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대 빵집, 군산 이성당에 들르다

by 라미루이

2023.09.24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군산의 명소, '이성당'에 들렀다.


교통 혼잡을 대비해 멀찍이 차를 세워 놓고 걸어서 온다. 이성당 간판 아래에는 할머니 두 분이 쪼그려 앉아 시금치며 쪽파, 옥수수 등을 빨간 대야에 담아 놓고 파는 모습에 눈에 띈다. 몇몇 행인들이 수북이 담아 놓은 깐 마늘에 흥미를 보이며 얼마냐고 묻는다.


이성당은 빵뿐만 아니라, 신선하고 아삭한 샐러드 샌드위치 또한 유명하다.

구관에 들어가자 북적거리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성당의 명물 단팥빵과 야채빵은 이미 동이 났다. 쌀빵과 꽈배기, 고로케도 하나둘씩 없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빈칸을 드러낸다. 잠시 후 넓적한 양은 쟁반에 갓 구운 빵을 가득 담아 내올 때마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집게질을 하기 바쁘다. 아이들은 거북 등껍질을 닮은 멜론 빵과 큼지막한 소시지가 가운데 박힌 피자 빵에 관심을 보인다. 줄을 선 채, 앞사람을 따라가며 이것저것 담다 보니 유산지를 덮은 쟁반에 쌓인 빵들이 수북하다.




계산을 마치고 옆의 cafe 건물로 이동한다. 신관 1층에는 일본 화과자를 닮은 고급 양과자와 롤케이크들이 진열되어 있다. 윤기가 도는 먹음직스러운 디저트 류를 보고 군침을 흘리다가 2층으로 향한다. 자매는 신이 나서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오늘은 휴일인데도 카페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사람들이 장거리 여행을 자제하나 보다. 오후 햇빛이 강렬해서 안쪽에 자리를 잡고 카운터에서 밀크셰이크를 주문했다. 여러 빵들과 더불어 이성당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그 셰이크다. 투명한 유리컵에 담긴 꾸덕하면서 농밀하고, 달달한 밀크셰이크는 아이들이 먼저 차지한다. 빵을 먹다가 목이 멕히고 텁텁할 때면 아이스커피보다 순백의 셰이크에 손이 가곤 한다. 정말이지 두 잔이고 세 잔이고 원 없이 무한 흡입할 수 있는, 마약과 같은 음료가 아닐 수 없다.



쟁반 위에 주문한 빵들을 꺼내 펼친다. 먼저 담백한 쌀빵을 한 입 베어 문다. 군산은 예로부터 비옥한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양질의 쌀들이 집결하는 항구 도시였다. 일제는 이를 놓치지 않고 군산을 양곡 수탈의 근거지로 삼았다. 이성당은 애초에 일본인 가족이 운영하던 빵집이었다. 당시 상호는 '이즈모야 出雲屋'였다고 한다. 굳이 풀어보자면 '솜털 구름이 퍼지는 곳'이라 해야 하나.

1945년 8월, 일제가 패망하면서 도망가다시피 바다 건너 귀국한 그들을 대신해 '이석우' 창립자가 빵집을 이어받았다. 그는 일본의 앞선 제빵 기술을 익히고, 가업 확장을 통해 지금의 이성당으로 키웠다고 한다. 한국의 유서 깊은, 레전드 빵집은 이렇게 태동했다.


쌀의 집산지인 군산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이성당은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를 주재료로 빵 반죽을 만든다. 덕분에 이성당의 모든 빵은 베어 물면 밀가루의 퍼석함이 아닌, 잘 익히고 구운 찰떡을 씹는 듯한 쫀득하고 고소한 식감을 자랑한다. 밀도가 높은, 치밀하면서도 부드럽게 풀어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아무 앙금이 들지 않은 쌀빵과 곰보빵을 오래 씹으면, 질리지 않는 단맛이 입안을 채운다. 이래서 이성당, 이성당 하는가 싶다. 평일에도 갓 구운 빵 맛을 보고자 먼 외지에서 원정을 오고, 각지로 흩어질 택배 박스가 산처럼 쌓여 있다.



이성당의 대표 빵이라 할 수 있는, 야채빵과 단팥빵은 일단 터질 것처럼 두툼하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야채빵을 집어 반으로 갈라 속을 보자. 후추와 마요네즈로 기본양념을 한 양배추 샐러드는 흐물거리지 않고 아삭거리는 심이 살아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구워냈기 때문에 느끼하지 않고 물리지 않는다. 크로켓에 비해 담백하기 때문에 내친김에 두어 개를 더 먹어도 무리가 없다. 다음은 단팥빵. 오목하게 들어간 가운데를 양 엄지로 잡아 길게 찢으면, 가득한 팥 앙금이 쏟아질 것처럼 본색을 드러낸다. 아낌없이 팥소를 담았기에 양적인 면에서 불만은 없지만, 솔직히 그 맛은 다른 베이커리의 유명 단팥빵에 비해 차별점을 찾기는 어렵다. 단팥빵만큼은 집에서 거리가 가까운, '쟝 블랑제리'의 팥알이 씹히고 살아 있는 시그니처 단팥빵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이성당의 크림빵


서넛의 빵을 단숨에 해치웠더니 배가 부르다. 아이들이 홀릭 한 밀크셰이크도 바닥을 드러냈다. 마음 같아서는 이성당의 모든 빵과 과자를 맛보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군산에 짬뽕도 유명하고, 게장 정식도 유명하다지만 오직 한 군데만 들러야 한다면 역시 '이성당'을 택할 수밖에 없다. 주말이면 주차할 자리를 찾기가 어렵고, 끝없이 늘어진 줄의 꼬리를 이어야 한다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평할 수 있다.







이성당 신관 cafe 1층에 걸린 추석 한가위 특집 팝업 배너
오랜만에 이성당에 들러 신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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