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아낌없는 Respect를..

2020-21 NBA 파이널이 막을 내리다

by 라미루이



NBA 2020-21 시즌, 기나긴 대장정이 파이널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사슴 군단 '밀워키 벅스'는 서부 챔피언 '피닉스 선즈'를 홈으로 불러들인 6차전에서 최종 승리했다.

그들은 상대 전적 4:2로 NBA 파이널의 승자만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무려 50년 만에 등극한 세계 프로 농구 최정상의 자리. 밀워키 벅스가 이 트로피를 차지하기까지 여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이전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동부 챔피언 결정전, 에이스이자 주 득점원 '야니스 아데토쿤보(Giannis Antetokounmpo)'가 상대 센터의 골밑 앨리웁을 저지하려다, 착지 과정에서 자신의 왼쪽 무릎이 안쪽으로 과도하게 꺾이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해당 영상을 분석한 여러 전문가와 팬들은 무릎 연골이나 십자 인대 파열 등 시즌 아웃 급의 심각한 부상을 예상했는데..

농구를 보살피고 관장하는 신이 (만약 존재한다면..) 그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무적 힐링 버프라도 걸어준 걸까. 아니면 그리스에서 건너온 괴인, 아데토쿤보는 여느 운동선수와 차원을 달리 하는, 육체의 강인함과 유연함을 타고난 것일까.

여느 선수들 같았으면 무릎 수술 후 회복하기까지 최소 1년이 걸릴 만한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테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골관절의 운동 범위가 크고 회복력이 뛰어나, 마치 고무로 만들어진 인간(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처럼..)처럼 유연하고 질긴 데다 웬만한 부상은 며칠 쉬고 나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올 것처럼 보인다.


파이널 초반, 피닉스의 떠오르는 '태양 전사'들에게 1, 2차전을 연거푸 내주며 고전했지만, 아데토쿤보는 왼 무릎 과신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예전의 실력을 되찾으며 승기를 가져왔다.

그리스 괴인뿐만 아니라, 크리스 미들턴과 새로 영입한 즈루 할러데이, 36살의 노장 P.J. 터커의 맹활약 또한 밀워키 벅스의 우승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막판 승부처에서 연달아 터지는 미들턴과 즈루의 한 템포 빠르고 정확한 미들슛과 과감한 골밑 돌파는 피닉스 선즈의 밀착 수비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선즈의 간판스타 데빈 부커와 크리스 폴이 공만 잡으면, 찰거머리처럼 달려들어 정상적인 공격 흐름을 방해하는 즈루와 터커의 명품 수비 또한 명불허전에 가까웠다.

파이널 매 게임, 4 쿼터 5분 여를 남기고 상대의 림을 스치지도 않고 적중하는 미들턴의 한 박자 빠른 중거리 슛. 이어 부커와 폴의 현란한 드리블 사이로 번개처럼 공을 스틸하는 즈루의 손질 수비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반대로 피닉스 선즈의 팬이라면 93년 파이널에서 만난 시카고 불스와의 악몽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틀렸나. 역시나!" 하며 가슴을 치고 깊은 탄식을 토했으리라.


파이널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비가 있었던가. 사슴 군단과 태양 전사들 모두 깊은 내상을 입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이 무대에까지 올랐다.

부커는 자신을 수비하던 선수와 부딪혀 코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크리스 폴은 어깨 부상과 고질적인 햄스트링 통증을 안고 파이널까지 달려왔다.

아데토쿤보 또한 알게 모르게 통증을 안고 뛰었을 가능성도 있고,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이후에 드러난 부상이 그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파이널 1차전, 밀워키 벅스의 남은 선수는 단 8명, 피닉스 선즈 또한 8명이 로스터에 남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악전고투 끝에 이런저런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거나 잔여 게임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

각 팀의 주전 5명은 게임당 평균 40분 이상을 코트 위에서 전력을 다해 질주하다가, 온몸을 던져 상대를 가로막고 속이고 밀치고 잡아당기고, 때로는 높이 점프하고 바닥에 나뒹구는 등 격투기와 미식축구에 버금가는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명승부를 펼쳤다.

4 쿼터 총 48분 동안 우열을 가리는 점수 차이가 양 팀의 승부를 갈랐고, 4게임을 선취한 최종 승자는 코트에 남아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 종료 후 패배한 태양 전사들은 말없이 코트를 떠나 라커룸으로 향했다.

누가 감히 그들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심한 욕을 퍼붓고 잘못했다 헐뜯을 수 있겠는가.

진땀을 흘리는 몸을 부딪히며 맞붙은 서로 간의 실력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 차이는 백지장 한두 장의 차이처럼 미세하고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냉정한 승부의 저울에 맞올려진 두 팀의 확연한 무게 차이는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한쪽에 더 많이 얹어진 '행운'의 무게 탓일지도 모른다.


피닉스 선즈를 이끈 수장, 몬티 윌리엄스 헤드 코치는 6차전 종료 후, 승리를 자축하는 밀워키 벅스의 라커룸을 찾아 파이널 MVP 아데토쿤보에게 아래 말을 직접 전했다.

"You made me a better coach, you made us a better team."

(당신들은 날 더 탁월한 코치로 만들었고, 밀워키 벅스는 우리 피닉스 선즈를 더 나은 팀으로 성장시켰다.)

파이널에 오른 밀워키 벅스와 피닉스 선즈는 승패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찬사를 받을 만한 플레이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펼쳤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전 세계 모든 농구팬들에게 이른바 'Respect', 격식을 차린 존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다음 NBA 시즌에는 과연 어떤 팀이 라커룸에서 모에 샹동 샴페인을 분수처럼 뿌려대며 광란의 세리머니를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밀워키 벅스는 타고난 강골, 그리스 괴인 아데토쿤보를 내세워 리핏을 달성할 수 있을지, 피닉스 선즈는 기존 라인업을 보강해 다시 한번 왕좌에 도전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동부 리그의 강호 브루클린, 필라델피아와 떠오르는 신성 애틀랜타, 서부의 LA를 연고지로 하는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그리고 다시 한번 부활을 꿈꾸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이들의 독주를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승부의 향방을 정하는 기다란 저울을 한 손에 들고 가늠질 하는 저 위의 누군가는, 행운과 축복이 담긴 무게추를 만지작거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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