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을 벗었다, 갑옷도 함께 벗었다

[나의 애도(愛道)] - 2023년 8월 16일 수요일

by LYJ

꽤 오래 준비를 했다.

가발 안에 있어도 희끗하게 올라오는 머리카락이 싫어 염색을 두 번하고,

훤히 드러나는 귀가 민망하여 막힌 귀를 다시 뚫고,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어울리는 귀걸이를 사고,

7개월 만에 간 미용실에서 '왜 이렇게 뜸했냐고' 말하는 틈에 모자를 벗었더니 확연하게 놀라는 눈을 보며

'자른 게 아니고 자란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가발 없이 출근을 했다.

놀라기는 했어도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진다. 그리고, 어울린다 말해준다.

어색함이 무뎌진다. 그리고 가볍다.


정말 다시 태어나는가 보다.

사실 아직도 나는 내 병명을 내 입으로 정확하게 뱉지 않는다. 이제 모두가 나의 상황을 아는데도 말이다.

꽁꽁 숨기고 싶어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눈에 띄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불안함은 많이 덜었다.

시간이 지났고, 약을 꾸준히 먹고 있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자연스레 일을 늘리느라 은근히 바쁘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고 했으니, 머리가 가벼워진 만큼 마음도 점점 홀가분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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