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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이 Oct 06. 2024

Chap.33 간 조직검사 시행

널뛰는 간수치가 문제로다

9월 24일에 병원을 갔다 왔다. 영국으로 출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순천향대를 방문하는 날짜였다. 일정을 조금 당기고 싶었지만 류마티스 내과와 소화기내과가 모두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정을 변경하기가 어려웠다. 류마티스 내과 선생님은 그나마 진료 날짜가 많기라도 한데 소화기내과 선생님은 화요일, 금요일에만 진료를 보신다. 그리고 이 날 간섬유화검사도 예정되어 있었다. 우선 류마티스 내과와 소화기내과 모두 피검사가 있었기 때문에 전날에 금식을 하고 검사를 맡았다. 하필이면 오후 진료였고, 일정이 워낙 빡빡하게 짜져서 오후 4시까지 거의 굶어 있었다. 1시 쯤에 피검사를 하고 나서 간섬유화를 위해 소화기내과로 이동했다. 피검사 결과는 약 1시간 정도가 흐르면 모두 다 나온다. 나는 이때까지 소화기내과 방문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살이 좀 빠져서 지방간이 정상화되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번에 내원했을 때 간수치가 조금 뛰어서 류마티스 내과 선생님이 소화기내과 예정되어 있지 않냐고 물었었다. 왠지 소화기내과 선생님의 의견을 물을 것 같아서 간 섬유화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사결과는 완전 최악이었다. 지금까지 검사한 간수치 중에서 가장 높은 기록을 기록했다. AST는 200을 뚫었고 ALT는 150을 바라보고 있었다. 속으로 정말 당황했다. 아니... 내 간수치 왜이러는데?! 그와중에 이렇게 간수치가 올라도 솔직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세자릿수라고 해도 500, 600 오른 것도 아니었고 이렇게 올랐다가 또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 섬유화검사를 진행한 이후 소화기내과 앞에서 좀 기다렸다가 교수님을 뵈러 들어갔다. 교수님께서는 내 수치를 보시더니 꽤나 심각하게 생각했다. 이미 간수치 이상으로 류마티스 내과에서 우루사 200mg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었다. 하지만, 간수치는 약에 대해서 별로 반응이 없었다. 게다가 지난 한 달 반 정도 사이에 살이 4kg나 빠졌는데 간수치가 오히려 올랐다.

이번에는 감마 GPT도 이상이 있었다. 정상수치보다 조금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감마 지피티는 간수치에 좀 특이적인 수치다. AST는 간에만 있는게 아니라 근육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올라갔다고 해서 무조건 간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ALT와 감마 지피티는 간 문제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수치들이었다. 지난 8월 중순경부터 나는 소화불량과 복통에 시달렸다. 소화가 잘 안되는 바람에 하루에 한 끼 먹을 때가 많았다. 그나마도 먹었더니 소화가 안되서 동네 내과를 두 곳이나 다녀왔다. 9월 초가 지나면서 좀 나아지기는 했다. 병원을 방문해서 키랑 몸무게를 쟀을 때 무려 4kg가 빠져있었다. 소화기내과 교수님이 지방간 환자들은 살이 빠지면 원래 간수치가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몸무게가 빠지면 당연히 지방도 같이 빠지는 것이니 간수치에 변화가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살이 빠졌음에도 오히려 간수치가 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간 안에 다른 영양제나 특별한 약을 먹은 것도 아니었다. 교수님은 저번에 한 항체 검사에서 자가면역검사가 음성이 나왔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 간 조직검사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조직검사라니.. 전혀 상상도 못한거라 당황했다. 간섬유화 검사도 보니 저번에는 섬유화가 F1 단계에 있었고 지방간은 S2였다. 그런데 이번 검사에서는 살이 빠졌는데(!) 섬유화는 F2로 올랐고 지방간까지 S3으로 올랐다. 아니... 도대체 살이 빠졌는데 지방간 수치는 왜 올랐고, 간 섬유화 정도도 왜 오른건지 이해가 안간다.

어쩌면 그동안 소화불량 증상이 간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따로 식이요법을 해서 살을 뺀게 아니라 소화불량때문에 못먹어서 빠진 것이었다. 간이 안좋으면 담즙 생산이 잘 안되어서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서울 아산병원에 있는 "자가면역간염"을 보니 소화불량이나 복통, 가려움증 등등 내 증상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간은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에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별로 없어 내 증상이 무조건 자가면역간염 증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의심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미 류마티스 내과를 다니고 있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인지라 교수님이 그쪽으로 의심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진료가 다 끝난 다음 kfc에 와서 햄버거를 하나 주문해놓고 자가면역간염에 대해 알아봤다. 워낙 희귀질환이라서 건선성 관절염보다 정보가 더 없었다. 블로그를 통해서 자가면역간염 환자 두 분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분은 간수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나와 좀 비슷했다. 카페에서 검색한 결과로는 간수치가 천 단위를 넘어가서 검사를 해본 결과 자가면역간염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보니 자가면역간질환이 자가면역간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와 다른 질환이 하나 더 있었다. 내 항체 검사를 한 것을 보니 ANA랑 AMA 등등 여러 가지는 다 검사를 해둔 상태였고 모두 음성으로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인터넷 자료를 보니 정확한 것은 조직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이었고,이들 항체가 음성이여도 점수제를 통해서 자가면역간염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 오니 조직검사를 통해서 뭐라도 나오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게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 강직성 척추염만 보더라도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해서 확진받기를 바라는데 그 이유는 증상이 있으니 어떤 병명을 듣는게 차라리 속 시원하기 때문이다. 나도 지금은 그런 심정이 든다. 교수님께서 보통 지방간이 있으면 간수치가 두 자릿수 정도고 나처럼 그렇게 널뛰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의 경우 세자릿수로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간수치가 이런식으로 요동치는게 수상하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왜 간수치가 이런 것인지 원인을 알고 싶었다. 아니, 원인을 아는게 차라리 속 시원할 것 같았다. 설사 검사 결과 자가면역간염이라고 나와도 어차피 죽는 병도 아닌데 원인을 알아서 약이라도 먹으면서 관리를 하는게 낫지 원인도 모른채 계속 간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 안그래도 휴미라를 처방받는 입장이라 간수치가 이렇게 널뛰면 나중에 심평원에서 태클걸어서 약이 안나올까봐 걱정된다.

결국 교수님과 얘기한 날짜에 입원했다. 간호간병 통합병동으로 들어갔다. 조직검사 시에 딱히 보호자가 필요없다고 해서 간호간병으로 선택했다. 요즘에는 의료사태때문에 대학병원을 오지 말라고 해서 그런건지 생각보다 자리가 널널했다. 나는 소화기내과에서 6인실에 있었는데 창가자리였고 자리가 꽤나 쾌적했다. 옆에 개인 냉장고도 있어서 밖에서 뭘 사왔다면 보관도 가능하다. 첫날에는 별로 하는게 없었다. 한남동 뷰를 조금 봤다가 저녁을 먹었는데 맛이 너무 없었다. 오전 0시 이후부터는 금식이었기 때문에 팔에 수액을 꽂고 있었다. 차라리 이게 더 힘들었다. 수액 맞은 자리를 내리 3일 동안 맞고 있었는데 하루 빨리 빼고 싶었다.


첫날에 피검사를 실시했고 둘째날에는 조직검사를 하러 내려갔다. 수술방에서 하는게 아니라 소화기내과 내시경실에서 한다. 침대째 이동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검사가 끝나고 나서도 침대째 올라왔다. 따로 몸을 이동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검사는 초음파를 보면서 한다. 교수님이 직접 해주셨는데 초음파를 키고 간의 위치를 본다음 긴 바늘을 이용해서 채취했다. 꼭 총을 쏘는 것처럼 "탕탕!" 소리가 두 번 난다. 검사를 하기 전에는 당연히 마취를 먼저 한다. 마취액이 들어가는 느낌이 몸에서 다 느껴질 뿐만 아니라 뻐근하다. 마취한지 한 1분 정도가 흐르면 바로 바늘을 넣어서 채취를 하는데 첫 번째 바늘이 꽤나 깊게 들어와서 아팠다. 두 번째랑 세 번째는 그닥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검사를 할 때 팔을 위로 올리고 하는데 오른쪽에 힘을 너무 준건지 담이 걸려서 혼났다.

병실에 이동해서 압박 밴드를 붙이고 4시간을 한 자세로 있어야 한다. 똑바로 눕는게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처음 올라와서는 요로결석이 걸린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정말 신음소리가 저절로 났다. 몸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어 간호사를 부르는 벨을 간신히 눌렀다. 진통제를 맞아도 아픈건 여전했다. 다음 날에 초음파가 또 있어서 금식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소화불량과 두통으로 어차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압박 붕대를 빼고 나서 자야 하는데 오른쪽으로는 도저히 누울 수가 없어서 왼쪽으로만 누웠다. 도대체 잠을 어떻게 잔건지 모르겠다. 한쪽으로만 자다 보니깐 새벽에 깼다. 그리고 간호사분에게 부탁해서 진통제를 하나 더 맞았다. 새벽 3시쯤이 지나서 몸을 간신히 오른쪽으로 약간 넘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 다음날에 초음파실로 내려갔는데 몸을 똑바로 누울 수가 없어서 결국 옆으로 누워서 초음파를 봤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픈거 보고서 놀라셨다. 조직검사 하고나서 이렇게 아픈 환자는 잘 없나보다. 인터넷도 보면 간 조직검사는 별로 안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왜이렇게 아팠을까 ㅠㅠ 나처럼 아픈 사람도 있기야 하지만 드문것 같다. 세 번째날에 결국 이 고통을 안고 퇴원했다. 다행인 것은 어느 정도 숙일 수 있는거랑 걸어 다니는건 큰 문제가 안되었다는 것이다. 집에 가자마자 집에 있던 진통제를 먹고 나니 좀 나았고, 저녁때는 울트라셋을 하나 먹었다. 그랬더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정상이 되었다. 어이없게도!! 정말 이 고통이 오래가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저녁때는 똑바로 눕는거랑 오른쪽으로 눕는게 다 가능했다. 그래서 다행히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조직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참 걱정이다. 검사 결과는 약 1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병원에 혼자 있으면서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걸까하고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지금 내 나이 또래들은 사회활동도 열심히 하고, 연애도 하고, 유학도 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했을텐데 나는 젊은 나이에 병원에 누워있으니 슬펐다. 이렇게 사는게 과연 사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나름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하는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긍정적으로 나온게 나을지, 부정적으로 나오는게 나을지도 아직까지는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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