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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Jun 20. 2024

노래의 탄생(2)

여성민요의 탄생, 남은 이야기

독일의 뷔허는 <노동과 리듬>이라는 저서를 통해 민요의 기원은 노동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노동하는 움직임에 따라 소리의 박자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민요학자 김무헌 선생님은 노래의 노동기원설을 기반으로 일하면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호흡이 박자를 이루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감정적인 선율이 얹히면서 육체적인 동작과 일체감을 형성하는 소리가 생겨났고, 이것이 단음절에서 다음절로 발전하면서 본격적인 노래 즉 민요가 형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집단적인 노래를 부르는 인류가 나타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 일입니다.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것은 신생대 제4기 홍적세라고 가정할 때(제 지식이 짧아 오류가 있다면 바로 잡아주셔도 됩니다^^), 50-60 만년 전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시기 여러 곳에서 인류가 서식한 흔적이 보입니다. 한반도 역시 함북 웅기와 충남의 공주 등의 구석기 유적을 통하여 짐작할 수 있습니다.      


평양 상원군 검은 모루 유적은 60만 년-40만 년 전 전기 구석인들의 유적인데, 이들은 이미 주먹 도끼를 사용했고 불을 사용한 흔적을 보입니다. 공주의 석장리는 후기 구석기 문화를 나타내는 유적으로 인공적인 집 자리가 발견됩니다. 8-10명의 사람이 생활할 만큼 공간이 확보된 주거지와 불 뗀 흔적 등이 보이고 개와 곰과 새 멧돼지 고래 등도 조각되어 있다고 합니다. 웅기 굴포리라든가 제천, 창내, 화순 대전 등의 유적에도 구석기시대의 인공 주거 흔적도 있습니다. 이들 유적지에는 여러 가지 석기를 비롯하여 당김돌, 누름돌 등 자연에 대응하는 인간의 기술적인 활동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됩니다.      


공주 석장리 유적에서 보이는 개나 곰, 새 따위의 조형물들은 동작예술이나 언어예술과 얽힌 원시적인 예술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조형 예술물에 담긴 사연을 노래나 말로 풀어냈다면 이것이 바로 노래의 탄생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구석기시대는 인류가 아주 완만하게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불을 사용하고, 도구를 사용하였으며, 정착 생활을 하고 채집과 수렵 생활을 통해 생존했습니다. 이 시기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집단을 이루었고 그들의 인지 능력은 육아 활동을 통하여 비로소 축적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진적인 지능의 발달과 생활의 지혜가 축적되어 가면서 인간은 동물과 변별되는 집단적인 문화를 형성하였습니다.      


그들은 생존하기 위해 집단생활을 하면서 식량의 보급하고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방어해 나갔습니다. 혈연을 중심으로 생활했으며 특히 출산과 장기간의 양육이라는 모자관계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이러한 혈연중심 생활을 하면서 도구를 사용하여 수렵활동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주된 생업은 짐승의 이동을 쫒아서 이동하거나 구근이나 나무뿌리, 과실, 버섯 등의 채집을 위해 일시적으로 정착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송어나 연어의 산란기에는 냇가에서 어로작업을 하며 식량을 획득하지 않았을까요.


구석기시대의 유물 대부분은 돌도끼나 찍개, 찌르기 등의 사냥도구였습니다, 이것은 당시의 중요한 생업이 바로 사냥이라는 반증이며 따라서 이 무렵 불렸을 남녀의 노래는 짐승을 쫒을 때 내던 짧은 괴성이나 동물을 포획해서 돌아오면서 부르던 기쁨의 짧은 여음 중심의 노래였을 것입니다.     


수시로 닥치는 생존의 위협 속에서 여성과 남성의 분업이 분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웅기 굴포리에서 발견된 찍개와 긁개를 통해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분업을 하였을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이는 서로 보완관계를 이루는 분업으로 후대의 분업과는 다르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석기시대의 노래는 원시적인 형태의 짧은 외마디 소리로 이루어진 노래로 남성이나 여성 누구나 함께 불렀을 것입니다. 사냥을 위한 노래, 포획한 후 공동체가 부르는 기쁨의 노래 등 최근까지 발견되는 원시부족의 예를 통해 추정 가능합니다.      


집단적인 형태의 짧은 노래로 불린 노동요 외에도 채집과 관련된 노동요 역시 불렸을 수 있습니다. 스페인 암벽화의 꿀 따는 여인처럼 식량을 채집하는 여성들이 모여서 혹 불렀을지도 모를 노래는 앞서 동물의 포획과 운반을 위해 불렀던 노래와는 달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모신 유적을 통해 구석기시대는 주술적인 대상으로 여성들이 숭상되었을 가능성과 이러한 주술적 행위를 하면서 불렀을 개연성 역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여성들은 채집을 하며 출산과 양육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에 맞는 노래를 불렀을 것입니다.  소규모의 혈연 공동체로 살면서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살아야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할 때 부르는 노동요와 종교적 의례에서 불린 주술요가 공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둘의 경계가 불분명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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