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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졍 Mar 25. 2021

익숙한 것을 외면한다는 것

-우리는 주택에서의 생활을 선택했다.

  결혼 3년차, 남편과 나의 직장 거리를 계산하여 첫 신혼집을 선택했다. 선택의 기준은 지하철과 버스, 마트와 식당 등 편의시설이 어느정도는 갖추어진 곳. 우리의 신혼은 3년동안 나름 도시에서 그럭저럭 살고 있었다. 방이 3개, 발코니가 있어 캠핑장비들을 다 보관할 수 있는 곳- 그렇게 우리는 전세를 연장하며 살았다.

  우연히 주택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완공되기까지 틈틈히 찾아가 완성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곳에서의 새 삶을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쉽사리 결정할 순 없었다. 약간의 마당이 존재하는 곳 그러나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곳, 버스가 있으나 정류장까지 내 걸음으로 30분정도 걸리는 그 곳.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출을 영끌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부담스러운 곳. 


  익숙한 것을 외면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굳은 심지와 오랜 꿈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선택은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것이라고 했던가. 우리의 선택은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는 것이었다. 

성수까지 출퇴근을 하는 남편의 경우는 합하여 3시간 안팎이 걸리는 상황, 그리 되어 버리면 당연 집안일의 8할은 나의 몫이 되버리는 것. 나의 선택은 평일의 게으름을 버리는 것이었고 남편의 선택은 자신에게 주어진 3시간을 버리는 것. 그렇게 우리의 선택은 결정되었다. 


  영끌하여 마련한 집이기에 꾸미는 것부터가 신중했고 다시 신혼집을 장만하듯 하나하나 발품팔아 가며 준비했야 했다. 가격 대비 괜찮은 것이 아니라 적어도 십년은 써야하니 유행타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것으로 우리는 또 선택을 해야 했다. 익숙한 것을 버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준비를 하고 이사를 하니 어느새 9월. 창밖만 바라봐도 기분 좋은 가을. 그렇게 우리는 기분 좋게 탑승할 수 있었다.

남편의 오랜 꿈인 주택에서 살기 첫 한달은 그렇게 기분 좋은 여유로움과 만족감으로 흘러들었다. 도로에서 보내는 남편도 영어회화, 재테크등의 유익한 강의를 들으며 이동을 하였고 나 역시 조금더 일찍자고 일어남으로 인해 집안일을 여차여차 해내고 있었다.


  주택에 산다는 것은 부지런함과 개의치않은 마음을 함께 안고 가야 가능했다.

  아침마다 일어나 곳곳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해야 곰팡이 친구의 번식을 막을 수 있었으며, 마당에서 희안한 풀떼기가 발견되면 그 즉시 뿌리채 뽑아야 잡초의 무성함을 막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날파리, 모기, 파리, 벌, 여왕개미, 지네, 돈벌레 등을 개의치않고 집안에 들여야 했다. 보는 즉시 의연하게 휴지로 눌러서 죽여야 했으며 날으는 벌레들이 자리에 착석할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까지 필요했다. 쓰레기를 버릴려면 차를 끌고 3분 큰 입구까지 나가야했기에 내 차에 쓰레기를 내줄 수 있는 넉넉함까지 가져야했다. 2층과 3층을 오고가며 돈 들이지 않고 운동하는 기쁨을 가져야 했으며 외부에서 약속이 있을 때 알콜의 유혹을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독한 마음도 필요했다. 

    

  아름다운 꿈을 쫓아 온 지 7개월, 익숙한 도시의 풍경을 외면했으나 우리 부부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편리함과 익숙함 그리고 빠름, 이 세박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나 가끔은 부지런함, 털털함, 공존 등 도시 외곽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것을 안고 살아가는 것 역시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 든다. 주말마다 캠핑을 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고 나무와 풀,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과 달을 매일 볼 수 있는 익숙함이 존재한다. 집안을 잘 정리하고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루틴으로 평일과 주말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빠름 역시 존재한다. 


  익숙함을 외면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익숙함 말고 다른 시각으로 다른 방향에서 또다른 익숙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아파트의 익숙함을 외면하고 한적하고 조용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주택에서의 익숙함을 선택했다. 그리고 십년, 마지노선을 정해 우리의 익숙함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현대인들이여, 그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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