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미국 프로 농구의 올스타 게임은 보통 2월 중, 주말을 낀 사나흘 일정으로 진행된다.
굵직한 일정을 살피면 1, 2년 차 루키 스타들의 팀 대전, 스킬/3점/덩크 콘테스트 마지막으로 메인이벤트라 할 수 있는 올스타 게임 순으로 펼쳐진다.
3점 슛 콘테스트에 참가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간판스타 '칼 앤서니 타운스'. 그는 가드 못지않은 슛 정확도를 자랑하며 장신 센터로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전에 우승한 케빈 러브와 더크 노비츠키는 당시 포지션이 파워포워드였다고 한다. 슈퍼스타이자 넘버원 슈터 커리가 불참하긴 했지만 트레 영, 케나드, 맥컬럼, 밴블릿, 밀스, 베인 등 각 팀의 잘 나가는 궁사들이 즐비한 콘테스트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은 그의 커리어에 남을 만한 기록이라 하겠다. 덩치에 비해 아담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타운스의 표정이 해맑다.
개인적인 바람은 이번 수상이 코로나 판데믹으로 어머니와 삼촌 등 가까운 이들을 6명이나 잃은 그에게 위안이 되고, 세간에 저평가되는 그의 커리어를 반등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올해 덩크 콘테스트는 뭔가 빠진 것처럼 심심했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몇몇 관중들의 표정도 심드렁하다.
아쉽게 실패하더라도 아크로바틱한 묘기에 가까운, 독창적이고 기발한 덩크 퍼포먼스가 보이지 않았다. 참가 선수들도 경쟁심을 자극하는 라이벌의 부재 탓인지 갈수록 눈에 힘이 풀리고, 백보드와 링을 자신의 첫사랑처럼 얌전하게 조신히 다루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하고 연신 하품만 나온다.
결국 '16년도 잭 라빈과 애런 고든의 레전드 덩크 대전을 유튜브로 다시 보는 게 낫겠다는 유혹에 넘어갔다.
유감스럽지만 뉴욕 닉스의 오비 토핀이 우승한 이번 덩크 콘테스트는 하이라이트 필름마저 볼거리가 없었다. 아무리 최근 농구 트렌드가 3점 슛을 난사하는 스타일로 변화했다고 하지만, 프로 농구의 방점을 찍는 화룡점정이자 기울어진 판세를 단번에 가져올만한 것은 역시..
링이 한껏 꺾이고, 충격을 받은 백보드가 산산조각 나고, 골대가 허리를 수그리도록 내리꽂는 '슬램 덩크'인 것이다. 샤킬 오닐이 루키 시절에 선보인 몇 번의 백보드 파괴 덩크를 떠올려 보라!
NBA 사무국은 농구 팬들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라빈 vs. 고든. 그들의 젊음과 활력이 사그라들기 전에 리매치를 성사시켜 달라. 자 모란트, 앤서니 에드워즈, 쿠밍가 같은 파이팅 넘치고 주목받는 신인이 함께 출전하면 금상첨화. 르브론과 듀란트의 직속 후계자로 꼽히는 아데토쿤보마저 참전한다면 대박이겠다. 아마도 그날의 덩크 콘테스트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로 길이 남으리. D-day 현장 티켓은 암표 팔이가 기승을 부릴 것이고, 그 값은 천정부지로 몇 배나 치솟을 것이다. 자연스레 시청률 떡상, 흥행 대폭발은 따놓은 당상이겠지.
오늘 벌어진 NBA 올스타 전은 75주년을 맞은 미국 농구의 긴 역사를 천천히 되감아 보는 시간이었다. 하프타임을 맞아 사전에 선정된 75명의 NBA 역대 위대한 선수들을 차례로 호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흑백의 현역 시절 플레이 사진과 이름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한 자들. 반백의 할아버지가 되어 지팡이를 짚고 비틀대는 걸음을 옮기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는 왕년의 센터이자 포워드, 가드들. 누군가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 모두들 숨을 죽인 채 그의 덩크 모션이 담긴 스틸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반면에 창창한 젊음과 반짝이는 눈빛을 과시하며 앞서 호명된 레전드들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당당하게 선 현역 플레이어들이 보인다.
그들은 오늘만큼은 동부와 서부, 르브론팀과 듀란트팀이라는 타이틀과 이 악물고 맨몸이 부서져라 격한 몸싸움 끝에 쌓인, 해묵은 악감정을 모두 버리고 한 팀으로 뛰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선수들이 성난 야생마처럼 파고들고 휘달리는 직사각의 농구 코트 안에서 다음 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굳이 비유하자면 일촉즉발의 째깍대는 시한폭탄을 미친 듯이 드리블하고 앞서 달리는 동료에게 던지는 상황.
운이 다하고 체력이 떨어진 누군가는 착지하다가 발목이 뒤로 돌아가고, 무릎이 꺾이고 뒤틀리는가 하면 알게 모르게 누군가 휘두른 팔꿈치에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가끔은 분을 참지 못하고 볼썽사나운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그들은 언젠가 자신도 들것에 실려서 아니면 동료의 부축을 받아 절뚝이며 라커룸으로 물러나는 신세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시행착오 끝에 농구 코트라는 살벌한 전장에서 모두가 가능한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오랜 기간 NBA 시즌을 접하다 보니 눈에 띄는 선수들의 암묵적인 룰 아니 매너라고나 할까, 공통된 행동이 있다.
팀메이트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 모두가 농구 코트를 떠날 때까지, 시간이 흘러 노쇠한 끝에 은퇴할 때까지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 않도록 보살피고 상대를 위협하는 더티한 플레이와 선을 긋는다.
부득이하게 경기 중 자신의 과격한 플레이로 상대가 쓰러지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민다. 비록 그가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멱살을 잡을 지라도..
휘익, 4 쿼터 종료 휘슬이 울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낯으로 상대를 껴안고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쌓인 감정을 털어낸다.
눈앞의 1승을 원하는 매 게임의 투쟁심과 파이널 우승을 향한 집착을 넘어서는 끈끈한 동료애, 같은 처지의 동행자를 배려하는 그 마음이 없었다면..
MVP에 선정된 커리의 3점 슛 16개를 포함한 50 득점 그리고 승부를 결정짓는 (조던의 마지막 올스타전 클러치 샷을 오마주한) 르브론의 외다리 페이더웨이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호각을 다투는 명승부를 연출한 올스타전을 편히 즐기지 못했으리라.
자신을 무릎 꿇린 상대 에이스의 귓가에 축하의 한 마디를 전한 그들이 없었다면.. 고개 숙이고 퇴장하는 패자를 붙들어 위로 섞인 포옹을 하는 자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한 세기에 가까운 NBA 75 시즌 동안, 각각의 코트 매 승부에서 승패를 초월한 혼신의 플레이를 펼친 기라성 같은 저 선수들의 이름은 지워졌을 것이고 다시는 호명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