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May 16. 2022

그대의 고독에 관하여

2022. 05. 16

  서리 붙은 입김 불며 웅크리고 그대여, 이리 와서 함께 합시다. 우리 같이 고독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모닥불에 언 몸을 녹이세요. 손끝이 파랗군요. 여기 따듯한 차를 따른 잔이 있습니다. 눈가에 앉은 눈송이를 닦아드리겠습니다. 이런, 허옇게 낀 건 눈송이가 아니라 소금이었군요.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나 봅니다.     


  홀로 지구의 푸른 궤도에서 떨어져 나와 우울한 공허 속을 헤매는 것 같으신가요. 벗어나려 안간힘을 다해 버둥거려도 오히려 절망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으신가요. 그대를 망가뜨리고 끝에는 내버린 사람들이 미우신가요. 아니면 걷잡을 수 없이 뒤틀어진 자신이 미우신가요. 그래서 알아주는 이 없는 눈물을 흘리고 계셨나요.     


  하지만 그대여, 그대는 언젠가 알게 될 것입니다. 홀로 선 고독의 의미를, 신이 그대에게 내린 축복을. 자아,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봅시다. 무심한 어둠과 그곳에 간신히 매달린 작은 빛의 보석들. 별은 진정으로 고독한 자입니다. 그는 우주의 까만 독백 속에서 홀로 빛을 발합니다. 어쩌면 그는 쌓이고 쌓이다 이윽고 굳어버린 우주 고독의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밤하늘에서 강을 이루며 찬연히 빛나는 별들의 반짝임을. 고독 속에서도 하나 되어 칠흑을 꿰뚫는 저들의 서사시를. 그대는 언젠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대의 별 또한 저들 가운데 하나임을, 우리는 고독 속에서도 하나 되어 노래할 것임을.     


  어쩌면 그대의 고독은 또한 신을 향해 난 창일지도 모릅니다. 북쪽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 할지라도 태양의 곁에서는 그 빛을 잃기 마련입니다. 별은 어두운 고독 속에 잠겼을 때야 비로소 진실된 자아의 빛을 발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이 그대를 위해 고독을 마련한 이유입니다. 그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피조물에 깃든 창조의 영광에 감사하기 위해, 신은 그대에게 고독을 선물한 것입니다. 그 증거로 그대는 홀로 있을 때 신에게 기도를 올리지 않습니까? 그대는 언젠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대의 고독이 실은 신의 서늘한 그늘이었음을, 신과 마주하기 위한 창이었음을.     


  고독한 그대여, 이제 깨달으셨습니까? 그대는 고독할지언정 홀로 버려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만일 그대가 고독 속에 방치된 것에 불과하다면 그대와 내가 나눈 이야기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 서로 나눈 것이 고독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해야 할까요? 그대를 향한 내 기도의 행방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그러니 그대, 부디 잊지 말아 주세요. 고독 속에서도 우리 서로 함께하고 있음을.

이전 06화 모순의 순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