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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루이 Jul 02. 2024

나는 중증 장애아의 엄마입니다

고경애 작가_<그날은 그렇게 왔다>를 읽고..









저는 이 글을 꼭 써야만 했습니다.

우리 준영이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고,

세상 속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13년간 있었다 갔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_작가의 말 







생후 6개월에 폐렴으로 시작된 원인 불명의 병이 악화되어 중증 장애아가 된 준영이.

아이가 사춘기 나이가 될 때까지 13년간 이어진 엄마의 간병 기록.


고경애 작가. 그녀는 준영이 엄마다. 중증 장애아 준영이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일부를

잃어가고 있다. 그녀는 몸을 가누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지난한 시간과의 투쟁인지를 고백한다. 



아이를 껴안은 채, 한 점 빛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면서 그녀는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쏟았을는지.. 두 아이의 아빠로서 속이 끊어지고 문드러졌을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지만, 섣부른 공감의 말을 건네기는 쉽지 않다. 한없는 고통의 시간을 몸소 겪어보지 않고서는 헤아리기 어려운, 나날이 무언가를 상실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처절함, 안타까움, 비애, 집착, 미련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페이지 곳곳에 넘친다. 책은 조심스럽게 더디게 읽힌다. 서서히 끝을 향하는 준영이와 하루라도 생을 늘리려는 엄마의 고투가 이어지면서, 차오르는 눈물을 거두기 어렵다. 애써 담담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끝내 삶의 끈을 놓아버린 아이의 휘어진 뼈를 맞추고, 수의를 입히자 그녀는 탄식을 지른다.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편한 자세로 훌쩍 자라 버린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는 무너져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기나긴 터널 밖으로 나왔지만, 그녀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외부와 단절된, 어둡고 괴로웠던 터널의 시간을 떠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허나 엄마는 먼저 떠난 준영이를 가슴에 묻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망각의 바다 어딘가에 준영이를 가라앉게 둘 수는 없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의 기쁨, 비극이 덮친 이후의 슬픔, 괴로움, 분노, 회한.. 곳곳에 보석처럼 숨겨진 웃음과 행복을 떠올리면서 그녀는 문장으로 층층 쌓아 올린 '애도의 탑'을 완성했다. 그토록 아끼고 보듬던 준영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우리네 삶은 예측불가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인간의 운명은 (신이 존재한다면..) 그의 거대한 손바닥에서 질주하는 한낱 개미들처럼 언제든 짓눌리고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유감스럽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곁의 지인들을 지켜볼수록 신은 무심한 데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언제든 비극의 주역이 되어,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처지가 뒤바뀔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분명 장애 아동을 비롯한 장애인이 존재함에도 그들이 좀체 보이지 않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건 바로 장애인의 이동권마저 보장하지 않는 낙후된 사회 장치와 차별적인 시선이 존재하기에 그들이 좁은 골방으로, 어둑한 그늘로 숨어들고 유폐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증 장애아의 엄마로서 일상을 이어갔던 기억을 되살려, 장애인 이동권과 복지 시설 확충을 위한 국가/민간 지원과 연대/협력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그녀의 의견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비해 너무나 많은 권리를 보장받고 있고, 과다한 편의를 누리고 있다. 사회가 힘들고 고난에 처할수록, 사각지대로 밀려난 장애인의 처지를 돌아보고, 그들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보다 앞서 국가/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직 <그날은 그렇게 왔다>를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면서.. 

저자에게 조심스러운 말을 건네고 싶다. 

저세상에서 준영이는 엄마와 함께 했던 나날들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추억할 거라고..

인간의 운명을 저울질하고 좌지우지하는, 저 냉혹한 신마저도 한 엄마의 무한한 사랑과 헌신, 인내에 감복하여 준영이의 안식을 약속할 거라고.. 당신은 포기를 모르는, 강인하고 자애로운 모성애의 대표이자 모범임을 잊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책 표지를 덮으며 난 저자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고경애 작가 <그날은 그렇게 왔다>는 품을 떠난 아이를 애도하고 기리는 마음으로 쌓은,

그녀만의 탑비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고경애작가 #그날은그렇게왔다 #중증장애아엄마 #다반 #박소영그림 #애도의탑 

#삼가준영이의명복을빕니다 #신간추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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