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오래 기다렸습니다.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 속 온기를,
뾰족한 가지 끝에 알알이 달리는 새순을,
움츠러들던 어깨들이 펴지는 봄날을
많이도 기다렸습니다.
눈물이 차오르던 날들에,
그래서 자주 물속에 잠기던 나날에
한 줌의 볕이, 두 줌의 빛이 듭니다.
비로소 숨을 들이켜고 또 내쉽니다.
찬기가 떠나기를 많이도 기다린 나는
하늘만 보던 고개를 바르게 떨군 채
따스함이 흐드러진 풍경을 마침내 마주합니다.
잠식되던 날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