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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Aug 09. 2021

뭐요? 그건 엄마가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2021년 7월 스무여드렛날의 단어들

팩스를 보내러 집 앞 문방구에 갔다. 옛날에야 준비물이 많았으니 학교 앞에 문방구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이제는 준비물 없는 학교를 만든다고 하니 문방구들이 남아날까 싶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줄어들고 있으니, 준비물이 아니더라도 하굣길 아이들을 유혹하는 불량식품이며 장난감들은 얼마나 팔릴까 싶다. 그래도 집 앞 문방구는 초등학교 정문을 마주하고 있는 덕분에 오늘도 문을 열어둔 것 같았다.


간발의 차로 여자아이가 먼저 문방구에 들어섰고 나는 그 뒤에 서서 기다렸다. 좀 전에 팩스 가격을 물어보고 간 것을 기억했는지 나보고 먼저 하라고 눈치를 줬지만, 아이도 손님이니 기다리겠다고 하고서는 문방구를 한 바퀴 둘러봤다. 사실 몇 평 되지 않는 문방구인지라 한 바퀴 둘러볼 것도 없이 고개만 까딱 돌리기만 해도 구석구석까지 훑어볼 수 있었다.


등 뒤로 여자아이가 '성괴가 뭐예요?'하고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성괴라니. 주인아주머니랑 잠깐 들른 듯한 아주머니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나. 썩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아 '애들 앞에서 말조심 좀 하시지' 싶었는데 곧이어 아주머니들이 답을 해주신다. 아, 뭐라고 설명해야 돼. 그거 있잖아 꺼매갖고 가시 달린 거. 먹기도 하고. 아! 성괴가 아니라 성게였구나. 여자아이 손에는 성게 장난감이 들려있었다.


계산하려던 여자아이는 백 원짜리 동전을 한 움큼 꺼내다가 그만 쏟고 말았다. 동전들은 바닥에 진열해놓은 장난감 사이사이로 흩어졌다. 이것까진 기다려줄 순 없지. 나는 계산대 쪽으로 사인을 보냈고 주인아주머니는 네 하며 손에 든 것을 주시라하고 사인을 보냈다. 팩스를 보내는 와중에도 여자아이와 주인아주머니 사이에 대화가 오갔다. 너 그거 못 찾으면 아줌마 꺼야. 아 왜요. 아줌마 가게니까 아줌마 돈이지. 장난스럽게 주고받는 말이, 주인아주머니의 상술인지 아니면 여자아이가 진짜 단골인지 헷갈렸다.


여자아이가 동전을 찾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던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이 아이도 아마 단골인가 보다.


너 코로나 검사받았어?
네 받았어요. 음성이래요.
너 걔랑 같은 반 아니야? 반은 다른가?
같은 반이에요.
그래? 그럼 자가격리해야 되는 거 아니야?
뭐요? 그건 엄마가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야 그걸 왜 니 엄마가 해.


이야기인즉슨, 같은 반 친구 동생이 코로나에 걸려서 모두 다 코로나 검사를 받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자가격리는 엄마가 대신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치, 검사는 너가 받았는데 왜 엄마한테 자가격리하라는 거냔 말이다.


만담이 끝나고도 대화는 이어졌다.


너네 엄마 정말 예뻤는데.
우리 엄마 알아요?
야 내가 몇 번을 말하냐.
아줌마 언제부터 있었는데요.
아줌마 이제 25년 됐지.
그럼 우리 엄마 6살 땐데.
너네 엄마 정말 예뻤는데 너는 아빠 닮았나 보다.
맞아요 엄마가 옛날에 예뻤대요.
너네 엄마는 딸을 낳았어야 되는데 아들만 둘이여야지고.
제 동생도 알아요?
야 내가 몇 번 말하냐.


팩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남자아이가 2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뭐가 있나 보러 나가고, 곧이어 동전을 다 찾은 듯한 여자아이가 성괴를 계산하고 나갔다. 근처 미용실을 예약한 듯한 다른 아주머니는 가봐야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더 있다 가지. 그래 에어컨 틀어놨을 텐데 거기서 기다려도 되겠다. 또 와요. 그러고 보니 문방구는 안은 후끈했는데, 에어컨을 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에어컨이 아예 없는 듯 보였다. 계산대 안 쪽엔 선풍기라도 두신 거겠지. 가게 안에 그냥 서있기만 했는데도 땀방울이 또르르 구르는 게 느껴졌다. 나도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몇 장을 꺼내 계산을 하고 나왔다. 주인아주머니는 한동안 또 다음 손님을 기다렸을 것이다.



文房具屋(ぶんぼうぐや)・文具店(ぶんぐてん) : 문방구
ウニ : 성게
常連(じょうれん) :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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