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ymal Tarzan Mar 11. 2023

난 여전히 네 곁에 있어...

Part Ⅱ. 고양이의 비밀 - 고양이 안락사

차분히 들려오는 나지막한 소리에 내 눈은 스르르 떠지게 되었다.

둘러보니 사방이 커튼으로 창을 가려 시간을 알 수는 없지만 , 꽤나 이른 시간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은 없다. " 아, 또 시작되었군.. "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숨죽여 흐느끼는 그녀를 그냥 바라만 볼 수밖에 없어 안타까운 마음에 속이 쓰려 온다. 그녀는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창문을 짙은 암막커튼으로 굳게 막고서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침대 위 벽에 기대어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는 조용히 흐느끼고 있다. 


나는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와 거실로 나가려고 하는데 , 다행인지 이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현기증을 느끼는 듯 비틀거리며 문을 열고는 거실로 나갔다. 하지만 거실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내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집이 아닌 듯 바닥에는 널브러져 있는 세탁물들과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오래된 듯 보이는 배달음식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서 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분명 지금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고 정상이 아닌 듯 보였다.


"집사가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난 분명 네 곁에 있는데 왜 모르는 거지?... "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지 내 기억에 나는 그날 무척이나 아파서 동물병원에 갔던 기억은 있지만, 돌아올 때의 기억에는 조금은 집사가 이상하게 행동했었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녀는 동물병원에 나와 함께 갈 때 많이 울면서 유달리 간식을 많이 챙겨 주었고 - 아마 내가 많이 아팠던 것만큼 그녀도 아파하는 것 같았다 , 그 감정은 나에게로 전달되었고, 나는 여전히 그러한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병원에서 수의사와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한참을 나눈 후 잠시 조용히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 망설임 끝에 그녀는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의 담당 수의사에게 무언가 결심한 듯 이야기를 건넸고 , 그 수의사가 처방해 준 주사약이 내 혈관을 타고 들어가면서 난 죽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적인 느낌도 있었지만, 이내 곧 이상하리만큼 편안해졌었다.. 물론 , 그녀가 이상하게 행동한 것은 그 이후였다. 그녀는 나를 그렇게 동물병원에 내버려 둔 채 눈물을 훔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나는 급하게 일어나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기 전에 재빠르게 그녀를 뒤따라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역시 예전의 그녀는 아닌 듯했다. 여전히 난 그녀의 곁에 있지만, 그녀는 예전처럼 나를 쳐다봐 주지 않는다. 문득 우울한 마음에 어두운 거실밖 베란다로 나가고 싶어졌다. 오늘 처음으로 바깥 풍경을 보려 하니 설레고 우울한 마음이 약간 사라지는 듯하였다. 그녀와 함께 뒹굴던 예전이 그리워진다. 그녀와 나는 거실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며 놀기도 하고, 베란다에서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봄, 여름날의 따사로운 햇살과 봄의 향기를 만끽하던 때가 무척이나 그립다. 하지만 , 이상하게 요즘은 그런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봄바람의 향기를 예전처럼 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우울한 마음이다. 다만, 따뜻한 햇살은 그래도 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기도 한다.


물론 그녀가 출근하는 틈을 타서 내가 몰래 이 집을 빠져나갈 수도 있다. 집사가 마치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살고 있는데 , 그만큼 둔하고 멍청한 그녀를 혼자 두고 나는 도저히 떠날 수가 없을 뿐이다. 사실 그녀에게는 나밖에 없다는 것을 , 그녀가 마음을 열고 사랑을 주는 존재는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여전히 내가 곁에 있지만, 이상하리 만큼 그녀는 액자 속에 그녀와 함께 있는 사진을 유독 보면서 더듬거리며 흐느끼고 있다. 




그녀


요즘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그 사건이 있은 이후로 벌써 일주일이나 지난 거 같다. 회사에서도 사실 어떻게 내가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나의 멘털은 붕괴되어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럴 수밖에.. 어떻게 내가 괜찮을 수 있단 말인가? 그토록 나를 좋아해 주고 , 사랑하던 녀석을 단지 경제적인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하였다는 것이.. 나의 소중한 반려묘이기 이전에 ,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내가 결정하여서 삶을 끝내었다는 것이 나 스스로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더 비참한 감정으로 몰고 가는 이 느낌은 아직까지는 지워지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매일 체중계에 아침, 저녁으로 올라갔을 것인데..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이 내가 봐도 너무 수척해진 상태로 , 오늘 새벽에도 문득 잠을 못 이루며 뒤척이다 깨어나 그 아이 생각에 한참을 울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결정이 과연 그 아이의 고통을 줄여주었을까?.. " 온갖 죄책감에 휩싸여 침대 위에 앉아서 울다가 거실로 나갔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깔끔을 떨던 나의 집은 엉망진창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더더욱 나는 집을 치워야겠다는 정신적 , 심리적 상태가 아니었다. 단지 겨우 겨우 출근만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며 , 회사에서 애써 괜찮은 척하고 지내기가 너무나도 힘들고 벅찬 하루하루이다.


거실에서 잠시 사랑하던 고양이와 함께한 사진을 만지작 거리며 ,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슬픔에 또다시 울컥 거린다. 에메랄드 빛 눈, 하얀 수염, 나를 그윽이 바라보며 까칠까칠한 혀로 열심히 나의 손과 팔 마디를 그루밍해주던 그 아이가 오늘따라 더욱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반려동물 안락사


약 지난 10여 년간 안락사되었던 반려동물 수는 220,000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유기동물 보호소나 위탁동물 보호소에서는 보호자를 잃어버린 개나 고양이를 포획하기도 하고 , 치료하기도 하지만 열흘 정도가 지나면 '안락사'를 시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행정 절차로 전국적으로 100여 개가 넘는 동물병원에서 맡아서 안락사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지요.


첫 번째로 유기동물에 대한 보호, 입양권고 기간이 터무니없게 짧아서 대부분의 보호소 반려동물들은 죽어 나가게 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지만 , 고작 10일 정도 비용만 지원이 되는 구조로 '경제적 이유' 명목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는 지자체 지원비용이 열흘 정도만 나오기 때문이지요. 물론 정부이든 지자체이든 예산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지만, 과연 정작 생명을 위한 예산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둘째로는 수의사가 아닌 비전문 인력이나 업자들이 몰래 '안락사'를 진행하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는 반려동물을 소위 품종견이나 품종묘만 찾는 사람들 , 또는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놀잇거리로 잠깐 반려동물을 충동적으로 입양한 사람들이 , 키워보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니 몰래 파양 하거나 , 불법업자를 통해서 안락사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로 보입니다.


동물보허법제8조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회복할 수 없는 질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에는 동물보호법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 죽음에 해당되어 안락사가 허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외로 노견이나 기를 형편이 더 이상 안된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삶의 어느 날 치료는 가능하지만 , 완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병이라고 하는데 , 사랑하는 가족이 당신을 버리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나를 안락사시키기를 원한다거나, 애매한 경제적 부담의 치료비를 이유로 가족을 죽여달라고 여기 저기 찾아 다닌다면...

작가의 이전글 남자아이라서 싫은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