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고민 끝에 유튜버가 되었다

8년간의 고민은 완벽히 쓸모없는 시간이었다.

by 현의


젊음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기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말수는 적어도 긴 글은 잘 쓰니까. 어려운 건 글쓰기가 아니라 도전이었다.


쉼 없는 일보다
새로운 일을
무서워하는 사람



나는 솔직히 나를 작동하는 법을 잘 모른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했다면 어떤 버튼을 눌러야 어떤 동작을 수행하는지 눈치챌 법도 한데,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잠깐 화장실 갔다가 운동해야지’라는 다짐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오고 나면 이전에 세운 굳건한 다짐은 홀라당 버려놓고 침대에 눕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의지가 약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와 반면에 아무 계획에도 없던 일을 충동적으로 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오늘은 밖에 나가기 귀찮으니까 집에 있어야겠다’ 싶다가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맛집 추천글 때문에 핸드폰이랑 지갑만 챙기고 훌쩍 밖으로 떠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저돌적이고 울컥하는 성미가 있는 줄 알았다.



어느 것도 확실히 내 성격을 완벽하게 대변한다고 말하기 애매했다. 하지만 내가 확고하게 말할 수 있는 성격도 하나 있긴 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 전에 엄청 심사숙고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물건을 잘 구입하지 않는다. 기존에 쓰던 것을 뒤로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 또한 내게는 엄청난 고민을 필요로 하는 도전이었으니까. 그래서 뭐든지 한번 사면 제 기능을 못할 때까지 지독하게 사용해서 끝장을 본다.


고등학생 때 얻어온 중고 데스크톱은 아직도 나의 하나뿐인 컴퓨터로써 열심히 일하고 있다. 8년 전에 선물 받은, 스펀지가 너덜너덜하고 플러그가 반쯤 맛이 간 헤드폰은 9년 전에 산 노트북의 짝꿍이다.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서랍에는 초등학생 때 후문에서 받은 바인더가 있다. 내가 잃어버린 줄 알고 있었던 물건들은 어쩌면 안식을 찾아 제 발로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완벽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 걸까 고민만 쌓이는 날이 계속될 때였다. 우연히 읽은 동기부여 책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고민을 도려냈다.


저자는 어떤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순간을 기다리지 말라고 했다. 그런 순간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대신 어설프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게 뻔하더라도 불완전한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완벽하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낸 뒤 이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의견이었다.


그 책을 읽은 날은 2021년 새해를 코앞에 둔 12월 말이었다. 새로운 해를 맞아 작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에 딱 좋은 시기였다.

우연히도 며칠 전 어느 블로그에서 ‘아이패드로 영상편집하는 법’이라는 게시글을 보았었다. 블로거가 추천해준 어플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고, 곧장 동영상을 찍었다. 9년 전에 산 오래된 노트북과 조그만 아이패드와 함께.



대단한 준비가 필요할 줄 알았는데



새해를 맞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동기의 추천으로 어느 유튜버를 알게 된 후로 무려 8년 동안 유튜버가 되기를 꿈꿔왔다. 그 유튜버가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유튜브의 가능성을 알려준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두려운 점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리고 유튜브를 시작한 지 3개월이 훌쩍 넘은 지금조차도 두려운 점이 참 많다.


1. 남들에게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낼 자신이 없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싫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은 실제 내 모습과 거리가 있을게 분명했으니까.


2. 장비를 구입하는데 돈과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 할지도 모르는 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한두 번 하다가 포기하게 되면 먼 훗날 방구석을 뒹구는 유튜브용 장비를 볼 때마다 마음이 속이 상할 것 같았다.


3. 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말을 오랫동안 하면 시들시들해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 목소리를 녹음한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하지만 첫 영상을 만들 때는 위에서 나열한 모든 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요한 새벽이 주는 마법 같은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밤 10시에 시작한 촬영은 12시가 되어서야 끝났고, 모든 편집을 마치고 새로 만든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했을 때의 시각은 새벽 7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건강 망치기에 딱 좋은 최악의 일정이다. 하지만 8년 간의 심사숙고에 비교해봤을 땐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 도전의 결과는




1. 첫 영상을 올린 지 이제 3개월이 지났다. 현재 25개의 영상이 올라왔고 구독자 수는 이제 350명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맞기 위해 나는 그동안 다양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알음알음 습득한 지식을 토대로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냈다.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5분~10분 분량의 영상을 일주일에 2회 올린다. 이를 위해 영상 구상, 촬영, 편집에 쓸 시간을 고려하여 일주일의 일정을 짠다. 기존 구독자가 원하는 주제의 영상을 집중해서 올리되, 신규 구독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규칙이 있다. “영상을 올리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을 즐긴다.”


2. 나의 촬영 실력과 편집 실력은 아직도 부끄럽다.

어떤 사람들은 첫 영상을 올릴 때 매우 치밀한 계획을 기반으로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첫 영상부터 만인의 환호를 받고 단숨에 인기 유튜버가 된 경우도 여럿 보았다. 나의 첫 영상은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없이 촬영한 것이기에 부족한 점이 매우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부족한 실력으로 인한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은 내가 고민을 뒤로하고 영상을 올리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지금 나는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일에 직접 도전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매일 무언가를 만들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즐겁다.


물론 늘 듣기 좋은 소리를 듣는 건 아니다. 평균 시청 시간만 봐도 많은 시청자들이 내 영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다행히도 나는 국문학과 강의를 들으면서 4년 내내 나의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비판에 대응해본 경험이 있다. 이는 내 생각을 확고히 하고 다른 사람의 언행에 일희일비 하지 않도록 내면을 단단하게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현재 목표는 초심을 잃지 않되 처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책임지고 해나가는 이상 이전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건 확실히 알고 있다. 그래서 매주 2회에 걸쳐 치열한 도전의 결과를 마주하기 위해 늘 노력 중이다.


3. 매사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어떤 창작물을 끝까지 써본 적이 없다. 나의 글을 읽어줄 사람을 찾지 못했고,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계속 쓸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나를 찾아준 사람들에게 늘 감사함을 느낀다. 혼자서 뭐든 할 줄 아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나는 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연료로 삼아야 했다. 아마도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나를 작동하는 방식을 깨닫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20대 후반에 내가 아직도 젊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정말 다행이다. 젊음을 밑지고 도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었을 테니까. 살아간다는 건 설명서를 잃어버린 몸뚱이를 붙들고 이런저런 버튼을 누르며 작동법을 익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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