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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y찡 Jan 07. 2020

프리랜서 강사로 살아남기 #4

당신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나요?

소속이 없는 강사, 내가 나를 지키기

20대 강단에 올랐고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경험들을 40대가 돼서야 경험을 하고 있다.

소속이 없는 강사, 내가 강의를 한 만큼 수입이 보장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의 기획, 계획, 수업 준비 혼자 감당하고 또 내 수업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한 공공기관에  올해 5년째 강의를 하고 있다.

그곳에 첫 단추부터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강사 모집 공고가 홈페이지에 올라와서 일하는 동선에 가까워 지원을 하게 됐고 최선을 다해 면접에 봤다. 합격을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짜고 치는 고스톱에 내가 방패가 되어 합격을 한 겪으로  비쳤다.

"그냥 나를 뽑지 말지....."

"하지 말까? 아니야 그만두더라도 실력 있는 강사라는 걸 보여주자"

이를 악물고 내 수업 콘텐츠를 다른 강사보다 차별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점점 내 수업의 질을 보고 수강생들이 인정을 해줬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곳에 있는 강사들은 내 계획서와 수업 콘텐츠를 짜집기하여 계획서를 올리고 알게 모르게 수업을 진행했다.

올해 다른 팀에서 내가 하고 있는 강의를 다른 강사님에게도 하라고 제안을 했고 같은 요일에 시간대도 내 수업 한 시간 뒤에 배정을 해서 오픈을 하게 했다.

사이트에 확인을 해보니 그 강사 계획서랑 내 계획서가 80% 이상 같았다.

그 강의 주제는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그 주제의 방향성과 내용은 충분히 기획력으로 바꿔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강사의 역량이고 담당자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난 내 강의를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의 담당자를 찾아갔지만, 항상 그렇듯 "강사님, 저는 도와드릴 수 없어요. 힘이 없어요" 언제 인사이동이 될지 모르는 직원은 이런 문제에 개입되는 게 싫을 뿐이다.

"저는 이곳에 2년 동안 계약이 된 강사입니다. 적어도 내가 계약된 기간만큼은 보호받을 수 있는 자격은 있지 않나요?"

그리고 오늘,

2020년 첫 수업을 진행하는데 같은 곳에서 같은 과목을 강의하는 강사가 내 수업에 신청하여 수강을 했다.

출석부에는 명단이 없었는데 다른 이름으로 신청하고 수업을 듣고 계셨다.

진행을 하다가 내 수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 수강생들 앞에서 왜 이렇게 강의를 하냐는 말을 하셨다.

오픈된 자리에서 그 강사님이 다른 이름으로 수강신청을 해서 수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수강생도 알게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내 수업 진행에 대해 불말을 말씀하셔서 다른 수강생들은 불편함을 보였고 나 또한 편하지 않았다.

그 강사 앞에서 나는 도저히 강의를 할  수 없었다.

내 강의법을 보여주고 싶지 않고 내가 노력해서 만든 교안을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본인 발전을 위해 내 수업을 신청하신 거라면 본인 이름으로 수강신청을 하거나, 수업 시작 전 나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게 기본 아닌가?

그 수업안에 그 강사님에게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이 아니었으면 오늘 몰랐을 일이었다.

강의 후 정중하게 "저는 강사님 앞에서 수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고 그 강사는 "내가 내 돈 주고 내가 신청해서 듣는데 무슨 문제냐"라고 말씀하셨다.

내 불편함을 말씀드렸지만 절대 수강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셨고 담당자와 얘기하겠다고 가셨다.

나도 담당자와 통화를 했지만 그 강사는 자기 입장만 얘기했을 뿐, 수업 중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한, 그리고 내 강의에서 불쾌하게 행동했던 것은 당연히 전해지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그 강사보다 더 화가 나는 건, 담당자다.

역시

"강사님, 그 강사님은 수강료를 내셨기 때문에 수업 취소가 어렵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내 강의가 보호받지 못하는 곳에서 강의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나는 뭐가 두려운가?

뭐가 자신이 없어서 이곳을, 질서가 없고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곳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이런 일이 몇 년째데 왜 나는 단단해지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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