걸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하려고 하는 파이고.

그러다 보니 꾸준히 하는 사람과 같이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극이 되는 부분이 있다.


눈 감고 귀 막고 있으면 사실 모르겠지만.

나도 양심이 있고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슬쩍 다시 놓았던 공부를 시작한다.

내 방해를 받은 남편이 나랑 노느라 공부를 많이 못하게 한 것은 미안하지만..

대신 올 해는 달라지리라!


내 나름대로 각오를 다졌다.






분야별로 월별로 계획을 다 짜고 다시 한번 보니 참 빡빡하다.

매 월 한 번씩은 주말에 우리 집 가던 것도 못 하게 되었다.

공부도 공부지만 뭔가 혼자 훌쩍 우리 집만 쏙 갔다 오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그랬다.

결혼하면서 눈치만 엄청 많이 보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그리고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함께하는 연간 계획을 세워보고 나니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 할 때보다 복잡하지만 함께 해서 힘이 되는 그런 실행들이 되길 고대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2020년 제1회 부부 워크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