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양 Mar 05. 2022

전쟁의 참상


노파의 피붙이들도 전부 불을 끄고 숨죽이고 있는 시간


파묻힌 빛 뭉텅이는 새까만 어둠을 달고 왔어 



대포알 소리가 들린다고 했던 그날 밤 


부서진 파편에 맞아 사슴은 전부 뿔을 잃은 채 죽었고 


인간은 아차 싶은 마음에 속으론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 



전쟁보다 작은 전쟁은 고요 속에서 일어나



총알과 대포가 아닌 칼과 망치로 열리지 



그러나 도박값으로 제 목숨을 거는 건 마찬가지야 


어디서든 통용되는 화폐값이지 



가면을 벗기고 눈을 마주친 순간 


적들의 설움에서 결국 나와 같은 떨림을 발견했지만 


나를 위해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쪼아대는 새들의 부리를 피해 구덩이로 몸을 던졌을 때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야 



그때가 되면 만나게 되겠지 


다리가 잘려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군인의 너털웃음을 


그는 허탈하게 웃으면서도 슬픔을 감추지 않았고 


그 모습은 왠지 모를 분노와 용기를 주었어 



살아갈 수 있을까 


물음은 이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해  


살아가라 


그것만이 신의 부름처럼 느껴졌어  


죽음을 기록하던 군인의 허리에 손을 감아 순식간에 들쳐 매곤 


떠오르는 해를 피해 떨어지는 망원경의 야비한 시야를 피해 


한달음에 집을 향해 절규와 함께 뛰는 거야  



펑 


대포알이 터지는 소리 


파편이 부서지는 소리 


하늘이다 


파란 하늘 


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 걸까  

작가의 이전글 1시 33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