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이후 멈춘 시계
나를 위한 글쓰기는 결국 내가 누구인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전달하는 글쓰기다. 잘 전달한다는 것은 읽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 읽는 자가 누구냐에 따라 글의 모양은 달라질 수 있다. 읽는 자가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논리적인 글, 체계적인 글, 명료하게 전달하는 글,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글 등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그 목표에 가닿기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바르게 읽기다. 비판적 읽기의 첫 단추는 저자 의도를 왜곡하지 않고 읽어내는 일, 그것을 자기 말로 요약하는 일이다.
저자가 왜 그런 글을 썼는지, 그가 누구인지, 어떤 매체를 통해 그 글을 발표했는지, 그 글을 쓴 당시 사회적 상황은 어떠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은 그다음 일이다. 글의 의도를 파악한 후, 글이 다루는 내용이 가치로운가? 편협하지 않은가? 글의 길이 논리적인가? 혹은 곧고 타당한가? 등등을 따지는 작업이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글은 곧 사람이라고 했던가? 글의 결이, 글의 길이 글쓴이가 누구인가를 말해준다. 그를 파악하는 작업이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질 때 내 시각은 분명해진다. 역설적이게도 그러하다. 무수한 그들을 읽고 요약하고 판단하는 작업이 나다운 글, 나를 위한 글쓰기를 가능하게 한다. 그렇게 워밍업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나를 위한 글쓰기는 내 글을 읽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를 위해 잘 배열하고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글쓰기라는 말이다.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내 생각을 적절하게 구조화하고 언표 화하는 작업이 나를 위한 글쓰기다.
나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누군가와 변별하기 위해 내가 존재한다. 나는 많은 그들 혹은 다수의 당신들 때문에 비로소 나임을 알게 된다.
작년 12월 3일 이후 내 시계는 멈췄다. 많은 말을 쏟아내는 일보다 함께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쓰기를 멈췄다. 그러다 보니 마무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아도 석연치 않지만 이번 연재는 여기서 멈춘다. 그동안 부족한 연재를 읽어준 분들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