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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Jul 26. 2024

여성민요의 다양화

남편을 기다리는 노래를 부르다

정복자가 생겨나면서 피지배계층으로 전락한 민중은 생계를 위해 농산물을 비롯한 생산물을 생산하였고, 상층의 잉여물을 축적하는데 노동력을 제공했습니다. 노동의 과정에서 자기 처지를 빗댄 노랫말이나 감정적 토로를 했을 것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이 시기 자료 가운데는 여성의 노래라고 전하는 노랫말은 없습니다. 다만 부역으로 동원된 남성과 여성이 같이 노동 현장에서 부른 <풍요>와 같은 노래는 남아있습니다. 이 노래는 종교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이지만 노동요의 원형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來如來如來如

來如哀反多羅

哀反多矣徒良

功德修叱良來如     


오다 오다 오다

오단 설븐 해라

셜븐 한 의내여

공덕 닷가라 오다     


임동권 선생님은 <풍요>가 일명 양지사역사라고 전한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근거로. “온다 온다 온다/  온다 서럽도다 / 서럽도다 이내 몸이여/ 공덕 닦으러 온다”로 해석했습니다. 선생님은 <풍요>가 일연시대에는 방아 찧을 때 노동요로 불렀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최철 선생님도 이 노래가 후대 방아노래로 불렸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창식 선생님은 <풍요>가 상저가류 노래와 유사 계열의 방아노래라고도 했습니다. 조동일 선생님은 ’ 풍요‘라는 명칭은 민요를 가리키는 것으로 특정 노래의 명칭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일노래라기보다는 불교적인 신앙을 드러내는 노래로 상하층의 문화를 합해 놓은 향가라고 추정했습니다.      


정동화 선생님은 이 노래가 신라 선덕 여왕 때 영묘사 장육존불상을 만들 때 성안의 남녀가 부른 민요로 원시 민요의 형태를 반영하는 노래라고 합니다. 노동을 할 때 불렀고 첩어적 반복의 형태를 띤 것이 구지가와 흡사하다고 했습니다. 


선학들의 견해를 정리해면 <풍요>는 부역을 하면서 불렀지만, 후대에는 이것이 방아노래로 불렸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노래의 특정  명칭이라기보다는 일반 노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풍요>는 일반적인 노동요를 지칭하는 것으로 형식상으로는 반복구가 중첩되면서 리듬을 형성하는 짤막한 노래라고 보입니다.     


이러한 노래의 형식은 좌혜경 선생님이 말한 사설의 1 형식에 속하는 사설 구성입니다.  후렴구 중심의 아주 원초적인 노래 형식에서 한 단계 나간 반복과 병렬의 사설구조를 지닙니다.  이 노래는 기존에 불렸던 노동요가 역사적인 작업(장육존상을 만드는)과 연결되면서 풍요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풍요는 노동요를 지칭하는 보통 명사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구지가계 노래(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가 노동요로 분화되면서 생겨난 노래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이 형태로 남아있는 현존하는 노래는 타작요라든가 운반요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분이나 길쌈과 관련된 노래의 경우는 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입니다. 짧은 형식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풍요와는 달리 개인적인 감회와 감정을 담은 노래가 불렸을 것입니다. 길쌈과 관련된 자료로는 <회소곡>이 있습니다. 이 노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시된 길쌈과 관련 행사의 기록으로 남아있는데, 진 편 여자가 불렸던 “회소, 회소”라고 불렀다는 점을 볼 때 전부터 익히 부르던 일노래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노랫말은 안타까움, 서글픔 등을 담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는 오랜 기간 길쌈 노동이 일상화된 여성이 이미 전승을 통해 불렸을 노래라고 볼 수 있고 이를 삼국유사를 통해 기록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소곡> 노래를 추정하기 위해 두 가지 정도의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회소곡>은 오늘날 자탄의 여성민요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신세한탄, 노동의 고통에 대한 토로를 담은 자탄의 노랫말을 가진 노래일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당시 군사력으로 착출 된 남성을 대신해 일용과 부역을 담당해야 했던 여성은 고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를 토로하는 일이 필요했을 것이고 노동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노랫말을 담았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당시 남은 자료 가운데 헤어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노래가 존재했을 가능성입니다. 부역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절절한 심정이 담긴 노래를 불렀을 가능성말입니다. 백제의 노래라고 전하는 실전 자료 <정읍> 이라든가 <선운산> 같은 노래의 배경 설명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오지 않는 남편, 망부의 심정의 노래를 담은 <정읍>는 이미 교과서를 통해 접한 노래입니다. <정읍>이 백제의 노래였는가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분명 <정읍>은 남편을 기다리는 여성의 심정을 담은 노래로 보입니다. 이 노래가 길쌈이나 방적 등의 노동 현장에서 불렸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달하 높이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다롱디리     

전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대랄 드대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대 졈그랄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고정옥 선생님은 이 노래가 3연 6 구로 이루어진 33조 노래라고 하면서 <동동>이나 <서경별곡>, <사모곡>과 유사하다고 하였습니다. 이 형식의 노동요로 <보리타작 노래>, <모찌기 노래>, <답전가> 등을 들고 있습니다.     



임동권은 이 노래의 후렴구가 민요적이며 이 노래가 아롱곡이라는 노래로 알려진 것을 보아 아롱이란 말을 민요적인 후렴구로 해석하거나 기창오락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생님은 민중 부녀가 부른 노래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정동화 선생님은 고정옥, 조윤제, 임동권 선생님이 모두 민요일 것이라고 한 견해를 수용하여 노래가 후렴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표현과 내용이 소박하고 구전 전승되었다는 점을 들어서 민요사적 의의를 지니는 노래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병욱 선생님은 이것을 백제의 노래라고 하였으며 조동일 선생님은 이 노랫말을 강강술래와 연관 지어 보기도 했습니다. 양태순 선생님은 가사 정읍사와 악곡 정읍사, 무용 정읍사를 분리하여 봐야 한다는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후렴구의 첨가 여부를 논외로 하여 본다면 정읍사는 틀림없는 백제의 노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기옥선생님은 <선운산>과 함께 이 노래를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면서 두 노래 모두 망부의 모티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선생님들의 말씀대로 <정읍사>는 백제의 여성이 부른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기능은 망부(남편을 기다림)를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 <선운산>과 같은 맥락에서 다룰 수 있는 노래입니다. 남편 기다리는 노래는 비단 우리의 민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경>>에 등장하는 많은 중국의 노래들 역시 부재하는 님을 향한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부역 나간 남편을 기다리면서 과중한 노동을 담당했던 여성이  자연스럽게 불렸으며 유행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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