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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래 붉은 우편함

by 라미루이







다리 아래, 세 개의 괄호가 물을 열어놓았다

괄호 안으로 수천 통의 붉은 우편물이 흘러들어 간다

우표는 물고기 우표의 기호는 지느러미다

구경꾼들이 던진 빵 한 조각에

모든 말들이 일제히 날개를 편다

짧은 지느러미의 박동으로 세상이 답장을 보낸다

난 오래된 주소를 꺼내어 묻는다.

"대체 누구에게로 가는가?"

흐르는 물은 대답 대신 반짝이고

붉은 우편들은 서로 겹쳐지며 줄을 선다



희부연 안개가 편지를 접어 가슴에 끼고 지나간다

어떤 소소한 것들은 끝없이 서로의 등 위에 올라탄다

우체통을 헤집는 내시경, 인간의 말들이 몰려든 풍경

해는 어쩐지 뒤로 물러나고

붉은 신호들이 물 위에서 합창을 시작한다

“그들을 배우고 기억합니다."

“그들이 존재하지 않아요.”

“영원히 배달되지 않을 거예요.”

나는 한참을 서서 그들의 목록을 읽는다

가난한 축제, 작은 약속, 잃어버린 은행 계좌와 아버지의 이름

길모퉁이에서 부서진 시계의 시간표

모두 붉은 겉봉에 싸여 둥둥 떠 있다



어쩌면 이 연못은 도시의 부유하는 우체국

어쩌면 이 다리는 마침표

난 편지지를 접는 법을 잊었고

그들이 서로를 읽는 법만을 배운다

한 번은 입김으로 편지를 접어 보낸 적이 있다

물결이 그것을 열어 보았고

붉은 무리는 나를 향해 몰려와

내 그림자를 우표처럼 붙여갔다

밤이 오면 우편들은 더 붉어진다

불이 꺼지기 전의 마지막 기록처럼..



나는 방황하는 귀에 대고 물어본다

“당신들은 어디로 돌아가려 하는가?”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침묵한다

단지 꼬리를 흔들며

내 무릎 위에 한 장의 온기를 내려놓는다

다음 날 다리 아래엔 빈 봉투가 떠 있고

붉은 점들은 다시 편지를 모은다



나는 오래전부터 시를 써왔다지만

오늘 처음으로 그 편지들을 읽었다










https://youtu.be/baeonbc4rF4?si=7HWRYWXSKsjXJv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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