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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도 눈이 올까요 (2)

기억의 단상 2023년 2월호

by 석류


S는 내가 보낸 택배를 받을 생각을 하니 설렌다고 했다. 택배를 기다리니 사는 낙이 새로 생긴 것 같다는 말도 덧붙여주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괜히 찡했다. 마음 같아서는 택배가 아닌 내가 직접 태국으로 가고 싶었지만, 당장은 갈 수 없는 상황이 아쉬웠다.


S가 나오는 슬프면서도 기묘한 꿈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S의 집에 놀러 갔는데, S가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해서 말 잘 듣는 어린 아이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S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마치 연기처럼 S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S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전화도 걸었지만, 연락도 되지 않았다.


버려졌구나. S는 나를 두고 떠나버렸구나. 연락도 되지 않고, 홀연히 사라진 S를 생각하며 나는 매일 슬픔 속에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S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왜 말도 없이 사라졌냐고 화라도 내야 하는데, S를 보자마자 얼어붙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느낌이었다. 나는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며 한참동안 S를 끌어안고 서 있었다.


S는 자신이 사라진 이유를 말해주었다. FBI에게 쫒기고 있었다고. 그래서 사라지기 전에 화장실에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을 남겨두었는데, 아마도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래도 S가 아예 말도 없이 떠나버렸던 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가 되었다.


꿈에서 깨어 장르를 알 수 없는 줄거리를 되짚어 보다가 기분이 묘해졌다. S에게 꿈 이야기를 했더니, 정말 이상한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잘 기억하라고 했다. 자신은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중국에서는 꿈이 다 반대니까, 항상 내 곁에 있겠다고. 꿈이 현실과 반대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S에게 직접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정말, 날 떠나지 말고 항상 곁에 있어주길. 나도 널 떠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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