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관악구 일대는 강감찬 장군에 진심이다. 줄지은 가로등엔 애니메이션 버전 강감찬 장군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있고, 거리마다 바닥을 쏘는 로고 빔 속 장군은 꽤나 화사하게 웃고 있다. 살아생전에도 아마 이토록 발랄하게 웃음 짓진 않으셨을 거다. 낙성대는 강감찬 장군의 출생지다. 그가 태어날 때 이곳에 별이 떨어졌다 하여 떨어질 락落자에 별 성星자를 붙였다. 장군의 출생지라는 표식의 삼층석탑을 세우고, 영정을 모신 사당(안국사)을 지은 이곳은 낙성대공원으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많은 이들의 쉼터가 돼주고 있다.
나 역시 주기적으로 이 공원을 찾는다. 가벼운 맨몸 운동을 하시는 어르신들,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간단한 구기종목을 즐기는 청년들을 지나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살짝 아득해질 때까지 걷다 보면 사당이 나온다. 사당에 점잖게 앉아계시는 강감찬 장군께 눈인사를 건네고 빙 둘러 뒤편으로 가면 이곳이 관악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가장 좋아한다고 하기엔 그저 차갑고 딱딱한 돌바닥과 반만 보이는 수풀이 다지만 여기에 걸터앉아 소음 속 고요를 즐기면 또 이만한 행복이 없다. 텀블러에 싸온 따끈한 커피 한 모금과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종이책을 읽는 순간이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는 완연한 평온의 시간이다.
강감찬 장군의 여파는 낙성대 일대뿐 아니라 샤로수길과 신림동까지 이어진다. 신림을 지나는 도림천은 별빛내린천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물론 그곳에도 크고 작은 버전의 온갖 강감찬 장군들이 조형물과 조명이 되어 길을 번쩍번쩍 비추고 있다. 별빛내린천과 낙성대공원에서는 지역구 기반 축제가 꽤 자주 열린다. 청년층의 비중이 높다 보니 수요만큼 공급도 많다. 여기서 가장 대표적인 축제의 명칭조차 관악강감찬축제다. 이곳은 정말이지 강감찬 장군과 떨어지는 별에 지배당했다. 그 덕에 동네엔 주기적으로 활기가 주입돼 1인 가구임에도 외로울 틈이 없다.
가끔 상황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작아지려 하는 날이면 조용히 되뇐다. “어쨌든 난 별이 떨어진 곳으로 돌아오는 사람이야. 아무리 어둡게 만들어봐라, 나만 더 빛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