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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사 Feb 18. 2024

끝없는 싸움

상황이 정리되면 좀 더 정리해서 이야기를 올리려고 했지만제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실시간의 최근 일들을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법원에서는 상간녀의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 검사가 벌금형을 구형했다는 연락이 왔다. 무혐의가 되길 그렇게 바랐지만,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벌금 얼마를 구형했는지와 이후 어떻게 되는 것인지 물었다. 검사가 벌금형 100만 원을 약식 구형했고 판사가 확정하면 나에게 주문이 오고 학교에도 연락이 갈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나는 무혐의를 받기 위해 판결에 부동의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변호사 선임료도 들고 시간과 고통도 따르겠지만, 이대로 내가 벌을 받는다는 게 이해도 되지 않고 그 년놈들에게도 지옥을 맞보게 해주고 싶었다. 게다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 상간녀가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하니 그 얼굴을 똑똑히 보고 싶어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연휴가 시작되는 날 두 아들이 토리와 함께 원룸 나의 집에 왔다. 집에 들어오면서 토리는 나에게 달려와서 바로 배를 까고 하염없이 울었다. 마치 ‘엄마는 어디 갔었어요? 내가 얼마나 엄마를 기다렸는데... 왜 나를 보러 안 왔어요?’라고 울부짖는 것 같았다. 한참 토리를 끌어안고 울었다. 옆에서 아들들은 뭘 그렇게 우냐면서 자주 보면 되죠라고 하지만 내가 돌봐주지 않아서 털이 다 엉키고 등에는 탈모가 된 토리의 초췌한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다. 

“미용 좀 해주지. 털이 이렇게 엉키면 토리도 힘들어.. 자주 털도 빗어줘야 하고...”     

토리와 아이들과 잠을 자면서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니 참 행복했다.

나와 어떤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지만, 둘이서 서로 장난치면서 깔깔거리면서 서로를 놀리는 모습을 보는 것조차도 너무 행복했다. 

“네 애비는 집에 있니?”

이미 예측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당연히 없죠. 미국 갔대요. 언제 오는지도 몰라요. 우리한텐 아무 말 없이 아줌마한테 그랬대요.”

“네 졸업식이 다음 주라는 건 알고 있니?”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걸요. ㅎㅎ”     

‘개자식... 쓰레기...’ 온갖 욕을 속으로 했다. 


아이들은 처음에 내가 전남편을 욕하는 것을 들으며 ‘그래도 우리한텐 아버진데, 욕은 하지 말고, 그냥 이야기를 하지 말아요’라고 해서 우린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 쓰레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희원이가 그렇게 대답하면서 웃는데 참 나쁜 인간이 어떻게 자식에게 이렇게 관심이 없을까 화가 났다. 지 아들은 관심도 없고, 상간녀 아들에겐 값비싼 전자제품 선물에 교육비까지 대주다니 아무래도 의심이 들었다. 설마....     


하루를 자고 다음 주에 있을 대학 졸업식에 희원이가 입을 양복을 사주고 싶었는데, 자기가 너무 살이 쪄서 싫다고 했다. 그러면, 셔츠와 넥타이만 사자고 설득해서 아웃렛을 갔다. 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양복바지만 사자고 해서 입고 나니 점원이 재킷도 한번 입어보라고 하니, 희원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양복 한 벌을 사주고 나니, 살을 20kg 가까이 빼온 둘째 민우가 자기도 살이 빠져서 입을 옷이 없다고 해서 이쁜 색의 카디건과 바지 몇 벌과 셔츠, 가죽점퍼를 사줬다. 너무 신나 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간의 아픔과 그리움이 풀리고 기분이 좋았고, 이래서 내가 벼티기 힘들어도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서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어 자괴감이 들었다. 


희원이가 “엄마도 뭐 하나 사세요. 내가 사드릴게요.”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나 그래도 돈 조금 버니까 괜찮아요.”     

이혼이 확정되고 나서 전남편은 아이들의 용돈을 모두 끊었다고 한다.     

이리저리 아침부터 저녁 초밥배달 아르바이트까지 바쁘게 다니던 큰 아이가 전공과 상관없는 건설현장 외근직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는 건데, 그런 준비를 할 시간도 없고 돈이 급하니 주변의 추천으로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더운 여름날에 땀띠 나도록 뛰어다니고 추운 겨울엔 손을 시려가면서, 그렇게 준비 없이 갑자기 자신의 꿈을 버리고 세상에 내쫓긴 아들이 안쓰럽기만 했다.

      

“엄만 필요한 거 없어.”

“그럼 민우 옷 이거는 내가 사줄게요”

라며 계산대로 가는 것이다.

“네가 왜?”

민우가 “형이 가끔가다 사줘요.”

그 말을 듣는 점원이 

“참 좋은 형이네요. 형제가 이렇게 사이좋기 힘든데... 보기 좋네요.”

나도 너무 기뻤다.      


생각해 보니 희원이에겐 신사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원이를 데리고 가서 구두를 하나 사주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도 예쁘게 잘라 주었다. 두 아들들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꾸며주고 나니 아이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했다.     

희원이가 내가 돈을 너무 많이 썼으니 저녁은 자기가 사주겠다고 해서 맛있게 얻어먹었다. 

그렇게 아들들과 1박 2일을 보내고 다음 주 졸업식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기특한 두 아들은 다음 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가서 명절 인사를 드렸다고 한다. 내가 시킨 것도 아닌데...     



졸업식 날 나는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졸업식장에 갔다. 많은 사람 속에서 사진을 찍고 사진촬영이 취미이신 친정 엄마가 희원이의 사진을 멋지게 찍어 주셨다. 그렇게 행사를 마치고 주변에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강남까지 가서 비싼 스테이크를 사주었다. 부모님도 맛있게 드시고 아이들도 좋아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친정 부모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너무 힘들어서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희원이가 밤 11시에 전화가 온 것을 못 받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온 전화는 좋지 않은 일일 가능성이 높기에..

문자를 보냈지만, 답도 없고, 전화도 받질 않았다.

민우에게 전화를 했더니 형은 주방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희원이에게 전화를 해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희원이는 한숨을 쉬고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문자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전남편이 

‘왜 자기한테 졸업식인 거 얘기 안 하고 속였냐며 속이려면 완벽하게 속이던지...(지처럼?) 화를 내기 시작해서 자기가 19년 동안 뒷바라지 해서 졸업시켰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 듣고 축하해 줄 기회마저 빼앗았다’고 버럭버럭 화를 내더란다. 그래서 희원이도 ‘그걸 거면 이혼을 왜 했냐? 내가 빙다리핫바지로 보이냐?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하느냐’고 들이댔지만 그 인간의 기세에 눌려보았나 보다.     


그러더니 집 전세 주고 자신은 이사 갈 거니까 너희도 방 알아봐서 짐 빼라고 했단다. 

옆에 있던 민우도 함께 나가라고 하더란다.     

문자로 내가 ‘부동산 와도 집 보여주지 말고 버티라’고 했더니

‘엊그제 이미 집 사진 다 찍어 갔어요’라고 한다.     

결국 졸업식을 계기로 이야기를 하나 안 하나를 테스트해 보고 이번 기회를 핑계 삼아 자신의 계획에 대한 적당한 분리로 합리화를 하기로 했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졸업식을 본인도 알고 있으면, 미리 축하한다고 이야기하고 용돈이라도 주면 되지, 그걸 이야기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봤다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며, 나와 졸업식에 갈 것이라는 것이 탐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난 너무 무능력한 내가 초라해져서 엉엉 울었다. 내게 애들에게 집 한 채 마련해 줄 여력이 없는 내가 한심하고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불쌍한 우리 아들들~~~ㅜㅜㅜㅜㅜ


울면서 지영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영이는

“넌 그 새끼보다 애들에게 충분히 최선을 다했잖아. 내가 다 알아. 돈 대주는 것 만이 뒷바라지는 아니잖아. 너 일해가면서 얼마나 애들 위해서 뛰어다니면 애썼냐? 그 인간에게는 돈으로 사람 조정하려는 게 최선이니까... 자꾸 그러는 건데, 거기에 휘둘리지 마. 이번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잖니? 애들도 성인이고 당당하게 아빠랑 이야기해서 독립하거나 아니면, 인연 끊고 영원히 안 보거나.. 애들한테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     


조강지처를 버리더니 이젠 아들들과도 인연을 끊기로 마음먹었나 보다.

아마 이번에 미국 가서 상간녀와 살 집을 마련했나 보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 예상은 한치도 벗어나질 않는다. 그 자식은 그렇게 조강지처와 두 아들을 버리는 계획을 실행하기로 한 거다.     


저녁이 다 되어서 희원이에게 문자와 음성파일이 왔다. 음성파일에 전남편은

“넌 나가. 이거 뭐 하는 짓이야?”

“녹음해두려고요. 왜 자꾸 협박하세요?”

“내가 언제 협박했다고 난리야. ”

“내가 집에서 안 나가겠다는데 내 짐을 지금 다 빼놨잖아요?”

“이게 무슨 협박이야?” 버럭 소리 지르는 전남편에게 희원이도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난 안 나가겠다는데 내쫓는 것도 협박이고, 지금 내가 녹취하는 것도 못하게 하는 것도 협박이죠”

“당장 꺼... 이 새끼야”

에서 파일이 끊겼다.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이 벌렁거려서 항불안제를 먹었다. 

다시 온 희원이의 문자에는 ‘씨발새끼가 상욕하고 집에 같이 있기 싫으니 나가라고 난리를 치고 있다’고 한다. ‘부양의 의무 다했는데 졸업식 얘기를 숨겨서 자기 등에 칼을 꽂았다’고 하더란다. 불륜남으로 우리 세 가족에게 등에 칼을 꽂은 건 본인인데, 누가 누굴 배신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이없고 나쁜 새끼라는 생각에 ‘엄마가 갈까?’ ‘불륜남 주제에 너무 뻔뻔하네’라는 대답에 희원이의 문자가 왔다.     


‘나도 쌍욕하고 책 집어던지고 큰 소리 지르면서 싸웠어요, 인생에서 처음으로 애비하테 쌍욕하고 소리 질렀더니 기분 좋네...’

‘나는 잘했다. 이번에 너에게 담긴 감정 숨기지 말고 다 말해. 그래서 아들들도 무섭다는 걸 보여줘’

‘마지막에 지 부모랑 똑같은 사람 되셨네요. 축하해요’라고 했더니

‘너도 똑같이 될 거야! 이 새끼야!’라고 해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이 인간 법적으로 못 쫓아내요?’

여기에 나는

'그렇게는 못해!' 

‘싫으면 지가 나가라고 해’

‘지가 싫으면 나가서 김경아랑 살림 차리고 잘살라고 해’

‘집 전세 놓는다는 것도 김경아에게 전세 놓고 같이 살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파렴치하게 지가 우리에게 불륜으로 칼 꽂은 건 벌써 다 잊었나 보다’     

너무 화가 나서 집으로 쫓아가서 이 새끼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었고 정말 등짝에 칼을 꽂아주고 싶었다.      

그 사이 민우에게 연락을 했다.

둘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리고 형을 도와주라고 하고 싶었는데

민우는 이런 문자를 보냈다. 

‘엄마! 나 힘들어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줘요.’라며

이후의 문자에 답이 없었다.

      

너무 서러워서 엉엉 큰소리로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데 지영이가 빵을 사서 들렸다.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었을 것 같아서 사 왔다는데,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아들들에게도 잔인하고 완력과 큰소리, 욕으로 막대하는 인간이라서 조마조마하고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지영이는

“애들 성인이고 이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지 애비의 민낯을 그대로 다 보면서 아마 많은 생각을 할 거야. 희원이도 이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애비에게 기대감 없이 독립하는 기회가 될 거야, 민우도 그래야 할 때가 곧 올 건데, 어쩌려나 모르겠다. 아마 무서워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아직 어리니까... 아빠한테 지원받아야 하는 것도 많고.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기다려봐”     

한참 우는 나를 달래 놓고 지영이는 돌아갔다. 

아직도 아무 답이 없는 아들들이 너무 걱정돼서 오늘 밤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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