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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Oct 24. 2024

중이 된 며느리 사연

경주 시집살이 노래


시집살이 노래는 시집살이가 여성의 삶 속에 정착하면서 불려진 노래입니다. 며느리 혹은 아내로 거듭난 여성이 시부모와 시누이, 남편 등 새로운 가족과 관계를 맺으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과 감정을 담아낸 노래라고 보면 됩니다. 


본격적인 시집살이 노래에 관한 연구는 1920년대부터 시작되었죠.  학문적 체계화를 이룩한 고정옥 선생님은 조선 여성이 아내, 며느리, 어머니로서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그 생활의 핵심은 시집살이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가운데 시집살이 노래는 그 중심에 있다고 했습니다. 시집살이 노래에 관한 연구는 임동권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시집살이 노래를 시집살이를 노래한 내방민요의 하나로 시집살이에 따르는 고락을 노래하였다고 했습니다. 남편, 시족과의 불화, 친정, 잠, 생활, 이별 등의 소재와 내용에 따라 시집살이 노래는 다양하다고 보았답니다. 


조동일 선생님은 서사민요연구라는 저서에서 길쌈 노동요로 불리는 서사적인 민요를 대상으로 유형과 율격, 서사구조, 전승 등의 문제를 현장론적인 관점과 문예학적인 측면에서 조명했는데 이 연구에서 주목한 대표적인 노래가  중이 된 며느리 유형입니다. 


소개하는 자료는 1993년도에 채록된 시집살이노래입니다. 경주에서 이문순 님이 부른 것을 MBC방송의 민요대전 팀이 담아낸 것이지요.  



경주 시집살이노래

(1993. 2. 3 / 경주시 양남면 하서 4리 진리 / 이문순, 여, 1916)          


한살 묵아 모친 죽고 두살 묵아 부친 죽고

시오시 열다섯살 묵아가니 중신애비 왔다갔다 

시집이라꼬 가니까네 하늘같은 시아바시

나 작다꼬 나무래네 키 작다고 나무래네

시어마씨 거동 보소 허슬푸슬 나가면서

나 작다꼬 나무래네 키 작다꼬 나무래네

첫새벽에 일어나여 소죽 끓여 소 믹이고 말죽 끓예 말 믹이고

건너방에 시누부야 유리영창 햇빛 났다

세수탕에 세수하고 아직 조매 묵았두가

명태겉이 뜯을 년아 접시겉이 발릴 년아

니나 묵고 개나 줘라

사랑방에 아버님요 유리영창 햇빛 났네

세수탕에 세수하고 아직 조반 잡수시요

에라 조년 요망한 년 니나 묵고 개나 줘라 

건네방에 어머님요 세수탕에 세수하고

아직 조반 잡수시요 에라 조년 요망한 년

니나 묵고 개나 줘라

서름이세 서름이세 내 하나가 서름일세

한 절로 들어가니 늙은 중은 잠을 자고

젊은 중은 신을 삼고

중아 중아 대사중아 요내머리 깎아주세

깎으무사 좋지마는 근본이 높아 못 깎을세

근본이사 높으나따나 요내 머리 깎아주세

한쪽 머리 깎고나니 친정 생각 절로 나네

한쪽 머리 마자 깎고나니 시우든 생각 절로 나네

중아 중아 대사중아 백팔념줄 목에 걸고

친정골을 동녕가세 동녕주소 동녕주소

동녕줄이 암도 없네

딸애기는 빨래가고 며늘애기 들일하니

동녕줄이 암도 없네

중아 중아 대사중아 시우든 골을 동녕가세

시우든 골을 동녕가니

왕대밭이 쑥대가 되고 쑥대밭이 왕대되니 

동녕줄이 암도 없네     



창자인 이문선 님은 1916년에 태어나셨고 채록 당시에 하서 4리에 거주했던 분입니다.  다만 노래 녹음은 양남면 수렴리에서 했다고 기록되어 있네요. 이 노래는 현재까지 채록된 시집살이 노래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노래를 전형적인 시집살이 노래라고 봅니다. 


시집살이를 못 견뎌 중이 되어 친정에 갔으나 반겨 맞아 줄 사람 없고, 시집에 가 보니 폭삭 망했더라는 이야기 노래입니다. 서사적인 전개보다는 노래 속 화자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읽노라면 며느리의 기막힌 사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열다섯에 시집을 오니 " 하늘같은 시아바시/ 나 작다꼬 나무래네/키 작다고 나무래네/시어마씨 거동 보소 허슬푸슬 나가면서/나 작다꼬 나무래네 키 작다꼬 나무래네/첫새벽에 일어나여 소죽 끓여 소 믹이고 말죽 끓예 말 믹이고/건너방에 시누부야 유리영창 햇빛 났다/세수탕에 세수하고 아직 조매 묵았두가/명태겉이 뜯을 년아 접시겉이 발릴 년아/니나 묵고 개나 줘라/사랑방에 아버님요 유리영창 햇빛 났네/세수탕에 세수하고 아직 조반 잡수시요/에라 조년 요망한 년 니나 묵고 개나 줘라/건네방에 어머님요 세수탕에 세수하고/아직 조반 잡수시요 에라 조년 요망한 년/니나 묵고 개나 줘라/서름이세 서름이세 내 하나가 서름일세"


노래가 팩트는 아니라고 하지만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는 참말이라고 합니다. 노래가 전하는 내용이 사실 그대로는 아니지만 노래가 품고 있는 상황과 맥락, 감정은 진실되다는 의미겠지요. 시집살이 노래가 널리 불리게 된 것은 종법제가 본격적으로 조선에 뿌리 내리게 된 17,18세기 경이라고 추정해봅니다. 시집살이노래가 형성된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다음 연재에서는 그 얘길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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