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번들거리는 유난히 까만 피부는 질 좋은 흑단처럼 빛이 난다. 스치기만 해도 피가 배어날 듯한 날카로운 눈빛은 먹잇감을 노리는 흑표범을 닮았다. 영락없는 마이클 조던의 그것이다.
NBA 동부 리그의 강자, 마이애미 히트의 포워드 '지미 버틀러'. 그는 적지 보스턴 TD 가든을 가득 메운 초록 물결을 잠재우며 승부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한 발 앞서 파이널에 안착한 골스의 '그린'이 다음 상대로 셀틱스를 지목한 것이, 그의 마음 깊이 도사린 승부사 기질을 건드린 걸까?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ECF) 6차전. 시리즈 전적 3:2로 열세에 처한 팀을 구해야 하는 상황. 버틀러는 초반부터 전의를 다졌다. 내 외곽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그의 정확한 슛 터치는 절정에 달했다. 필드 골 성공률은 55.2%, 3점 슛은 8개 던져 그중 절반인 4개를 꽂았다. 그가 골밑 돌파를 시도할 때마다 보스턴의 수비는 겹겹으로 벽을 두르고 에워쌌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요한 승부처마다 터진 그의 앤드원은 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보스턴 홈 관중들의 고함을 일시에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4 쿼터 40초가량을 남기고 '스트러스'의 인바운드 패스를 받아 우측 사이드에서 던진 미들 슛은 결정적이었다. 2초, 1초. 제한 시간이 턱 끝에 다다른 시점에서 던진 그 슛이 골망을 흔들자, TD 가든에 운집한 팬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간, 긴 승부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타. 누군가는 그의 턴어라운드 슛을 두고 'Masterpiece!' 라 표현하더라. 오랜 세월 기술을 갈고닦은, 강심장을 지닌 농구 장인의 작품, 그 자체다.
90년대 말, 원숙함이 묻어나고 체공력이 돋보이는 누군가의 페이더웨이 샷을 떠올리는. 활강하는 검은 독수리처럼 하늘에 눕다시피, 모든 이를 낮보며 꽂는 레전드의 고공 점프 샷을 오마주 하는.. 과거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유타의 비빈트 아레나 등 적지에 모인 팬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좌절케 한 '마이클 조던'의 클러치 플레이의 재현. 마치 그가 TD 가든을 융단 폭격하기 위해 버틀러의 몸을 빌려 다시 코트에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한 마디로 오늘 버틀러의 움직임은 전성기 조던이 재림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경탄을 자아냈다.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상대 에이스의 목을 졸라 질식시킬 것처럼 압박하는 그의 수비를 보라.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는 몸을 던져 적의 패스를 가로채고, 현란한 드리블 리듬을 무너뜨렸다. 팀 내 최다인 4개의 스틸을 기록하며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고 속공으로 연결시켰다. 그는 공수 양면에서 지치지 않는 템포를 유지하며 무려 46분 동안 코트에서 활약했다. 단, 2분 간 벤치에서 쉬었을 뿐이다. 자잘한 부상으로 몸이 성치 않을 텐데도 그는 거침없이 몸싸움을 벌였다. 총득점은 47점. 통산 플레이오프 커리어 하이란다. 경이로울 따름이다. 팀 동료들은 그의 헌신적인 플레이를 지켜보며 덩달아 사기가 올랐다.
'카일 라우리'는 '19년 토론토 랩터스의 우승 시절로 회귀한 듯한,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 팀의 세부 전술을 리딩하고 18 득점을 올려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P.J. 터커'는 어떤가? 그는 30대 후반의 노장임에도 녹슬지 않은 수비 실력을 과시했다. 막판 보스턴의 에이스 '테이텀'의 공을 뺏어내는가 하면, 높이차가 역력한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그에 맞서는 보스턴 셀틱스는 결정적인 순간에 뒷심이 부족했다. 테이텀과 브라운은 기대만큼의 플레이를 펼쳤고, 데릭 화이트는 고비마다 추격하는 골을 터뜨렸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이적한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4 쿼터 중후반, 홈 팬들을 열광시킨 잠시의 역전극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마이애미 히트의 식지 않는 투쟁심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팀을 이끄는 '호포드'는 이번이 그의 생애 최초 파이널 진출을 위한 마지막이자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으리라. 전담하여 막는 '아데바요'를 꽁꽁 묶느라 힘에 부치겠지만, 최소 15 득점은 올려야 승산이 있을 것이다. 우도카 감독은 체력이 떨어진 노익장 호포드 대신 로버트 윌리엄스 3세(로윌삼)를 후반에 적극 기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 3 쿼터까지 골밑을 장악한 로윌삼이 이후 벤치로 물러나는 바람에 히트와의 막판 힘 대결에서 점차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이로써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은 7차전이 확정되었다. 차주 월요일 오전, 마이애미 홈구장 FTX 아레나는 전석이 매진되어 뜨거운 열기가 넘칠 것이다. 난 상대적인 언더독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마이애미 히트의 분전을 바란다. 지미 버틀러가 그 시절 조던이 빙의한 것처럼 맹활약을 이어갈지, 아니면 보스턴이 원정 경기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다수의 예상대로 파이널에 진출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어느 팀이 승리하든 일방적인 차이로 싱거운 승부가 나기보다는 끝까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진검 승부를 펼쳤으면 한다.
그들이 진땀 승부를 거듭해야, 그래야 먼저 파이널에 진출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한결 유리하지 않겠는가? 자택 소파에 편히 누워 휴식을 취하는 골스의 커리. 그는 오늘 ECF 6차전 승부를 지켜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