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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Jun 13. 2024

노래의 탄생

여성민요는 언제 태어났을까?  

 

인간에게 노래가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여러 학자들이 말합니다. 인간의 노동으로부터 시작했다 혹은 주술적인 의례가 출발점이다 또는 유희적 본능에서 노래를 했을 것이다라고요. 민요의 발생을 이야기하는 학자들은 민요(백성이 부르던 노래, 민중이 부르던 노래)는 인간의 생산 활동인 노동이나 주술적 행위와 관련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집단적인 노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르게 된 짧은 감탄사의 반복이 노래가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에서부터 인간의 집단적인 종교제의로부터 출발한 것이 노래 혹은 음악의 기원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초기 노래는 감탄사과 같은 짧은 노랫말이었을 것이며 개인적인 노래보다는 소규모의 작은 집단의 수렵이나 채집과 관련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으리라 것이 대략적인 추론입니다.


고정옥 선생님은 원시인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육체를 움직일 때, 그들의 호흡과 맥박이 자연적으로 리듬을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래가 발생하였다고 했습니다. 노동이 점차 유희로 발전해 나가면서 원시 예술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이 선생님의 견해입니다. 


예술이 실용적인 노동에서 시작한다는 고 선생님의 견해는 예술이 노동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노동설과 맞닿아있습니다. 노동에서 시작된 인간의 리듬감으로부터 시작되며 호흡과 맥박에 따른 리듬이 인간에게 예술을 가져온 최조의 자질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리듬의 흔적은 자연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고 선생님은 민요 형성 과정의 최초 형태는 의미 없는 두 서너 절의 음절 소리가 내는 것이 노래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야수를 몰 때의 함성이라든가 합력해서 무거운 물건을 움직일 때의 소리 등으로 “여차여차” 라든가 “에이오 에이오” 같은 소리가 노래의 출발이라는 것이죠.


김무헌 선생님도 사람은 호흡을 통하여 리듬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리듬감이 감정표현을 가능하게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노래라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당하는 일에 괴성을 지르거나 쾌감에서 나오는 무의미한 소리 혹은 힘든 일을 하면서 나오는 소리를 통해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요의 기원은 호흡에서 찾아야 하며 그 호흡이 나오는 과정에서 박자가 생겼고 거기에 감정이 선율을 이루면서 만들어진 셈입니다. 그 선율과 함께 육체적인 동작이 일체감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음절이 생겼을 것이고요.


고정옥 선생님이나 김무헌 선생님은 노동으로 출발된 최초의 노래 즉 민요는 무의미한 단음이 음절을 이루며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단순한 무의미한 소리의 반복에서 출발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를 오늘날 남아있는 노랫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목도일(무거운 물건이나 돌덩이를 밧줄로 얽어 어깨에 메고 옮기는 일, 또는 그 일에 쓰는 둥근 나무 몽둥이를 끄는 노동)을 하는 목도꾼 소리가 바로 그러합니다.

     

 아- 에

 어- 이- 어- 이-

 에- 이

 어여 에어 에어에어에어      


 “아-예-”와 같은 발화는 운반할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소리입니다. 이러한 소리는 육체적인 동작과 함께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됩니다. 이 소리의 리듬감은 운반하는 노동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됩니다.  이 무의미한 소리들은 점자 ‘영치기’, ‘에헤’ 등의 감탄사로 발전하여 이것이 앞선 단계의 노래보다는 더 발전된 형태의 노래로 발전되었을 것입니다.

     

 어기어 어기영차

 어기어 어기영차

 영차영차 어기영차     


이런 노래들의 특징은 대체로 격렬한 노동을 할 때 불린다는 것입니다. 노동은 항상 집단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요. 힘을 한데 모으기 위해 노동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불리는 이런 노래들이 노래의 원초적 단계의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민요의 초기 형태도 이러한 단조로운 소리와 리듬으로부터 시작했을 것입니다.


구석기시대는 낮은 채집 수렵단계의 시기였습니다. 수확은 공동체 분배를 기본으로 했을 겁니다. 강이나 동굴서 불 피운 흔적이 발견되고 있거든요. 뗀석기나 찍개, 찌르개와 긁개, 자르개 같은 도구를 볼 때 식량 공급을 위한 수렵활동이 주된 노동이었다고 보입니다. 동물을 포획하고 나서 부르는 짧은 노래, 포획물을 주거지까지 운반하면서 부르던 노래 등이 이 시기 불렀던 주된 노래라고 추정해 봅니다. 이런 노래들은 남자와 여자의 구분 없이 불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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