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의 챔프는 방심하지 말아야 했다. 끝까지 도전자를 코너로 밀어붙여 테이크 다운 시도를 해야 마땅했다. 최종 라운드의 끝이 날 때까지 거리를 좁혀 그를 압박해야 했다. 그렇게 긴장을 풀지 않았다면, 5라운드 막판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6차 방어전에 성공해 챔피언 벨트를 지켰을 테고, 옥타곤 연승 무패 기록을 유지했을 것이다.
UFC 278 메인이벤트로 열린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과 자메이카 출신의 도전자 레온 에드워즈의 경기. '나이지리아의 악몽'이라 불리는 우스만은 파운드 포 파운드 1위, 즉 UFC 체급을 막론하고 체력과 타격 기술, 경기 운영 능력 등을 평가했을 때 랭킹 1위로 꼽히는 최강자다. 1라운드 시작부터 목줄이 풀린 짐승처럼 어슬렁대며 접근하는 챔피언. 진홍색 트렁크의 도전자는 침착하고 동작은 절제되어 있다. 서로의 탐색전이 끝나고 우스만은 상대를 코너로 몰아붙여 테이크 다운을 시도한다. 철망에 의지한 채 필사적으로 중심을 잃지 않으려 버티는 에드워즈. 기회를 엿보던 그는 몸을 돌리더니 우스만의 오른 밭다리를 걸어 중심을 무너뜨렸다. 챔피언은 UFC에 데뷔한 이후 처음 테이크 다운을 뺏기며 체면을 구겼다. 풀 마운트 상태로 상체를 제압당해 꼼짝을 못 한다. 심지어 자신의 목을 노리고 감아드는, 기요틴을 노리는 상대의 팔을 방어하느라 진땀을 쏟는다. 해설자는 탄성을 내지르고, 옥타곤을 둘러싼 관중들의 환호가 터진다. 우스만은 경기 시작부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이전에 맞붙은 상대와 급을 달리 하는 '레온 에드워즈'. 그와 대적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퍼부어야 함을 깨달았으리라.
경기는 시작부터 열기가 끓어오른다. 챔피언은 기어오르는 도전자의 기세를 꺾기 위해 시종일관 거리를 좁히고 저돌적으로 달려든다. 수 차례의 근접전 끝에 에드워즈는 수세에 몰리고, 몸싸움에서 밀린 그는 우스만을 공략할 틈을 찾지만 여의치가 않다. 그렇게 챔피언의 우위가 점쳐지는, 비슷한 흐름으로 라운드 4가 끝나고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5 라운드 중반 이후 우스만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는지, 아니면 지칠 줄 모르는 황소와 같은 체력이 떨어졌는지 점차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두터운 벽을 뚫고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드워즈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상대의 약점을 찾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타격 중심으로 경기 양상이 바뀌면서 챔피언의 안면과 복부, 하체를 노리는 펀치와 킥의 빈도가 늘어난다. 그럼에도 우스만은 느슨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경기 종료 1분 전,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되나 싶을 즈음. 에드워즈의 미끼 삼아 던진 왼손이 쭉 뻗는가 싶더니 동시에 그의 왼발 하이킥이 번개처럼 날아왔다. 상대의 목뼈를 으스러뜨릴 듯한, 둔탁하면서도 날 선 타격음이 사방에 울린다. 불시에 기습을 당한, 전광석화와 같은 일격에 우스만의 온몸은 퓨즈가 툭 끊어진 것처럼 마비되었다. 강한 충격을 받은 오른 목덜미가 꺾이더니, 그토록 굳건하던 강철 다리가 삽시에 허물어졌다. 동공이 풀린 채 그대로 쓰러져 버린 챔피언. 그와 동시에 승리를 확신한 도전자는 더 이상 타격은 불필요하다는 듯, 양팔을 높이 쳐들었다. 천천히 등을 돌려 케이지를 타 넘었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기뻐하는 코치들. 경악을 금치 못하며 머리를 감싸 쥐고, "Oh My Goodness!"를 연신 외치는 해설자들. 수많은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하여 새로운 웰터급 챔피언의 등극을, UFC 역사에 길이 남을 업셋을 열띤 환호로 축하했다.
격투기 역사 상 길이남을, 충격적인 헤드킥을 적중시켜 최강자를 무너뜨린 '레온 에드워즈'. 그는 궁지에 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종내는 승리를 쟁취했고, 사무치는 그간의 노고와 격앙된 흥분이 휘몰아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타오르는 기쁨은 잠시 뿐. 이전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것에 격노하고, 재대결을 위해 칼을 갈 것이다. 자신의 챔피언 벨트를 찾기 위해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처럼, 어김없이 옥타곤에 오를 것이다. 혼돈에 빠진 웰터급 타이틀을 노리는 수많은 경쟁자들 또한 링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벌써부터 새로운 웰터급 챔프의 다음 방어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