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났다.
아침부터 민우에게 미안한 마음과 간절한 바람으로 믿지도 않는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과 그리스도에게 빌었다.
‘우리 민우가 제발 자기가 한 만큼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하루 종일 입술이 마르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희원이가 아침에 데려다주고 끝나고 데리고 와서 전화를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그럭저럭 봤대요. 나쁘진 않은가 봐요.’
‘그래 알았어.. 알려줘서 고맙다’
민우의 수시 2차 면접이 끝나는 날이 나의 D-day이다.
희원이는 민우의 모든 시험과 수시 고사장마다 자기 차 ‘딸기’를 타고 데리고 다녔다.
마지막 수시 논술이 끝나는 날 희원이에게 연락해서 **대학교 앞으로 갔다.
희원이는 '엄마가 웬일이냐'라고 물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앉아서 민우를 기다렸다.
" 민우 끝나고 오면, 오늘 민우랑 엄마집에 가자"
고 했다.
시험이 끝나고 희원이의 차 앞으로 온 민우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의 4개월 만에 본 민우는 마음 아프게도 많이 힘들고 지쳐 보였다.
덩치 큰 두 아들과 나까지 그 작은 마티즈를 타고 내 집으로 왔다. 오는 길에 아들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나는 배고프지 않은지 물었는데도, 둘 다 별로 생각이 없다고 해서 집에 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가 집을 나온 이유는 네 아빠에게 상간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야. 그 둘의 관계는 30년이 되었고 2011년부터는 적극적으로 지금까지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혼 소송을 하고 있고, 아마 곧 이혼을 하게 될 거야.”
민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증거는 확실해요?”
나는 수집한 증거 중에 도저히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둘의 정사 동영상, 우리 집에서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 줌으로 서로 야동이나 자신들의 정사 동영상을 함께 보며 자위를 했다는 선정적인 내용과 사진 등을 빼고 둘이 키스하고 끌어안고 춤추며, 행복하게 헬기를 타는 모습, 상간녀의 이상한 사진-비키니, 속옷만 입고 찍은- 등 다른 수많은 사진 증거들을 보여주었다. 상간녀의 모습을 본 민우는
"아니, 아빠가 정말 이런 할머니랑 바람이 났다고요? 이게 말이 돼요?"
희원이는 "정말 할머니네... 참 취향 독특하다!"
증거 사진을 보던 민우는 전남편이 상간녀의 아들에게 사준 드론과 VR게임기 사진을 보며 분노했다.
“우리한텐 용돈도 잘 안 주고 게임기도 안 사주면서 그년 애들한텐 이런 선물을 했다고요?”
“‘Don’t let me **' 나 이거 알아요. 나 학원 데려다주면서 맨날 누구랑 오픈채팅방에서 보이스톡 하더니, 그게 그년이었네! 어떻게 아들이랑 함께 있는데 상간년이랑 맨날 전화를 해요?”
이외에도 전남편의 상간녀가 우리가 살던 집 윗 층에 살았고, 엄마와 같은 필라테스와 병원을 보냈고, 너희와 같은 테니스장에서 레슨을 받았으며, 같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다녔는데 모든 비용은 전남편이 다 대주었다는 사실과 지금도 집 주변에 월세를 얻어서 둘이 함께 지내고 있으며 상간녀가 미국에 사는데, 한국에 들어오면 명품과 밍크코트, 고급 화장품들을 사주고 팬티, 속옷, 구두, 운동복을 수도 없이 보내주고 미국으로 우버잇츠로 매 끼니를 챙겨주고, 테니스 레슨비, 차 라스비며 가끔 생활비도 보태주고 아들 교육비도 보내줬다는 내 말에 아들들은 자신들에겐 야박하게 굴고 용돈도 제대로 주지 않고, 돈이라면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전남편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했다.
더군다나 13년 동안 다녀온 모든 국내외 출사 여행뿐 아니라, 당장 지난 여름에 다녀온 뉴욕여행에서 부터 학회 워크숍, 간호사들과의 회식, 의사회 모임, 친구들과의 여행이 상간녀와 함께한 여행이었고 말해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민우가 초등학교 때 자기도 아빠랑 같이 가고 싶다고 떼를 써서 데리고 출사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 여행에서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민우가 아파서 비행기도 제대로 타지 못할 정도로 고열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것도 전남편이 상간녀와 가려던 여행인데, 갑자기 민우가 가겠다고 했더니 다시는 쫓아오지 못하도록 그 무더운 앙코르왓트의 가장 더운 낮시간에 아이를 무리해서 끌고 다녔던 것이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민우는 놀라서
"아빠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내가 자기 아들인데, 나랑 가는 거보다 그 상간년이랑 가려고 날 일부러 아프게 했다는 거잖아요?"
사실 난 11년도 그때부터 혼자 출사여행을 가야 한다며 강력하게 우기는 남편이 의심스러웠었다. 그래서 민우를 데리고 가라고 부추겼는데, 그 결과는 혹을 떼내는 것이었다.
"아빠의 출사 여행은 그렇게 힘드니까, 앞으로는 가겠다고 하지 마!"
그리고 나와 희원의 여행 중에 민우를 혼자 두고 시어머니에게 간다던 거짓말을 하고 둘이서 부산에 요트여행 가고 제주도에 나와 희원이를 보내고 민우는 친구네 집으로 보내고, 두 사람은 시그니엘에 묵으면서 명품을 사줬다는 이야기를 했다. 두 아들들은 내 말이 믿어지질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원하면 카톡 내용을 보여주겠다고 1500장 넘게 인쇄해 둔 카톡 프린트 상자를 꺼내주었다.
둘 다 아무 말도 없었고, 증거 상자는 열어보지도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있더니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며 둘이 나갔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서럽고 괴로워서 소주를 꺼내 마셨다. 한참있다가 아들들이 돌아왔을 때 나는 소주 반 병을 마신 상태였고, 희원이가 술도 못 먹으면서 왜 이러냐고 그만 마시라고 말리며 나를 침대에 뉘워주었다.
“너희들은 집으로 가게?”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엄마는 좀 자요.”
“민우야~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너 중요한 시기에 엄마가 그렇게 집을 나와서... 안 그러면 엄마가 죽거나 엄마가 니 애비를 죽일 것 같았어. 너무 미안해... 그리고 엄마는 너희를 너무너무 사랑해! 흑흑”
우는 나에게 민우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우리도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밉다는 마음 조금도 없었어요. 난 내가 전에 엄마한테 '왜 아빠한테 그런 소리 듣고 사느냐? 이혼해!'라고 한 말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어요. 근데 엄마가 집 나갔을 때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데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형이나 아빠도 아무 말도 안 하고... 궁금했지만,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어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엉엉 우는 나를 달래고 두 아들은 내 집을 떠났다.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에게 많은 염려와 걱정을 듣는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어서 너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쓴다. 이미 다른 일로 명예훼손은 당한 상태이며 법이 내편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나의 경험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이 있다. 난 내가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게 위법했는지 몰랐고, 피해자인 나는 입 닥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데 가해자들은 아직도 불륜을 즐기고 아들들을 속이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