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0화
명절 연휴로 인해서 이번 주는 월, 화, 수 삼일을 연달아 나와야만 옥천에서 만근이 인정이 됐다. 명절을 앞두고 물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지만, 다들 3일만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출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자연스레 내가 출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졌다.
점점 옥천에 출근을 하는 날보다 못하는 날이 늘어가서 걱정이 깊어지던 찰나, 기존에 일하던 C사의 다른 센터가 떠올랐다. 그곳 허브에서는 여자도 뽑는다고 친한 언니가 말해주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근무 지원을 했다.
결과는 출근 성공이었다. 오후 1시쯤 근무가 가능한지 관련해서 전화가 왔고, 3시가 다되어 가는 시각에 문자로 출근 확정이 날아왔다. 확정 문자에 출근이 가능하다고 답장을 보내면 최종 출근 인원에 들어가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문자가 오자마자 바로 나는 출근이 가능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곳은 흥미롭게도 신선센터와 함께 건물을 쓴다. 건물은 총 1층부터 5층까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부터 4층은 신선센터이기 때문에 5층만 사용하는 형태였다. 출입구에서 신분증과 출근 확정 문자를 보여주면 건물로 입장이 가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해서, 출근 명단 확인을 받고 첫 근무라 작성해야 하는 서류들을 작성한 후에 교육실에서 8시 40분까지 교육을 들었다. 교육실에는 나처럼 이곳에 처음 온 사람들이 세 명 정도 더 있었다.
기존에 갔던 센터와 달리 보안검사도 무척이나 빡빡해서 작업장으로 들고 들어갈 수 있는 건 물, 열쇠, 인공눈물, 상비약, 사탕 몇 알, 출입증 카드, 바코드 명찰, 자물쇠 정도였다. 거의 맨몸으로 들어가야만 입장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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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검수’ 업무가 맡겨졌다. 간선장에서 제대로 토트에 맞게 각 번호의 간선이 담겼는지 확인하는 역할이었는데, 이미 검수 업무를 기존의 센터에서 경험해봤던지라 어려움은 없었다. 검수할 게 없을 때는 분류 토트들을 최대한 많이 접어서 만들어 놓는 걸 반복했다.
간선이 마감되고 난 후에는 일반 파트로 가서, 토트 빼는 것도 도왔다. 신기하게도 이곳은 남자들이 분류를 하고 여자들이 주로 토트를 빼고 있어서 이러한 부분이 약간은 생소했다. 토트를 빼는 일이 더 큰 힘을 필요로 하는데, 그걸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이 하고 있다니.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토트를 빼는 역할을 단기직들이 맡아서 하고 있기에 계약직들은 분류만 하면 돼서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거였다. 그렇게 계약직에게는 힘이 덜 드는 업무를 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청소까지 하고 3시 50분에 퇴근 준비를 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첫날이어서 그런지 긴장한 탓일까. 승모근이 욱신거렸지만, 그래도 옥천까지 오가는 것에 비하면 월등히 줄어버린 통근 시간에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이곳에서 얼마나 긴 시간을 보내게 될까 생각하며 통근 버스에 앉아 뭉친 어깨를 주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