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혼 소송을 준비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과 지지를 참 많이 받았다.
동시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바람을 피웠는데, 그걸 몰라?”
나에게는 2차 가해였다. 되돌아보면 전조증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아줌마가 전남편의 바지 주머니에서 나왔다면서 ‘love gel’이라는 것을 주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나이 들어 질이 건조해진 경우에 사용하는 섹스용품이었다. 남편이 퇴근해서 왔을 때 물어봤다. 길거리에서 나눠줬는데 느낌이 좋아서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닌 거야라며 화를 내면서 번역작업하러 카페(일주일에도 3~4번은 번역서를 쓰기 위해 24시간 하는 카페에서 작업한다 하고 새벽에 들어왔음)에 간다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나와 보지 않은 “청연”이라는 영화를 나와 함께 봤다며 우기다가 내가 농담으로
“딴 여자랑 봤나 보네...”
라고 했더니 자기가 넷플릭스에서 봤나 보다고 뒤로 물러섰고 나와 가보지도 않은 음식점에 이전에 왔었다고 우기곤 했다.
한 번은 우리 집 주방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하더니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온 건물이 난리가 났는데, 803호에서 물이 새는 것 같다고 경비아저씨가 연락을 해보겠다고 했다. 우리 집 주방과 거실은 이미 물로 차고 있는데 한 시간쯤 후 어떤 남자가 와서 803호 현관을 열고 들어가 보니, 보일러 옆에 수도장치를 열어둬서 그 집은 이미 수영장이 되어 있었다. 이 일로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우리 집 천장 도배를 새로 해달라고 요구해야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말렸다. 평소 같으면 손해 보거나 싸움이 붙으면 절대 지지 않고 집요하게 끝까지 자신의 손해에 대한 보상을 받는 사람인데, 크게 차이 없으니 그냥 두라는 그의 태도가 이상했었다.
나중에 카톡에서 알게 되었다.
그때 온 어떤 남자가 상간녀의 남편이고 그 집에 상간녀가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2019년 뜨거운 여름날 민우의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서 동네 주변의 학원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길건너에 803호 아줌마가 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몇 군데 상담을 하고 나왔는데도 길 건너편에 그 아줌마가 나를 바라보며 걸어오고 있는 걸 느꼈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퇴근길에 803호 아줌마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와서 그 이야기를 집에 와서 전남편에게 했다.
“어떻게 생겼는데?” 묻는 남편에게
“되게 못생겼어! 뭐... 약간 도룡용상 같달까? 인중이 길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와서 좀 희한하게 생겼는데, 나이가 60은 넘어 보이더라고.”
남편은 먹던 저녁을 멈추고 번역하러 카페로 간다고 나가버렸다.
그게 카페인지, 다른 곳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에게 많은 염려와 걱정을 듣는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어서 너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쓴다. 이미 다른 일로 명예훼손은 당한 상태이며 법이 내편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나의 경험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이 있다. 난 내가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게 위법했는지 몰랐고, 피해자인 나는 입 닥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데 가해자들은 아직도 불륜을 즐기고 아들들을 속이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