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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Jun 27. 2024

여성민요, 태어나 자라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호흡의 주기를 리듬감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리듬감을 감정적인 표출과 연결해 나가면서 노래는 만들어졌습니다. 이 시기 사람들은 단음절의 무의미한 소리를 반복하면서 노래했습니다. 집단적인 노동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고, 노동은 미분화된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해 봅니다.  신석기시대가 도래하고 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 전과는 다른 새로운 생활방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노래에도 물론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홍적세에 이어 충적세가 시작되면서 지구의 기후는 온난해졌습니다. 화산 활동이 정지되었고 사람들은 농경 혹은 목축이라는 생활양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신석기시대를 새로운 혁명의 시대라고 합니다. 약 1만 2천 년 전부터 시작된 이 시기는 간석기와 토기가 사용된 시기였습니다.


  신석기시대의 여성은 구석기시대부터 해 온 채집 활동을 자연스럽게 농경에 접목시켰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리와 저장을 위한 토기가 만들어졌고 이것이 신석기시대를 구분 짓는  증거입니다. 기원전 6천 년 전 사용되었다고 추정되는 토기에 찍힌 지문이라든가 손 자체를 분석해 보면 여성이었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신석기시대의 문화를 담당했던 주역은 여성이었습니다.


  이들은 땅을 파서 만든 움집에서 살았습니다. 암사동, 궁산리, 지탑리, 미사리 집터와 같은 곳을 보면 바다나 강을 끼고 낮은 언덕에서  3-10기 정도의 무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로 생활을 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5-6명의 가족이 들어갈 만큼의 공간에는 중앙에 화덕 자리가 있습니다. 추운 날씨를 대비한 것이라 추정됩니다.


  여성의 주요한 역할이었던 출산과 양육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주거 형태가 여성과 남성의 노동을 가르는 근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탑리 유적의 유물 배치를 보면 화로를 중심으로 곡식을 갈고 조리하는데 쓰이는 갈돌과 토기가 안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돌도끼, 돌창, 돌화살촉은 입구에 놓여 있습니다. 여성이 안쪽, 남성은 입구 쪽에서 공간을 나누어 생활했던 것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신석기  시기 여성들은 식량을 위한 농경을 담당했고 식사를 준비하였습니다. 토기를 굽기도 하고 방추차, 뼈 바늘을 이용하여 직조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포항의 유적에는 뼈 바늘이라든가, 바늘통, 가락바퀴 등이 발견되었고 궁산리에서는 삼 껍질이 발견되었습니다. 직조와 관련된 노동이 발생하였다는 증거입니다. 삼과 같은 식물을 잘라서 열에 찌고 물에 담그고 두들겨 가락바퀴로 실을 자아내는 노동이 체계화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이러한 노동이 현재 전승하는 길쌈요와 같은 노래의 시작이 아니었을까요.  전승된 노래의 가락이나 노랫말이 아닐지라도 여성의 노동으로 자리한 직조 관련의 노래는 어떤 형태로든지 신석기시대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 조 등 곡물이 재배되고 돌 가래, 뿔 가래 등의 농경구가 사용되었습니다. 농업과 관련된 노동요도 당연히 있었을 것입니다. 괭이를 사용하는 원시 농경 형태의 노동이 이루어지면서 농업의 주된 담당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먼저 노래를 불렀을 가능성도 생각해 봅니다. 모든 게 추정이고 상상이지만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일이지요.     


    고정옥 선생님은 원시의 단순 무의미한 소리의 반복이 동작과 결합하면서 다음 단계로 노래가 진화되었다고 했습니다. 1구나 2구의 노래 형태가 바로 그러한 경우인데요, 현재 전승되는 보리타작 노래라든가 강강술래 등의 노래 형식가 그러합니다.     


 에게에야아

 오호오호

 우우우웅게로

 어어일이망야     


   위 노래는 타작 노래인데 노래 초기 발생을 유추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에"나 "오호"와 같은 감탄사 같은 짧은소리의 연속으로 호흡과 맥박이 노동 동작과 연결되는 노래를 불렀을 것입니다. 타작 노래와 같은 형태의 노래는 점차 아래와 같은 유의미한 소리로 진화되었지 않았을까요.


 에야하행 에야하행

 나락터리 타작이야     

 능애야 어절시고

 잘도한다 응애야     

 

   타작 노래는 ‘에야-’와 같은 소리와 함께 ‘나락터리 타작이야’ 라든가 ‘잘도한다’ 등의 노랫말이 첨가되었을 수 있습니다. 무의미한 감탄사와 함께 짝을 이루는 노랫말은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진화했을 것입니다. 현재 타작 노래는 남성노동요로 남아있지만 적어도 신석기시대의 타작노래는 여성이 불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의 형태 역시 지금의 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좌혜경 선생님은 이를 1단계에 속하는 노래라고 했습니다. 단순한 어휘의 반복과 후렴으로 이루어진 노래말입니다. 이런 노래들은 기능이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노랫말에 노동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렴구와 단순 동작의 어휘 반복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형태의 노래가 바로 여성민요의 태동을 알리는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시 민요에 가까울수록 기능에 의한 율격 반복이 강하고 근대로 올수록 감정 표출, 미적 정조가 강화된다는 것이죠.  중국의 경우도 이 무렵 노동에 생산에 관한 음악 가뭄이나 수해에 관한 음악, 전쟁에 의한 음악, 종교에 의한 음악으로 분화되고 있는데 이 단계의 노래라고 추정되는 중국의 민요 하나를 소개해보기로 하죠.     


 대나무를 짜으시오

 대나무를 이으시오

 흙돌 화살날려

 고기를 얻읍시다.      


   대나무로 만든 활과 진흙으로 동물을 추격하며 불렸을 이 노래는 일의 괴로움을 잊고자 하는 마음과 일의 능률을 위한 기능의 표출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동의 기능과 함께 단순한 박자와 리듬을 바탕으로 동작의 일치와 행동의 통일이 보장받게 되는 노래의 예는 아래와 같은 것도 있습니다.      


 에오 에오

 여개요 에오

 저개요 에오     

 엉해야 뒤뛰어라

 방해야 뒤뛰어라     

 어더러 어어야 어어라

 이망아자 저망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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