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고민 끝에 작가가 되었다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건 매우 부끄러웠지만

by 현의


나는 9살 때부터 소설을 썼다. 그리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20살이 될 때까지 품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글을 썼지만 작가님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건 20대 후반이 되어서였다.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



내가 작가라고 불리지 못했던 이유는 내 이름으로 된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글이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처음과 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써왔던 글은 끝을 보기도 전에 끄적거리다 그만둔 것뿐이었다.


완결된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는 건 나를 조금씩 위축시켰다. 글이 써지지 않아서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를 끝낸 적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이야기의 A부터 Z를 백만 번도 넘게 돌려볼 수 있는데 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건 생각보다 매우 어려웠다. 빈 화면에 커서가 깜빡이는 걸 보며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아무리 실망스러운 글을 보더라도 그것을 꾸준히 올리는 사람에게는 존경심을 품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



글을 다시 쓰게 된 계기



일기나 블로그 포스팅처럼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글만 계속 쓰던 때였다. 정말 우연히 들린 블로그에서 창작자를 위한 작품 지원 사업 참가자를 지자체에서 모집 중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원사업의 공고문을 보면서 내가 저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금을 받으러 가는 길에는 완결된 시놉시스, 최소 분량의 글, 총 두 번의 심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준비된 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시작했다. 만약 선정되지 않더라도 이를 계기로 이야기를 다시 쓸 용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글감을 찾는 건 매우 쉬웠다. 쓰다 만 글이 수두룩했고, 학생 때 간단한 시놉시스를 작성하는 과제를 제출해보기도 했었다. 그동안 모아온 여러 소재 중에서 과제 때문에 억지로 쥐어짰던 이야기를 골랐다.


처음에는 여유가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해도 괜찮아’로 끝나는 도서가 유행하던 때이기도 했고, 아주 살짝 맛본 캘리포니아에서의 느긋한 삶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맛볼 수 있는 느긋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쓸 생각이었다. 웹소설이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절대로 이런 소재로 글을 쓸 엄두를 내지 않았을 테지만 그때 나는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다.


이야기를 끝까지 쥐어 짜내고, 이야기에 필요한 인물을 설정하고,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던 제목까지도 지었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 지원 사업에 선정된 후, 작가님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이것들은 모조리 수정되었다. 시작을 두 번 한 셈이다.




그래서 그 도전의 결과는


1.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몰랐을 지식을 알게 되었다.


3주에 걸쳐 진행된 작가님의 피드백은 늘 놀라웠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나는 절대로 나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수십 번 들여다보며 수정했던 글에는 아주 끔찍한 설정 오류가 있었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마무리에는 다음 편을 읽고 싶게 하는 임팩트가 부족했다.

그리고 완벽하게 수정한 줄로만 알았던 글에서 오타가 발견되기도 했다. 혼자서 글을 읽고 고쳤더라면 이를 절대로 몰랐을 것이다.


또한, 글을 끝까지 써본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아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작가님은 이야기를 어떻게든 마무리해본 경험이 있어야만 다른 이야기도 쓸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내가 썼던 이야기는 모조리 흐지부지한 이야기였다는 걸 알고 있으셨던 걸까? 정말 내게 필요한 말씀만 해주셔서 매일같이 이야기를 쓰고 다듬는 일이 무척 어려웠음에도 그 모든 순간이 참 소중했다.



2. 아직 완결된 이야기를 쓰지도 않았는데 작가님이라고 불렸다.


나는 그저 참가자였을 뿐인데 지원 사업이 진행되는 내내 작가님이라고 불렸고, 그래서 너무 부끄러웠다. 오랫동안 작가가 되는 걸 꿈꿔왔지만 나는 호쾌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부끄럽고 쑥스럽기만 했다. 정말로 나중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여러 권 내면 작가라고 불리는 것도 익숙해질까?


지원사업의 마지막 단계는 참가자들의 작품을 모아 책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책자를 여러 출판사로 발송했다고는 하는데 아직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지원 사업이 종료된 이후로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의도치 않게 반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영영 빼앗긴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3. 또 다른 공모전에 도전했다.


요즘은 N잡러가 유행이라서 공모전에 참여하여 부수적인 수익을 얻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대학생을 위한 공모전 사이트에 접속해보았다. 놀랍게도 자격 제한이 없는 공모전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그래서 네이밍 공모전 두세 개에 참여하고, 서로 다른 세 개의 공모전에 직접 쓴 글을 보냈다. 딱 한 번 글쓰기 지원 사업에 도전했을 뿐이지만 그 한 번의 도전 덕분에 다른 도전을 지속하기가 매우 수월해진 것이다.


물론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안 늘 손가락과 손목이 떨어질 것처럼 아팠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진짜 작가가 되면 이런 일을 매일 겪어야 하는 걸까 싶어서 후회스럽기도 했다.


현재까지 내가 공모전을 통해 받은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뿐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에서 앞으로 어떤 자세로 글을 쓸 것인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나는 아주 재밌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그 글이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아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또한,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가치를 잃지 않고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고민과 함께 글을 쓰는 게 즐겁다. 작가라고 불리는 걸 더 이상 어색해하지 않을 때까지 이러한 고민과 함께 글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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