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셰발 & 페르 발뢰_마르틴 베크 시리즈 <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다섯 번째 권 <사라진 소방차>. 시리즈 중반에 다다른 만큼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스웨덴 형사들의 수색, 심문, 수사 능력은 원숙한 경지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말단 경찰들은 실수 연발이고, 베테랑 형사들마저 사건의 핵심을 짚지 못해 겉돌 때도 있지만,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려는 근성과 끈기는 최고조에 다다랐다.
성 오틸리아 영명 축일, 어느 사내가 침대에 누워 권총 자살을 한다. 메모장에 익숙한 이름, '마르틴 베크'를 적은 채로.. 마르틴 베크는 목숨을 끊은 그와 일면식이 없다.
초반 서사는 발 빠르게 진행된다. 터프한 형사 '군발드 라르손'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느 공동 주택이 폭발한다. 라르손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다가가 여러 생존자들을 구해내 일약 영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건 발생 초기, 단순 화재 사고라 여겼던 건은 과학 수사를 통해 전문가의 폭발 방화 사건으로 파악되면서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은 원점으로 돌아가 수사를 진행한다.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시간은 기약 없이 흐른다. 하지만 기나긴 터널 끝에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세부를 놓치지 않는 정황 묘사와 인물들 간의 대화는 독자가 실제 현장에 투입된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한다. 공동 저자들 또한 시리즈와 함께 성장을 하고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르면서,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서사의 완급을 조절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을 조성한다. 파열하는 불길과 잔해를 뒤집어쓰며 피해자를 구조하는 형사의 몸부림,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차량을 발견하고 견인하는 과정의 세부 묘사 등 굵직한 줄거리는 흡인력이 상당하고 리얼하게 진행된다.
중간중간 투척된 세부 떡밥을 잊지 않고 회수하는, 디테일을 챙기는 능수능란한 서사 작법. 인터폴과 협조하여 국제적인 프로 킬러를 일망타진하는 시원한 사이다 엔딩까지.. 시작만 거창하고 끝은 흐지부지한 용두사미 스타일의 여타 범죄 스릴러물에 지쳤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