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전의 사나이, 그가 돌아왔다

클레이 탐슨의 컴백을 축하합니다!

by 라미루이




클레이 탐슨(Klay Thompson)이 2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2019년 6월 토론토와의 파이널 6차전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고, 다음 해 겨울 훈련을 하다 아킬레스가 끊어지는 불운이 겹쳤다.

탐슨의 부상 이후 팀의 에이스 커리는 상대 수비수들에게 매 게임 포위당하다시피 하며 악전고투 끝에 기진맥진, 지치기 일쑤였다. 당연히 골스는 2년간 쓰리핏을 노리던 우승 단골 팀에서 리그 꼴찌를 다투는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어두운 톤의 사복을 입은 채 벤치에 앉아 팀의 연전연패를 목격하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을 무심히 넘기는 건 팬의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넘치는 승부욕과 열정을 잘 알기에, 그가 얼마나 코트 위를 달리고 슛을 던지고 싶어 하는지 스크린 너머로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그는 힙하고 캐주얼한 명품과 요란한 금줄을 두른 복장이 아닌,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새겨진 골스 유니폼을 걸치고 땀으로 흠뻑 젖어야 패션이 완성되는 그런 선수이니까..



탐슨의 컴백은 지난 1월 10일, 클리블랜드 전이었다. 골스의 스타팅 멤버를 소개하는 세리머니 말미에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그의 표정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사회자가 목 터져라 외치는 그의 이름이 체이스 센터에 울려 퍼지자 관중의 환호성에 답하는 그의 얼굴이 밝아진다. 커리와 그린, 위긴스, 조던 풀 등 동료 선수들이 다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각자 약속된 손동작을 나누며 그의 컴백을 축하하고 파이팅을 외친다. 나 또한 박수를 치며 그의 무사 귀환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얼마 만에 그가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라이브로 지켜보는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허리 디스크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드레이먼드 그린이 몸소 출전해 센터 라인의 점프볼을 다투곤 바로 교체되었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한 몸에 받으며, 커리로부터 패스를 받아 천천히 드리블을 치는 탐슨. 그의 컴백은 대성공이었다. 팀의 첫 득점은 페인트 존으로 파고든 그가 가볍게 띄운 오른손 플로터였다. 2 쿼터 중반, 골밑으로 드라이브해 작렬시킨 덩크가 터지자 난 두 손을 불끈 쥐고 육성을 터뜨렸다.

"오옷! 부상 전보다 컨디션이 더 좋잖아?"

착지하며 중심이 살짝 무너졌는지 바닥에 손을 짚는 탐슨을 보고 처음 부상을 입었을 때의 악몽이 떠올랐다.

워워. 조심조심.. 간만의 실전에 흥분한 건 알겠는데 제발 덩크는 자제하자. 이번에 또 다치면 정말 다시 보기 어렵다고.. 덩크를 성공하고 상대를 돌아보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그의 표정이 자신만만하다.

정말 돌아온 거냐. 정녕코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우린 자네를 잊지 않았다고.. 긴 시간 재활을 견디고 돌아온 골스의 영원한 백넘버 11번, 파이널 6차전의 사나이, 슛감이 폭발하면 누구도 못 막는 기계 신이자 거만하기 그지없는 의자왕.. 그의 화려한 재림이로다. 탐슨과 영혼을 나눈 단짝이자 스플래시 브라더인 커리가 타월을 허공에 내리치며 코트 밖에서 껑중껑중 뛰어오른다. 이후 깔끔한 3점 슛까지 연이어 성공시키며 그는 첫 경기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4 쿼터 2분을 남기고 골스의 승리가 굳어지자 벤치로 물러나는 그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기립박수와 환호성. 3점 슛 3개 포함 17 득점. 그는 두 팔을 활짝 날개 펼쳐 위아래로 흔들며 성원에 화답했다.


이후 경기들은 그의 앞길에 험난함을 예고했다. 부상과 장기간 휴식으로 인해 느려진 발은 그의 장기인 한 박자 빠른 캐치 앤 슛의 리듬을 흔들었다. 상대 팀의 에이스를 포위하다시피 달라붙어 락다운시켰던 그의 질식 수비는 이제 빠른 사이드 돌파를 막기에는 힘겨워 보였다. 던지는 슛마다 궤적이 제각각인가 하면 영점이 흔들려 턱없이 빗나가는 점퍼 시도가 늘어났다. 고개를 숙이고 살짝 처진 어깨를 들썩이며 벤치로 물러나는 탐슨의 모습은 정말이지.. 그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부상 이전의 플레이 스타일과는 다르게 드리블이 늘어나고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는 그가 영 불편하다는 팬들의 게시물이 종종 눈에 띄었다. 팀은 패배가 쌓여 어느새 서부 리그 3위로 내려앉아 상승세가 꺾였다. 급기야 스티브 커 감독과 몇몇 동료 선수들이 탐슨은 2년 만에 복귀한 선수이다 - 그러니 우리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그를 지켜봐야 한다는 언급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등번호 11번. 유니폼에 새긴 금문교가 인상적이다.



"He's just gotta be Patient."

맞는 말이다. 그는 참고 기다리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 정상 컨디션 회복을 위해 조급한 플레이는 금물. 어차피 탐슨은 플레이 오프 시즌에 제 실력을 발휘하면 된다. 그렇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주말을 맞아 성사된 밀워키 벅스 전은 사실 팬들 입장에서도 패배를 각오한 대전이었다. 아데토쿤보의 전성기 샤킬 오닐을 방불케 하는 저돌적인 돌파는 골스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비는 송곳과도 같을 테니까.

미들턴을 위시한 벅스의 궁수들은 최근 명중률이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 즈루 할러데이를 내세운 수비진 또한 4 쿼터 내내 공격수를 코너로 몰아붙이는 철벽 수비를 자랑한다. 한마디로 창으로 모자라 방패로도 후려 패는 한치의 틈이 없는 난적이다. 동부 리그의 원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올해 파이널 리핏을 노리는 뿔 사슴 군단이 골스의 홈구장에 난입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린다. 체이스 센터의 2만 여 객석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코트가 꽉 차도록 자리 잡은 양 팀의 선수들은 각자 빈 틈을 찾아 파고든다. 한눈에 보기에도 하얀 유니폼의 벅스 선수들이 길쭉길쭉하다. 그들 중에 유난히 덩치가 크고 골스 센터에 비해 머리 하나는 더 얹어놓은 듯한 장대 선수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야니스 아데토쿤보'. 신장 211cm, 양팔을 옆으로 펼친 윙스팬이 무려 221cm이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수호하는, 거대한 대리석으로 빚은 근육질 석상을 연상하면 되겠다.

한수 접고 마음을 비운 채 두 팀의 빠른 공수 전환에 감탄하는데 웬걸.. 2 쿼터 중반이 지나도록 골스가 밀리지 않네. 오히려 근소한 차이로 앞서기까지 한다. 이러다 오늘.. 사고 치는 거 아니야? 벅스를 잡는다면 대어를 낚는 셈이다. 골스 선수들의 몸놀림이 가볍다. 지난 경기 내내 속 썩이던 고질적인 실책과 턴오버가 뜸하고, 기복이 심한 위긴스의 자유투가 모두 들어간다. 떠오르는 별, 조던 풀의 빠른 돌파와 장거리 점퍼는 여지없이 적중이다. 그들 중에 모두의 이목이 쏠리는 선수가 있으니 그가 바로 '클레이 탐슨'.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접전 상황에서 찬물을 뿌리는 그의 3점과 미들슛이 연이어 작렬한다. 곧장 벅스의 부덴홀저 감독은 흐름을 끊고자 작전 타임을 부른다. 타오르는 기세를 누르고자 수비 전술을 바꾸어도 소용이 없다. 커리를 제외한 골스의 모든 선수들의 슛감이 최고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커리가 볼을 잡을 때마다 벅스의 수비수는 어쩔 수 없이 더블팀으로 압박한다. 마치 쇳가루가 말굽자석에 달라붙는 것처럼..

그를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삼키는 것과 같은, 자폭 행위나 마찬가지다.

겹겹의 수비벽을 뚫고 오픈된 공간으로 찔러준 패스는 어김없이 탐슨이나 위긴스, 풀에게 향한다. 그들의 손을 떠난 볼은 바스켓을 철썩, 뒤흔들고 팬들의 함성이 터진다.



탐슨은 NBA의 즐비한 슈터들 중에도 유난히 돋보인다. 그의 슛 릴리즈는 전광석화. 눈 깜박할 새, 둥근 농구공은 그의 손을 떠나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로 빨려 드는 와중이다. 벅스의 장신 수비수가 손을 뻗어도 좀체 닿지 않는다. 패스를 잡자마자 드리블을 치지도 않고 까치발로 날아올라 바로 슛을 던지는데 백발백중에 가깝다. 백전노장 저격수가 겨냥한 일발처럼 적에게는 치명적 타격이다.

슛 터치는 어찌나 부드럽고 군더더기가 없는지.. 그의 손 끝을 떠난 볼은 핑그르 회전을 거듭하며 링을 스치지도 않고 통과한다. 상대는 속수무책이다.

얼씨구야, 막판에 새로운 필살기까지 선보인다. 수비수를 등지고 포스트업을 하다가 뒤돌아 페이더웨이를 던지는 게 아닌가? 마이클 조던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그것이다. 속절없이 실점이 더해진다. 발놀림이 느려진 약점을 보완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갈고닦은 기술임에 분명하다. 바짝바짝 입 안이 마르고 패배의 예감에 애끓은 나머지 머리가 허옇게 샌 사슴 군단의 감독은 탄식을 뱉는다.

가쁜 숨이 턱 하니 막히는구나! 아데토쿤보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지만 이번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정규 시즌 최다승을 거둔 15~16 시즌의 최강자, 상대를 빠른 오프볼 움직임으로 압살하는 모션 오펜스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골스가 부활한다면 그 누구도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니까.

승부는 4 쿼터 중반에 기울었다. 점수차가 벌어져 가비지 멤버로 교체될 때까지 탐슨은 38 득점을 올렸다. 2019년 3월 이후 최다 득점이란다. 3점 슛은 8개 성공. 경기를 라이브로 지켜본 체감 상, 슛을 쏘면 쏘는 대로 다 들어갔다. 부정할 수 없는 미친 슛 감각에 소프트한 볼터치의 향연. 3점 슛의 명인이자 기계 신의 부활을 알리는 청신호가 켜졌다.

클레이 탐슨의 진정한 복귀전은 바로 오늘, 벅스 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살아나자 다른 선수들도 덩달아 신이 났는지 슛을 놓치는 법이 없다. 장신 센터의 부재로 인해 경기 막바지로 치달으면 리바운드가 항상 열세였는데 오늘은 아데토쿤보를 상대로 공격 리바운드도 곧잘 뺏어낸다.

강적을 상대로 승수를 챙긴 오늘 골스의 승리는 전적으로 클레이 탐슨에게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창창한 그의 앞길에 꽃길만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가 '나비처럼 날아올라 기계처럼 슛을 쏘는' 간결하고 정확한 움직임을 유지한다면..

불세출의 슈퍼스타 커리를 필두로 위긴스, 조던 풀, 쿠밍가 등 다른 선수의 폼이 살아난다면..

곧 합류하는 그린과 와이즈먼이 부상을 입지 않고 올 시즌을 마무리한다면..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즈는 저물지 않는 황금기를 다시 한번 맞이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