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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서면

by 이웃사

21년 9월 시작된 소송은 너무도 긴 기다림 속에 22년 초겨울이 돼서야 겨우 상대 변호사의 준비서면을 볼 수 있었다.


준비 서면에 따르면 두 사람의 관계는 내가 낸 소장과는 다른 부분이 있고 해외에 간 것도 둘이 같이 가게 된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세계가 얼마나 넓은데, 동네 공원도 아닌 외국에서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가 말이다.


상간녀는 캄보디아, 인도로 봉사활동을 갔다 우연히 만났다고 하는데, 그런 나라의 봉사활동지는 불우한 아이들이 있는 오지로 가는 것이지, 전남편이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 곳인 유적지나 사진 명소이기에 서로 겹칠 수 없다.


그리고 당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상간녀는 그런 행사를 학기 중에 다녀오려면 대학에 출장신청서와 행사 결과보고서와 같은 결재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데, 그런 사실을 증빙할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니 상간녀와 관광지를 돌았다가 두 사람이 매번 우연으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상간녀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이렇게 당당히 주장하는 뻔뻔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제주도 여행도 카톡에는 내내 호텔에서 뒹굴었다고 해놓고 서면에는 투자를 목적으로 일행과 함께 갔다고 하고 두 사람이 시그니엘에서 3박 투숙한 것도 바우처가 다 있는데도 상간녀가 가족들과 함께 묵은 것이라는 거짓 내용들을 기술했다. 내가 본 수천 장의 사진 중에는 시그니엘 식당에서 찍은 두 사람의 사진만 있었지 가족은 없었다.


특히나 2018~2019년 사이에 제주도에 자주 가던 전남편은 제주도에 투자를 하겠다면서 내 사학연금에서 대출을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선뜻 나서지 않으니 높은 이자로 돈을 벌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렇게 내가 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은 5000만 원이 상간녀에게 갔고 그 돈으로 제주도에 아파트 2채를 갖게 된 것이다. 물론 나의 대출금은 사기를 당해서 날려먹었다고 하면서 원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그 대출금은 내가 5년간 갚아야 했다.


2020년 어느 날 전남편은 주변 의사 중에 제주도에 아파트를 사서 홈스테이로 운영하려고 하는데 공짜로 빌려줄 테니, 친정 부모님과 희원이를 데리고 일주일간 다녀오라는 호의를 베풀었다. 당시 민우가 고3이어서 주저하는 내게 괜찮으니 다녀오라던 그 전남편이 상간녀에게

“ 지수는 아무 쓸모가 없어. 민우 공부하는데 방해만 되지. 빨리 보내버리는 게 나아. 우리 여행에 맞춰서...”

그랬던 것이다. 나의 제주도 휴가는 상간남과 상간녀의 불륜을 들키지 않기 위한 연막 작전이었던 것이다. 상간녀의 제주도 아파트는 정말 최악이었다. 촌스러운 꽃무늬 벽지며 지저분한 침구, 허접한 부엌살림과 어설픈 인테리어로 시골 모텔보다 못한 느낌이었다. 일주일을 묵고 올라와서 전남편이 나에게 어땠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 선생님 망할 것 같아. 집 상태가 너무 엉망이고, 촌스러워”

“그래도 인테리어에 대해 조언해 줄 것 없어?”

“나라면 다 뜯어고쳐야 할 텐데 그러면 집값보다 인테리어 비용이 더 들걸... 요즘 제주도 펜션이 얼마나 인테리어며 위치며 뷰가 좋은데... 인스타 감성이 제로야”

그 말에 왜 그리 화가 났는지는 그때는 몰랐다. 나와 아들은 그런 곳에 보내놓고 본인은 상간녀와 시그니엘 호텔에서 3박을 하며 즐긴 것이다.

그리고 전남편은 상간녀와 나를 같은 필라테스, 같은 병원에 보냈고 계속 거래를 하고 있는 부동산 백 부장을 통해 우리 집 주변에 월세집을 얻어주었는데 이 모든 것이 다 우연이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렇게 준비서면에 전남편은 모든 것을 부인했고 그 둘 간의 불륜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아는데도 아니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내가 아줌마가 계셔서 가사 일에 소홀하였고 월급이 작아서 집안 살림엔 아무 도움이 되질 않았다고 했다. 더불어 희원이나 민우에게 제대로 준 적도 없는 용돈으로 70만 원을 줬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런 게 바로 진흙탕 싸움이구나 싶었다.


그때 차단한 전남편의 카톡 프사가 변경되었다고 알림이 왔다. 거기엔 이렇게 씌어있었다.


“미친년아~ 천만 원만 보내도 기록에 남는데 내가 집을 사줘?”


얼마 후 조정으로 이혼이 확정되고 난 후 프사는 이렇게 바뀌었다.


“오천만 원에 니 남편을 팔아? 나도 이제 내 맘대로 할게”


나도 개인 프사를 만들었다.

“내 인생에

젤 잘한 건

널 버린 거”


“지랄하네.. 넌 여태까지 니 맘대로 하고 살았거든”

지금 전남편은 수시로 지맘대로 상간녀와 해외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보내고 있고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에게 많은 염려와 걱정을 듣는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어서 너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쓴다. 이미 다른 일로 명예훼손은 당한 상태이며 법이 내편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나의 경험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이 있다. 난 내가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게 위법했는지 몰랐고, 피해자인 나는 입 닥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데 가해자들은 아직도 불륜을 즐기고 아들들을 속이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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