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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에게

by 이웃사

지금 내가 가장 힘든 것은 28년 전 이상훈과의 결혼이라는 나의 판단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50대 후반에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두 아들들이 너무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전남편과 싸우려고 했으나, 돈을 쥐고 협박하는 남편을 이길 수 없었던 아들들은 이제 전남편과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말을 걸지도 밥을 함께 먹지도 않는채 동거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전남편은 아들들에게 상간녀와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하고 상간녀와 함께 수시로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간녀는 아직 유부녀인 채로, 더 신나고 더 편하게 불륜을 즐기고 있다. 물론 아들들은 지 애비가 어딜 갔는지, 누구와 갔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처음에는 그래도 내가 하는 넋두리와 분노로 울부짖는 욕지거리를 불편해하고 그래도 자신들에겐 아빠인데, 이제 그만 미워하라고 욕하지 말라던 아들들이었는데, 이제 ‘그 인간’,‘동거인’이라고 부른다.


하루는 큰아들이 내 집에 와서 함께 자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술도 한 잔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아들 등에 업혀서 집에 왔다. 침대에 누웠는데 등 돌리고 자는 척하는 큰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 역시 눈물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엄마는 네 애비랑 결혼한 거 후회하지 않아. 엄마는 그때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너희 둘을 낳은 것도 후회하지 않아. 그리고 지금 그 쓰레기랑 이혼한 것도 후회하지 않아. 너무 큰 보상을 치르긴 했지만, 인생을 배웠고 자유를 얻었으니까. 그러니까 너희도 빨리 거기서 빠져나와. ”

“알았어요. 이제 민우도 아빠를 안 믿어요. 모두 거짓말만 하고 있는 걸 알게 돼서 아무 기대가 없대요. 그니깐 엄마도 엄마를 아껴주는 좋은 남자 친구 만들어서 행복해져요.”

“그래.. 그럴게! 엄마도 사람으로, 그리고 여자로 살고 싶어. 사랑받고 배려받으면서 존중받고 싶어! 우리 이제부터 그렇게 살자”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악몽을 꾼다.


집구석에 웅크리고 전남편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데 뒤에서 상간녀 김경아가 팔짱 끼고 웃고 있는 꿈,

내가 자고 있는 전남편을 칼로 마구 찔러서 주변과 내 손에 붉은 피가 낭자하는 꿈,

상간남 이상훈이 나를 쓰레기가 가득한 창고에 가두고 욕하는 꿈과

온몸에 각종 벌레들이 붙어서 떼어내도 한도 끝도 없이 온몸을 뒤덮고 있는 벌레들을 밤새 떼어내는 꿈.

새벽에 놀래서 소리지르며 깨기도 하고, 함께 자던 아들들이 내가 누군가와 싸우는 것 같은 잠꼬대를 엄청 많이 한다고도 한다.


나의 진단명인 PTSD와 우울증은 점점 나빠져서 상담을 늘리고 수면제의 양도 점점 늘고 있다. 주변에서는 연을 끊으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끊어도 그들이 나를 놔주지 않는다.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영화 <맨인 블랙>에 나온 주인공처럼 누군가의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 기억을 좀 사라지게 해달라고.


상간녀는 나를 학교에서 잘리게 만들겠다고 하고 주변에 자신은 억울하다고 하고 있다. 자신과 상간남은 그저 친구일 뿐이고, 전부인이 히스테리에 의처증이 심해서 이혼한거라고 하고 다닌다고 한다. 게다가 검찰에선 소식도 없고 2월이 되면서 담당검사만 바뀌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변호사는 또 기다리란다. 재판비 청구소송도 항고 한 이후 소식이 없고 나는 마냥 기다려야한다.


아무 것도 끝이 나지 않고 기다리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폭로가 아니라 세상에는 이렇게 악마 같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법도 내 편이 아니라는 괴로운 현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억울한 마음과 생각, 두려움을 쏟아내기 위함이다. 또다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지도 모른다며 말리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난 학교에서도 위태위태해. 소문도 이상하게 났고 형사기소 돼서 명예퇴직도 못하고, 승진에도 불이익을 받을 거야. 이 상황에서 난 내 안에 있는 이 더러운 고름들을 쏟아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찢어진 상처를 그대로 봉합하면 안되잖아. 그 안에 있는 피고름을 다 빼내고 그 다음에 봉합하는게 맞지 않니? 난 지금 살려고 이러는 거야. ”


그 결과가 또다시 형사처벌이라면 어쩔 수 없다. 법은 항상 내 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가정을 지키려 애쓰고 있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분들이 겪고 있는 참담함과 억울함에 대해 소통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희원아~민우야~

엄마처럼 살지 말고 너흰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도 이제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게.

우리 함께 행복해지자!"

2017년 남편(최태원 SK회장)이 먼저 이혼 소송을 냈고, 그래도 견디다가 더 이상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해서 2019년 반소(反訴)를 제기했다. 그렇게 5년 동안 이어온 재판이고 국민들도 다 지켜보시는 재판인데, 판결이 이렇게 난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 특히 이 판결로 인해 힘들게 가정을 지켜온 많은 분들이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당하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다.

가정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 가치의 훼손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 사법부가 그것을 지켜주는 곳이길 간절히 바라면서 사법부를 믿고 열심히 항소심 준비를 하겠다.

<2023년 1월 노소영 관장의 법률신문과의 인터뷰 중에서>


나 또한 간절히 바란다. 제발 사법부가 가정의 중요성과 책임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일을 하길.....


나의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나는 어떤 또다른 상처를 입을 지 알 수 없다.

지금의 상처가 아물 수는 있어도 또 다른 상처를 갖게 될 수도 있고, 그 흉터들은 오랫동안 남아있을 거 같다.





<지금까지 읽어주시고 댓글로 많은 위로와 격려, 기도해 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합니다. 즐겁지도 않고 희망적이지도 않은 구차한 저의 삶에 대한 고민과 번뇌를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업로드하는 동안 여러분들의 댓글들이 저에게는 위안이었고, 삶의 영양제였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후의 일들이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되는지 업로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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