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새벽 1시
'엄마가 넘어지고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신고가 들어온다.
신고자는 너무나 여린 목소리의 어린이.
지나가는 차 없는 어두운 도로를 한참 지나, 큰 도로와 사뭇 거리가 먼 낡은 작은 빌라 앞에 구급차가 도착한다.
신축 빌라들 사이에 있는 낡은 빌라.
구급대원들이 신고장소인 빌라 3층으로 올라간다.
2층에 이르자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보이는 외소한 어린이가 서 있다.
ヽ(^。^)ノ "어! 소방관 아저씨다! 여기예요!"
운전원 선임이 계단 앞서 올라오며 말한다.
"'새벽 1시인데 잠도 안 자고 뭐 하니? 엄마는 어디 계셔?"
3층으로 올라가자마자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아래에
눈을 감고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이 보인다.
구급대원1이 혼잣말한다.
“엥? 엄마가 아니라 누나 아니야?”
구급대원들이 젊은 여성을 흔들어 깨운다.
"어머님. 일어나보세요."
자신의 어린 아들보다 조금 큰 체구가 작은 여성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여성의 얼굴이 보인다.
'아이와 나이 차이가 좀 있는 누나'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앳된 얼굴.
여성이 신음하며 눈을 뜬다.
여성이 입을 열자 술 냄새와 찌든 담배 냄새가 난다.
여성이 말한다.
"으…. 무슨 일이세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제 아들은요?"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러하였다.
엄마가 옥상에서 담배를 피려 밖으로 나갔다.
몇 분 뒤에 '우당탕 쿵'하는 소리가 들려 빌라 복도로 나가보니
엄마가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엄마가 일어나지 않아 신고했다.
구급대원들은 깨어난 엄마에게 경추보호대를 착용시키고 두부를 살펴본다.
엄마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아이의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러하였다.
아이와 간식을 먹다가 혼자 담배를 피우려 옥상에 비틀거리며 올라갔다.
담배를 피우고 내려오던 중 발을 헛디딘 것 같다.
그리고 기억과 의식을 잠깐 잃었다.
구급대원들은 계단 4~5층 높이에서 굴러떨어진 점, 의식을 잃은 점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득한다.
"병원비가 없어요. 지원금도…. 아이도 혼자 둘 수는 없고요…."
구급대원2가 엄마 앞에서 씩씩한 아이를 칭찬해주며 말한다.
“남편분은 어디 있으세요?”
아직 술에 덜 깬 아이의 엄마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아이를 꼭 안으며 말한다.
"없는걸요.“
구급대원1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네? 무슨 말이세요?”
아이도 자신을 안아주는 엄마가 좋은지 엄마를 꼭 껴안는다.
구급대원들은 갑작스러운 모자 상봉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구급대원들은 병원에 안 가고 집에 들어가겠다는 엄마를 설득하지만, 끝내 실패한다.
구급대원들은 여성의 남편이나 다른 보호자의 연락처라도 달라고 한다.
아이가 말한다.
"할머니는 우리 엄마 미워해요. 맨날 뭐라고 해요. 근데. 자주 도와줘요. 저도 이뻐해 줘요."
구급대원1이 ‘아차!’ 싶다는 표정을 짓다가 구급대원2를 불러 귓속말한다.
(; ·`д · ') (속삭이며) “미혼모 가정 같아….”
구급대원2가 놀라 한다.
구급대원들은 아이 엄마에게 양해를 구해 보호자의 번호를 얻는다.
구급대원2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이송 거절, 거부서'에 서명받는다.
구급대원1은 '아이의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병원에 갈 상황인데, 병원에 가지 않아서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아이의 어머니의 어머니'는 바로 오겠다고 한다.
구급대들은 '아이의 엄마의 어머니'가 올 때까지 아이의 어머니의 상태를 지켜보기로 한다.
모녀가 4층 빌라 구석의 현관문을 열어 집 안으로 들어간다.
구급대원들이 양해를 구하고 따라 들어간다.
모녀가 들어가는 집안의 내부가 넌지시 보인다.
작은 원룸.
문 앞. 신발장 앞에 쓰러진 녹색 쓰레기봉투와 휴지 몇 조각.
널브러진 옷과 이불들.
예전 낡은 인테리어식 싱크대.
싱크대 위, 먹다 남은 국물이 고스란히 담긴 냄비.
냄비 위에 쌓인 식기구들.
낡아 보이는 냉장고.
냉장고 위 담배와 녹색 라이터.
원룸 중앙에 홀로 있는 오래된 나무 밥상.
그 위에 먹고 있었던 라면 국물.
나무 밥상 아래에 있는 빈 소주병, 담배 재떨이.
녹색 플라스틱 통에 담긴 김치들.
그리고 원룸에 가득 찬 담배 냄새.
아이 엄마는 집안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를 다시 안아준다.
잠깐 집안을 훑은 구급대원1은 할 말을 잊은 표정이다. (; ¬_¬)
'아이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올 때까지 구급대원과 어린 어머니와 짧은 대화가 오고 간다.
너무나 왜소해 초등학생 1~2학년처럼 보였던 학생은 올해 4학년이라고 한다.
김행복 대원의 어머니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의 엄마의 어머니'에게 '아이의 어머니'를 인계한다.
새벽 3시 행복 구급차가 행복 119안전센터로 복귀한다.
구급대원1이 조끼를 벗으며 말한다.
“참으로 씁쓸한 출동이고 씁쓸한 현실이네요.” ( Ĭ ^ Ĭ )
구급대원은 현실적으로 안타까운 현장을 직시할 때가 잦다.