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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들

by 이웃사

1500여 페이지의 카톡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의 의문이 풀리기도 했지만,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김경아는 이상훈과 여행을 갈 때마다 박동주라는 후배를 함께 데려갔다. 아마 주변이나 남편에게 둘이 여행 간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기 위한 조력자였던 것 같다. 매번 이상훈이 여행비용을 다 대주고 함께 여행하면서 방은 김경아와 이상훈이 한 방을 쓰는 거였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박동주가 이상훈에게 “형부”라고 부르며 “형부가 언니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라고 하며, 이상훈은 김경아의 선물을 사보내면서 가끔 박동주에게도 선물을 보냈다.


난 이 박동주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카톡내용을 통해서 알게 된 다른 사실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내가 한동안 같은 동네에 사는 차가 없는 양교수와 카풀을 하고 다녔는데, 그 양교수가 김경아와 대학 동창이라는 거다. 게다가 상간녀는 그 양교수를 험담하고 약 오른다며 질투하는 카톡의 내용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긴 양교수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박동주’라는 후배가 있는지 물었다. 양교수는 자신은 잘 모르는 이름인데 왜 그러냐고 물어서, 간단히 김경아와 이상훈의 불륜으로 지금 이혼 소송 중인데, 박동주라는 후배와 늘 함께 여행을 다녀서 학과 후배인가 했다고 말했다. 양교수는 자신은 대학 졸업 후 김경아를 만난 적도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김경아와 친한 친구가 자신과 같은 과에 있으니 물어봐 주겠다고 했다.


며칠 후 양교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박동주는 다른 과 후배인데, 대학 때부터 늘 붙어 다녔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번 얼굴 보자고 해서 그다음 주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오랜만에 만난 양교수와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차를 한잔 하면서 김경아와 이상훈의 불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양교수는 ‘그게 정말 사실이냐? 김경아 개가 그럴 수 있는 얼굴이 아닌데... 정말 알 수 없네.’라며 너무 놀라워했고, 나는 사진이나 동영상은 정보보안법 때문에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그 외의 조력자는 이상훈의 친구들이다. 김경아와 이상훈의 사이를 알면서 함께 테니스를 치러 다니고, 그러면서도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와인을 마시곤 했다. 내겐 한마디 말도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비밀을 유지해 주는 품앗이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조력자는 부동산의 담당자인 백부장이다. 그는 상간녀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거처를 마련해 주던 사람인데, 이혼 소송이 시작되면서 내가 전화를 해도 받질 않았다. 너무 기분이 나빠서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이상훈의 불륜을 도와준 조력자라고 한참을 퍼부었는데, 이미 이상훈이 연락을 했는지 내 전화를 피한 것이다.


가장 놀라운 사람은 우리 집 일을 봐주시는 아줌마의 배신이다. 22년간 둘째 민우를 키워주시고 살림을 도와주셔서 나는 부모형제보다도 더 의지하고 살았다. 그런데 김경아와 이상훈이 주차장에서 하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 ' 아니다. 널 사랑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시간을 좀 갖자"라는 이야기를 다 듣고도 모른 척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분해서 며칠 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의 불륜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입을 닫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들은 모두 자신이 이런 일을 알려야 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중에 일이 터져도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걱정스러웠을 테니 말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멀리서 지켜보며 그들은 과연 죄책감을 가졌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건 본인들의 일이 아니니까.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에게 많은 염려와 걱정을 듣는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어서 너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쓴다. 이미 다른 일로 명예훼손은 당한 상태이며 법이 내편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나의 경험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이 있다. 난 내가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게 위법했는지 몰랐고, 피해자인 나는 입 닥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데 가해자들은 아직도 불륜을 즐기고 아들들을 속이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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