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없는 것들을 연결하면 생기는 부작용

[나의 애도(愛道)] - 2023년 5월 30일 화요일

by LYJ

몸에 그림을 그린 채로 한 달 남짓 보내고 있다.

마지막 항암주사 후 내게 왔던 부작용이 몸에 각인이 되어서인지 몸이 빨리빨리 좋아지지 않는 것에 조바심이 생겼었다. 기다리는 것이 있으니 시간이 또 더디게 흐르기 때문이었나 보다.


19번의 방사선 치료를 위해 몸에 그림을 그리고, 지워지지 않아야 해서 샤워도 살살하면서 매일 병원에 간다. 때때로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현기증이 와서 움찔하지만 그래도 몸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내게 붙어있던 온몸의 붓기가 사라져 홀쭉해지는 게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손에도 닿는다. 철을 매단 듯 무겁고 딱딱했던 종아리도 한 걸음 한 걸음 홀가분하다.

어제 아침에는 세수를 하다가 손에 닿은 내 얼굴과 뒷덜미에 깜짝 놀랐고, 방사선 치료를 하려고 누웠는데 머리에 닿는 받침대의 느낌이 너무 생경해서 또 한 번 놀랬다. 몸에 그려진 그림에 맞춰 방사선 기기를 조절하는데 유난히 오래 걸린다. 머리를 고정하는 틀을 쓰고 움직이지 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이리 더딘지 짜증이 조금 올라오려고 하는데 치료사가 들어와 묻는다.

"살이 빠지셨나 봐요. 각도가 조금 안 맞아서 위치를 좀 수정해야 할 거 같아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건데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 주세요" 한다.

매번 느끼지만 여기 의료진들은 정말 친절하다. 중병을 앓는 이들에게 친절이란 무너지는 순간순간 나타나는 지지대 같다. 받은 친절을 치료제 삼아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다시 참아 본다.


내일은 승진 순위가 나오는 날이고, 보름쯤 뒤에는 인사위원회가 열린다.

방사선 치료가 끝나는 날과 인사위원회는 하루 상간이다.

모든 치료를 끝내고 승진까지 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날짜가 이렇게나 우연히 맞아떨어져 기분이 좋다.

가능성이 10%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근거 없는 기대를 해 보지만, 올바른 태도가 아님은 안다.

주술에 가까운 이런 기대는, 더 깊은 바닥으로 나를 끌어내리게 될 터이다.

이것도 일종의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그저... 빌어본다. 너무 간절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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