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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프시케
Feb 28. 2021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그저 날개가 생길 뿐이란다
바쁘게 점심을 내어주고 있는데
도란도란 갈비탕 국수에 머리를 박고
후루룩 거리던 아이들이 이런 대화를 한다.
1호 : 율아, 넌 뭐가 되고 싶어?
2호: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으나 생각하는 척을 한다) 음.... 나는... 나는... 음... 선율!
듣고 있던 나는 1호가 저런 질문을
동생한테 하는 것이 신기해서 한번 웃고
2호가 약간 추상적인 질문을 받고
생각하는 척하는 게 재미있어서 웃고
또 2호에게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대하다가
본인 이름을 발표하시는 2호의 당당한 목소리에
또 한 번 웃고, 재밌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2호의 대답을 들은 1호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단호하다.
1호 : 아냐 아냐, 넌 네가 되면 안 되지.
네가 되는 게 아니라 뭔가가 돼야 해.
네가 아닌 뭔가가 돼야 한다고..
이 귀여운 강박을 듣고 나니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선율이 가 커서 선율이 가 되겠다는 데 뭐 어떤가,
그보다 더 중요한 삶의 목표가 또 어디 있는가.
나는 웃다가 1호에게 다가가 얘기했다
나 : 유리는 커서 율이가 되고 싶은가 보지.
선재도 커서 선재가 될 거고.
선재가 되면서 또 뭔가 다른 것도 될 수도 있고...
근데 선재는 뭐가 되고 싶은데?
1호 : 음.... 나는.
1호의 표정에 익살이 넘친다.
이 어린이는 농담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훌륭한 농감가가되어
남을 제대로 웃기기는 어려울 듯하다.
농담을 치는 그 모든 과정에 동반되는 긴장감을
자기 안에 머금지 못하고
중간중간 흘리다가 스스로 폭발시킨다.
혼자 웃겨 죽겠단다.
나는 이미 1호가 엉뚱한 답을 할 것임을
200퍼센트 직감한다.
1호 : 나는... 트라이 세라톱스!!!!!
이미 예감했기에 재미는 덜했지만
또 이미 예감했기에 재밌다.
우리 아이들은 커서 뭐가 될까?
나는, 아이들이 커서 자기 자신이 되고,
(그것만으로도 사실은 쉽지만은 않은 과제)
그 외에 더 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음껏 해봤으면 좋겠다.
뭔가가 되는 명사형 대답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되는
동사형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즐거울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났던 그림책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나비가 되고 싶지 않은데
모두들 나비가 멋진 것이라고
나비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에
왜 꼭 나비가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 루니에게
부엉이 할아버지가 미소를 짓는다.
루니, 걱정할 것 없단다
네가 나비가 되어도 너는 여전히 너야
그저 날개가 생길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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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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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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