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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시케 Feb 10. 2021

취약성에 대한 존중

함께 멀리 천천히 간다




아이 셋이 함께 놀다 보면 의견이 항상 갈린다.
너무 신기하게도
한 번도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 셋과 나까지
함께 뭔가를 해나가야 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우선순위로
결정을 내리고 방향을 잡아야 할지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를,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오늘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데
빠르게 내리막길을 가는 차의 속도감에
첫째는 좋아했다.


와! 너무 재밌어요!
더 빨리!
"Yipphee. That was fun~~~!!
Let's go faster!"​



둘째는 소리를 질렀다.

아, 너무 무서워.
천천히 가요! 천천히
"I am sooo scared.
Please!! Sloww Dowwwwn!!!"​


첫째는 재밌는데 왜 그러냐고 이야기하고
둘째는 첫째의 말에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내가 기준을 되짚어 주어야 할 차례.


무슨 말인가 해주려고 하는데
셋째가 뒤에서 소리친다.


지인짜 재밌다!
"That, really, was, fun!"​



2:1이다.

다수결로 하자면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다수결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취약성을 가진 사람에게 맞추기로 했다.



"만약에 두 사람이 함께 가는데
한 사람은 무서워하고
다른 한 사람이 안 무서워하면
우린 무서운 사람 마음을
더 존중해주는 거야.

"If there are two people and
one is scared and
the other is not scared.
We respect the feeling
of the scared person more!"​


나는 생각한다.
누가 누구에게 맞춰주어야 하는가 애매할 때는
더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이유는 단순하다.
취약성은
존중받아야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기준을
다른 선택에도 적용한다.


10살, 6살, 4살 사이에는
어떤 이해도와 경험치의 간극이 있기에
함께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볼 때에도,
분쟁이 일어나긴 쉽다.

우리 집에서는 항상 일어나는 일,
그럴 때의 기준 역시 ​
가장 어린 사람의 취향과 선호에 맞춘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어린 사람의 기호에 맞춘
프로그램이나 책을 이해하기는 쉽지만
그 반대의 방향이 구현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해 능력과 경험치의 차이,
그로 인한 취약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이해 능력이 함께 불어나는 것도 아니고
이해능력을 갖췄다고
항상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복습이 많이 필요하다.


배웠어도, 경험했어도,
한번 더 복기해보는 것.

뒤쳐진 사람의 손을 잡고
뒤늦게 온 사람의 감정과 상태와 느낌을
한번 더 살펴주는 것.


그래서 우리는
무섭다고 말하는 둘째의 감정에 따라
나머지 넷이 모두 함께 속도를 늦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간다.
(아프리카 속담)

갈길이 멀기 때문에,
함께 간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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