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가 엇갈린 언더독들

UFC 271 & NFL 슈퍼볼 LVI를 보고..

by 라미루이



1.

근육질 몸매가 즐비한 UFC 판에 어울리지 않게

옆구리 늘어진 비곗살 파도치듯 출렁대는 어느 헤비급 선수

살기등등한 눈길로 자신 휘어잡고

통나무만 한 팔뚝으로 찍어 누르는 상위 랭커 선수에 맞서

비져 나온 뱃살에 고무줄 늘어졌는지

자꾸만 흘러내리는 트렁크 팬츠

한 손으로 걸핏 추켜올리면서도 한치 물러섬 없이

빗나간 서로의 팔이 뒤엉키도록 맞펀치 휘둘러 결국,

육중한 엘보 샷을 코너에 몰린 상대의 왼쪽 목덜미에 적중시켰다

맥없이 쿵! 두 다리가 풀려 앞으로 고꾸라지는 검은 물소 '데릭 루이스'

재빨리 넉다운된 그를 감싸고 둘 사이를 가로막는

심판의 제지로 승리를 확인한 '타이 투이바사(Tai Tuivasa)'는

처음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가

이내 천진난만한 얼굴로 허릿춤을 빙그르 돌리며

방금 전까지 파고드는 상대의 끈적한 땀냄새를 맡던

펜타곤 위에서 자신의 물컹한 똥배와 옴팡 파인 배꼽을 온 천하에 과시했다

파격적인 그의 시그니처 세리머니 또한 이어졌다

더 이상 회자되지 않는 패자들의 비릿한 핏자욱 물든

육각진 을 내려와 관중들의 환호와 하이파이브에 화답하다가

어느 여성 팬 건넨 끈 풀린 하이탑 캔버스화에

누군가 마시던 맥주를 가득 따라 단숨에 들이켜곤

자신의 머리 위 거꾸로 들어 허연 거품만 남은 술 탈탈 터는

승리한 언더독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과연 투이바사는 다음 대전도 요란한 쇼맨십을 연출하며

은빛 왕좌에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는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지

이후 행보가 궁금하다


투이바사 선수의 파격적이면서 유쾌한 세리머니..



2.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라 일컫는 NFL 파이널 '슈퍼볼(Super Bowl)'.

올해도 어김없이 56번째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 두 팀이 단판승부를 벌였다.

개인적으로 마홈스가 버티는 강력한 우승후보 캔자스시티 칩스를 명승부 끝에 꺾고 올라온 신시내티 뱅갈스가 최종 승자이길 원했다. 하지만 우락부락한 사내 무리가 폭주 기관차처럼 마주 달려와 맨몸으로 부딪히는 처절한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청바지 앞주머니에 넣어둔 메추리알처럼 깨지기 쉬운,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풋볼 팀의 사령관 쿼터백.

그 전방을 호위하는 센터와 가드, 태클진을 뜻하는 일명 O 라인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뱅갈스의 O 라인은 상대 LA 램스의 디펜스진에 비해 한 수 아래였으니,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격돌할 때마다 여지없이 밀리고 구멍이 뻥뻥 뚫렸다.

젊은 QB 조 버로우는 접전 상황에서 전진 패스를 뿌리지도 못하고 자신보다 덩치가 두 세배는 나갈 법한 드럼통에 7번이나 짓밟히고 깔리는 수모를 당했다.

경기 도중 그가 sack을 당할 때마다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탄식을 지르며 그를 염려하는 신시내티 여성 팬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잡힌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의 허리나 무릎이 반대로 꺾여 들것에 실려나가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마친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국 LA 램스는 상대의 뻔한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22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뱅갈스의 4 쿼터 마지막 기회로 주어진 4th 다운을 날려버리는 애런 도널드의 sack 장면은 오늘 슈퍼볼의 승부가 어디서 갈렸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반면에 그의 거친 태클에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도 동료 리시버를 향해 근접 패스를 던지고, 패배 이후 의연한 눈빛으로 필드를 빠져나가는 조 버로우의 모습은 뱅갈스가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약점을 보완해 다음 기회를 거머쥐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평할 수 있겠다.


다음 NFL 슈퍼볼은 어떤 언더독들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연승 행진 끝에 출사표를 내밀지 기대되는 바이다. 해마다 리그 꼴찌를 두고 다투는 디트로이트의 사자들 그리고 잭슨빌의 재규어 군단이 어쩌면 그 반란군에 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꿈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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