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도(愛道)] -2023년 6월 8일
진단-검사-수술-항암-방사선
일단 치료는 끝이 났다.
진단일부터는 6개월 반이 지났고, 수술일부터는 5개월이 지났다.
추웠던 날이 다 가고 여름이 되도록 아득한 시간이었다.
자퇴생이던 작은 아이가 시험을 두 번이나 치르고 입학하여 대학 캠퍼스에 몸이 스며들 만큼의 기간이고,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큰 아이가 동아리를 3개나 하고, 학과공부 외 활동을 이어가고,
전공선택을 두 번이나 고민한 기간이며, 맨질맨질하고 하얗던 머리통에 까맣게 머리카락이 올라오기 시작해 나날이 길어져 구레나룻가 가발밖으로 얼추 보이게 된 시간이다.
지루했지만, 빨리 갔다.
잘 버텼다. 내가 나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 방사선을 하고 나오는데 뚜렷한 비가 온다. 소리가 크다.
집으로 가는 운전이 어려워질 테지만 기분은 괜찮다.
나의 마지막을 하늘이 아는 거처럼, 나를 기뻐해주는 소리로 들린다.
마음이 어려워서인지 별거 아닌 것에 의미를 주고 위안을 삼는다.
이렇게 큰 일을 겪으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는데 나는 별로 달라지지 않은 거 같다.
잘 살아왔기 때문일까? 아직 깨닫지 못한 걸까? 설마 아직도 못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사실, 왠지 모를 다행함이 있다. 이제 별일 없을 거 같은 느낌...
생각과 감정을 일치시켜야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내가 정신승리하고 있는 건가?
뭘 다르게 살아야 할까?
나를 위해 살았던 거 같진 않지만 후회는 없다. 아이들이 정말 잘 컸고, 이 어려운 세상을 아주 잘 헤쳐가며 스스로를 잘 돌보는 단단한 사람으로 키웠다.
아이들을 위해 내가 희생했다는 생각은 없다.
친구 모임에 가지 않았던 건 솔직히 좀 귀찮기도 했고, 취미는 원래 없었던 거 같고, 아이들과의 부대낌이 싫지 않았다.
운동은 좀 해야 할 모양이다. 살이 찌면 안 되는 너무 명확한 이유가 생겼다.
뚜벅이시절로 좀 돌아가 볼까 하는데 이놈의 가발이 문제 이긴 하다. 일단 걸어야 하는데....
안 걷던 사람이 아픈 후로 걷기 시작하면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다. 참 성격 별나다.
그래서 더 승진이 고프다. 내 변화의 이유가 내 병이 아닌 승진이면 좋겠다.
운동은 의지를 내야 한다.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온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이겠지, 어떻게?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래, 괜찮아. 하면 되는 건가?’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근데 이게 욕심일까?
능력과 상관없이 친하다는 이유로 밀어주기 해주는 우두머리와 그 후배에게 뒤집히는 굴욕을 겪지 않으려는 노력이, 내 새끼들에게 들어오는 공격에 맞서는 분노와 행동이, 독박육아, 독박살림, 독박직장생활을 하고도 재산을 반으로 쪼개야 하는 상황에 억울함이 올라오는 게, 욕심일까?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리고는 결과에 안도하기도, 속상해하기도 했다. 그게 인생 아닌가? 근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였을까?
표준치료가 끝났다는 안도감과 해방감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이런 생각으로 금세 씻겨나가 버렸다. 이런 게 스트레스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