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3차/4차/부작용

[나의 애도(愛道)] - 2023년 3월 15일~4월 14일

by LYJ

<3차 항암 : 2023년 3월 15일~4월 2일>

다시 또 시작

가라앉았던 피부가 또 말썽이다. 그리고 팔 저림이 심해졌다.

금요일 저녁에 실컷 했던 설거지가 말썽이었다.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루하루를 꼭꼭 밟으며 1차 항암과 2차 항암을 마쳤더니 3차와 4차는 비교적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있다.


손톱 끝, 발톱 끝, 뒤꿈치 같은 말초가 아프고, 변을 보느라 여러 번 애를 써야 한다.

나머지 증상은 고만고만하나, 갑자기 훅 다가온 갱년기 증상(열이 확 올라왔다가 가라앉으며 으슬으슬 추워지고)으로 잠을 자꾸 설치는 통에 수면의 질이 매우 나쁘다. 속이 불편하고 다리는 내 몸이 아닌 듯이 무거워 힘을 줄수록 점점 빠져버리는 늪에 서 있는 기분이다.


1,2차에 비해 너무 아프다. 오늘은 오후가 되면서 두통과 몸살, 기운 없음으로 앓았고, 결국 다음 날은 출근을 못했다. 그다음 날 출근을 다시 했지만 워드를 칠 때마다 손톱 끝이 닿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말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손톱 색깔도 변하기 시작했다. 3월은 시간이 잘 간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3월이라는 느낌이다. 금란언니가 집에 왔다 갔다. 언니가 던지는 칼 끝을 타고, 언니가 흔드는 깃발을 타고 내 집에서 이 모든 아픔이 나가길 바란다.


항암제가 몸에 쌓이는 게 느껴진다

항암 3차 마지막 주다. 이번주는 원래 컨디션이 많이 좋아야 하는데 다리가 무겁고 너무 졸리다.

가라앉았던 피부가 또 말썽이다. 그리고 팔 저림이 심해졌다.

항암을 할수록 내 몸에 약제가 쌓여 혹시라도 숨어 있을 암세포를 죽이고 나도 서서히 죽인다.


금요일 저녁에 했던 설거지가 말썽이었다.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일 4차 주사날인데 오늘까지도 컨디션이 별로다. 지하주차장에서 1층 사무실까지 천리나 되는 듯이 세 걸음에 한 번씩 쉬어야 한다.


다 내려놓으라고 했는데 한가닥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지도 못하겠다. 스트레스를 받는지 생각해 본다.

아니다. 질러보고 아니면 실망하지 않으련다.

그나저나 내일도 무사히, 이번주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확실한 거 정말 별로다.


<4차 항암 : 2023년 4월 5일~4월 18일>

붓기

5일 항암 마지막 주사를 맞고 일주일쯤 지났다.

움직임이 없어서 살이 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아이가 "엄마, 부은 거잖아" 한다.

그제야 이게 붓기였음을 안다.

다행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살이 찌면 이걸 다 어떻게 빼나.

저림 증상과 동반되는 붓기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것이다.


항암에 대해서, 부작용에 대해서, 유방암에 대해서 한 번도 검색해 본 적이 없다.

일부러 피했던 건 아닌데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붓기가 너무 심해서 처음으로 검색을 해봤다. 당연한 부작용이어서 괜찮겠지 했는데 팔도 많이 붓고 혈액순환이 안돼서 저림도 심하다.


응급실

붓기가 예사롭지 않아 결국 응급실에 갔다. 언니들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항암제 부작용에 부작용을 막는 약에 들어 있는 부작용, 참 지랄 맞다.

세 군데 바늘을 찔러 이리저리 돌렸는데도 피가 안 나온다.

1시간 전쯤 멀쩡이 채혈한 곳도 또 말썽이다. 결국 발목 부근에서 채혈을 했다.

혈관이 진짜 많이 굳은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서서히 된단다.

괜찮다. 점점 더 조금씩 더 좋아질 거니까...

내 생각보다 훨씬 독한 약이 맞나 보다.

이렇게 알려주네...


하루 만에 이렇게 또 좋아진다

응급실에서 받은 치료는 없었는데 하루 만에 붓기가 많이 좋아지고 컨디션도 나아졌다.

좋은 후배들과 오랜만에 점심도 나가서 먹고 꽤 오래 서서 일도 하고... 크크크

큰 아이가 나를 챙긴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마냥 내가 챙겨야 할 것만 같던 아이들이 주변을 살피고, 나를 돌본다.

든든하고 따뜻하다.

빨리 좋아져서 약 없이 하루를 살고, 40분쯤은 거뜬히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즈음에 승진도 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즈음에 승진을 못했다. 그래서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때 나는 계속 승진을 생각했고, 주변에서는 몸이 중요하지, 더 아프면 안 된다고 내려놓으라고 자꾸 말하는 통에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상황이 스트레스가 된다고 생각했다. 승진을 생각하는 것이 스트레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정말로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할 것 같아 굳이 아니라고 우겨본 거 같다. 그때 나는 아픈 와중에도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던 게 맞다.

5~6년간 쌓인 스트레스로 병이 왔으나, 이 병의 가장 큰 원인이 승진 스트레스였다.

어떻게 버틴 건지, 그때의 내가 정말 나인지 가늠이 안된다.

그렇게 1년을 다시 보내고 2024년 여름에 겨우 승진했다. 눈물 없이 말하기 어렵고, 듣기 어렵다.

이전 04화어떤 것에도 부작용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