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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Jun 06. 2024

누가 여성민요를 찾아다녔나?

여성민요를 연구한 사람들

 민요는 인간의 원초적 수렵활동이나 채집활동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을 율동적 언어입니다. 후대 예술 형식을 만드는 모체이자 원형이 되었답니다. 민요에 관심을 둔 연구자들은 여성민요에 주목했습니다. 김사엽 외 2인이 민요를 모아놓은 『조선민요 집성』은 그러한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집입니다. 부요(여성민요)와 남요(남성민요), 남성과 여성이 같이 부른 민요 등 성별에 의한 민요의 분류를 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료 수록 순서도 여성민요를 우선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고정옥이라는 분도 『조선민요연구』에서 조선민요를 성별과 기능으로 분류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 선생님은 남성민요와는 구별된 여성들만의 민요를 ‘부요’라 칭했습니다. ‘부요’의 양적 질적 우세를 조선민요의 특징이라고 보았답니다. 고 선생님은 ‘부요’가 발달한 요인을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면서 생겨난 울분이나 불평, 원망 등을 노래로 불렀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음악에 대한 애착과 소집단으로 하는 여성의 노동적 특성과 보수적 천성이 이룩한 결과라도 했답니다.          


이후 후학들도 ‘부요(여성민요)’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졌습니다. 임동권 선생님은 ‘부녀요’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문학성에 주목하십니다. 부녀요, 여성민요의 문학사적인 가치와 의의를 강조하셨습니다. 임 선생님은 ‘부녀요’는 도도하거나 허식으로 분장하지 않고 오로지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소박하고 절실한 여성시가문학의 근간이 되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고정옥 선생님, 임동권 선생님에 의해서 ‘부요’ 혹은 ‘부녀요’라는 명칭으로 불린 여성민요를 ‘여성민요’라고 규정한 분은 강진옥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은 방대하고 다양한 민요자료집을 정리하여 여성민요라 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하셨답니다. 그 결과물은 『한국고전여성작가연구』라는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선생님은 제 은사이기도 하시죠^^).      


강 선생님은 여성민요는 여성창자가 부른 노래로 여성이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은 물론 여성자신의 생활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들로부터 취한 제재를 여성 나름의 시각으로 형상화하여 여성적인 문제의식과 감정을 보여주는 노래라고 규정하셨어요(조금 호흡이 길죠?). 한마디로 말하지만 여성민요는 생활문학적인 성격을 지니는 생활 문예적 장르라는 말입니다.          

서영숙 선생님은 평생을 여성민요를 연구하신 분이십니다. 「시집살이노래 연구」라는 연구를 출발점으로  최근까지 방대한 성과를 내셨습니다. 그 가운데 『한국 서사민요의 날실과 씨실』은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서 선생님은 여성민요를 이야기 구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계십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여성 서사민요에 나타나는 서사적 원리를 제시하고 각 유형과 각편(변이형 노랫말)을 통해서 나타나는 내용과 의미를 잘 정리해 놓으셨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시집살이 노래와 말하기의 욕망』, 『여성민요의 틈과 경계』라는 책을 통해 여성민요에 관한 관심을 엮어내기도 했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민요는 시집살이 노래, 이야기를 담은 노래, 문답으로 진행되는 노래, 짧지만 웃음이 묻어나는 노래 등 아주 다양합니다.      


노래마다 노래 부르는 사람에 따라 본래 노래가 개사되거나 조정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노래처럼 정해진 노랫말이 그대로 불리는 노래와는 다른 노래라는 거죠. 그 가변성과 유동성이 바로 노래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점입니다. 저는 그것을 노래의 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진실이 있지만 틈과 경계에서 맴돌다가 아무도 모르게 그 틈과 경계로 사라지는 말, 사연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틈과 경계에서 머물다가 사라지는 말과 생각, 감정들이 소중합니다. 제 말과 생각, 감정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여성민요를 찾아 나선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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